싣는 순서

1. 지역화폐에서 대안을 찾다
2. 지역화폐공동체<1>
3. 지역화폐공동체<2>
4. 지역화폐공동체<3>
5. 호주의 레츠<1>
6. 호주의 레츠<2>

마포희망나눔공동체에서 ‘희망화폐’ 발송을 준비 중인 모습

대표적인 마을커뮤니티 성미산마을도 일찌감치 지역화폐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졌다. 마을 주민 40여 명은 2008년 지역화폐 소모임 ‘첫발’을 꾸렸고 성미산마을 내 되살림가게에서 실물화폐 ‘두루’를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성미산되살림가게

되살림가게가 발행하는 지역화폐 ‘되살림두루’는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지만 성미산마을 내에서 사용되던 지역화폐 ‘아름’은 2010년 경 중단됐다. ‘두루’에 이어 두레생협에서 거래된 ‘선물’ 역시 거래가 미미해 같은 해 거래가 종료됐다.

이처럼 지역화폐 거래가 늘고 있는 만큼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 원인중 하나는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유지해 나가는 것과 다양하게 쓸 수 있는 곳을 많이 확보하지 못해서다.

두루 운영위원 느리는 “성미산마을의 경우 커뮤니티내부의 전통적 품앗이가 견고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화폐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공동체 안에서 지역화폐 한계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의 기금을 받아 성산종합사회복지관, 되살림가게, 마포희망나눔, 민중의 집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마포e품앗이 상상플러스’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품앗이 만찬’. 이날 품앗이 회원들은 품도 나누고 수다를 떨면서 교류를 한다. 회원들이 싸온 음식으로 만찬이 차려진다.
품앗이가 익숙한 성미산마을 주민들에게 지역화폐는 오히려 불편함을 주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을 거래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또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 성미산마을의 반찬가게와 카페는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재료비 단가가 높아서 지역화폐를 받을수록 매장의 적자폭이 커졌다고 한다.

생산자로부터 먹을거리를 직거래하는 생협 역시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내부 사정으로 지역화폐 거래에 한계를 드러냈다. 이들이 처한 중요한 문제는 매장에 쌓인 지역화폐를 어떻게 쓸 것 인가였다.

 

 “폭 넓게 소외감 없이 교류하자”

두루 회원 신비는 동네 예본치과에서 충치치료를 받았다. 비싼 진료비 때문에 부담이 컸는데 진료비의 10%를 두루로 결제했다. “예상치 못한 지출로 허리가 휘청했는데 심적으로 위안이되고 경제적 부담이 줄었어요. 가맹점들이 늘어나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여러모로 좋아요.”

7년 여간 거래되고 있는 되살림두루는 성미산마을과 지역생협에서 드러난 문제를 더 넓은 지역 안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서울복지재단이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e품앗이 운영에 동참했다.

성산종합사회복지관, 되살림가게, 마포희망나눔, 민중의 집이 공동으로 참여한 ‘마포e품앗이 사업’은 지역화폐를 확대시켜나가는 계기가 됐다.

성미산마을을 중심으로 뿌리내린 ‘되살림두루’에 이어 주민복지단체 마포희망나눔의 ‘희망두루’가 실물화폐로 거래되고,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마포e품앗이 ‘문’ 등 마포에는 지역화폐 3가지가 쓰이고 있다.

지역화폐 회원들과 만날 수 있는 희망두루 장터
실물화폐 ‘두루’는 기존에 쓰고 있던 되살림가게와 마포희망나눔에서 사용할 수 있다. 되살림가게에서 두루를 쓰는 회원은 520여 명에 달하며 마포희망나눔은 300여명의 회원을 비롯해 자원활동가, 마포희망나눔이 관계 맺고 있는 지역의 도움이 필요한 노인과 아이들에게 발행되고 있다.

되살림 두루, 희망 두루, e품앗이 ‘문’은 서로 교환 또는 거래될 수 있으며 사용처에 따라 함께 사용 가능하다.

이들이 운영하는 지난해 4월부터 함께 운영하는 마포e품앗이 회원은 현재 309명으로 소모임 7개가 활동하고 있으며 마포의 20여 곳의 가맹점에서 560여 건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가맹점은 동네 약국, 치과, 밥집 등 이전보다 꽤 다양해졌다.

느리는 “대전 한밭레츠에서는 경조사비를 지역화폐로 낼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며 “지역화폐를 폭 넓게 소외감 없이 교류하자는 취지로 두루 가맹점을 늘리고 곧 의료생협이 개원하면 두루 사용이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눔을 위한 도전 희망화폐 ‘두루’

지역공동체센터와 어린이·청소년 인권센터를 운영하는 주민복지단체 마포희망나눔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들은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회비를 내고, 자원봉사를 하는 회원들에게 줄 수는 없을까? 우리가 돕고 있는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좀 더 당당하게 지역사회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회원들이 일상 속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들이 찾아낸 대안은 지역화폐였다. 

돈이 없이도 서로의 관계와 희망화폐를 매개로 한 나눔으로 풍요롭게 생활할 수 있는 마포를 만들고 실제 거래되는 희망화폐를 마포희망나눔 회원과 자원활동가,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발행하는 것이었다. 거래방식은 기존 되살림 두루와 같다.

이들은 품앗이 장터, 품앗이 만찬을 열어 회원들과 만나고 지역생협과 연계해 두루사용의 날을 개최하고 있다.

또 포토샵으로 사진 수정과 웹자보 만들기, 요가교실, 중국어노래배우기, 우쿠렐레 교실, 영어팝송교실 등 다양한 강좌가 진행된다.

마포e품앗이 포토샵 소모임에 참여한 김미소씨는 “동네 안에서 품앗이 통해 새로운 주민을 만나는 일은 신이난다”며 “그곳에서 만난 주민과 직접 ‘문’으로 배추와 고구마를 사고, 품앗이 만찬에 참여해 정말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포 지역화폐에 남겨진 과제

수년간 거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지만 현실적인 과제는 늘 존재하고 있다.

마포지역에 3가지 화폐가 쓰이면서 불편함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름과 형식이 다른 화폐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안겨주는 것.

실물화폐인 두루는 눈에 보이고 이용하기 편리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 두루를 받는 가맹점에서는 선호하지만 지역화폐의 애초 목적과는 동떨어지게 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반면 마포e품앗이는 온라인거래를 통해 관계를 알 수 있지만 로그인 과정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느리는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초창기에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다양한 협동조합이 존재하고 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비롯해 많은 사회적 자원이 순화되기 시작하면 지역화폐 활성화는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호주의 멜라니 레츠가 오랫동안 쓰일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자연스럽게 거래하기 때문이다. 시드니레츠 역시 그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회원을 끊임없이 만나고 지역과 지역을 넘어선 거래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소통과 신뢰가 깊게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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