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경기도는 도내 농어촌마을의 환경개선과 더불어 마을공동체 활성화 그리고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을만들기 시범사업 대상지를 선정했다.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삿갓골마을은 그 중 한 곳이다. 용인에선 유일하다.

삿갓골 마을가꾸기가 본격화 된 것은 이 때 부터지만, 주민들은 이미 마을만들기 추진위원회(위원장 박세환)를 만들어 꾸준한 준비를 해왔다. 2년 전부터 절임배추 사업을 벌여 도시권인 수지·기흥지역 부녀회를 통해 150톤을 납품 한 바 있다. 우리 콩으로 만드는 된장, 막장 고추장 등은 웰빙과 안전을 추구하는 도시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해 큰 호응을 얻은 터였다.

“낙후된 시골, 더구나 백암에서도 변방에 속하는 우리 마을이 스스로 자구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일을 벌이면서 제대로 된 시설과 교육 등 하나둘 필요한 것이 늘기 시작했어요. 스스로 일을 벌이면서 동기부여가 된 셈이죠.”

유재선 이장은 마을만들기 사업의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마을만들기 사업은 요즘 대세다. 특히 서울시는 마을공동체를 지역자치 풀뿌리 사업의 핵심으로 설정했다.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여는가 하면 ‘마을공동체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천시를 비롯한 광역시 뿐만 아니라 인근 수원시도 마을만들기추진단이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열풍 속에서 조심스럽게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움직임에서 예산 따먹기 경쟁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백암 삿갓골마을 만들기는 그런 측면에서도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유재선 이장과 박세환 추진위원장을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꾸준히 지역실정에 맞는 마을살리기 방안을 고민해 왔고 하나씩 실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의 전통과 원형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으나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었어요.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장점도 적지 않았죠. 한택식물원. 용인MBC드라미아처럼 이미 조성된 관광 인프라와 연계사업을 통해 농촌 일자리와 소득창출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어요.”

숱한 고민과 토론 속에서 마련한 방향은 지역공동체와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농촌테마 체험마을을 조성하자는 거였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주민들은 내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9개년 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그 골격은 이런 내용이다.

△볼거리(경관)를 조성하고 일자리 소득 창출 사업에 중점을 두어, 미꾸라지 양식과 전통 먹거리 체험장 운영 △국화를 규방공예에 접목해 관광 상품화 △쇠락해 가는 농촌의 활력을 되찾고 두레정신의 전승과 문화 축제를 통한 생태적 농민 공동체 육성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마을 완성 등이다. 이같은 계획은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졌다.

1단계는 소규모로 진행하는 시범사업이다. 먼저 국화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해 용인농업기술센타와 제휴해 부녀회원들의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 일자리 소득창출을 위해 ‘국화재배 기술’강좌를 열었다. 동네 어귀에 모든 공한지를 국화동산으로 만들기로 했다. 국화꽃을 이용한 관광 상품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재배한 국화꽃을 따서 건조 후 국화차로 상품화하고 국화꽃을 이용한 관광 상품 등을 개발해 ‘국화동산’을 만들기로 했다. 물론 마을 홍보용으로 활용된다. 이미 올해 마을노인회관 옆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모종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2단계로 설정한 사업은 일자리 소득창출이다. 핵심은 다목적 체험센터를 조성해 이용키로 했다. 2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절임배추 판매, 전통된장 만들기 체험뿐 만 아니라 도자기, 염색, 국화차, 김치, 전통장류 등을 직접 만들고 체험토록 하는 계획이다.

3단계는 역사문화 재생사업이다. 주민소득 창출의 또 다른 방법인 미꾸라지·쏘가리 양식과 자연환경을 활용한 오토캠핑, 농가 민박 유치사업이다. “1년에 천만 명 넘는 관광객이 용인을 다녀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멀뚱멀뚱 처다만 보는 처지죠. 농촌엔 빈방이 많아요. 농촌의 향수가 그리운 도시 노년층에겐 게스트하우스 체류형 관광 수요를 만들 수 있다고 봐요.” 유재선 이장의 설명이다.

나아가 농촌테마 체험마을 조성을 위해 삿갓골 만의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삿갓골 문화축제’를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복안으로 가지고 있다. 

변방에 위치한 작은 마을 삿갓골. 과연 한강수계지역이란 이유로 개발이 제한되고 고령화로 인해 주민이탈로 지역활력이 쇠퇴하고 있는 약점을 극복하고 풍부한 농경문화 자원을 활용해 농촌테마 체험 특화마을로 성공할 수 있을까.

“세상의 풀뿌리인 지역이 살아야 우리사회는 건강해 질 수 있죠. 주민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나서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걱정이 많아요.” 박세환 추진위원장의 솔직한 말에서 오히려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 지역만들기 열풍으로 시작한 사업이 아니라 절실함과 지속가능한 마을재생을 위해 스스로 나섰기 때문이다.

 


 

용인협동조합연구회 회원들 삿갓골을 찾다

“ 쏘가리 축제하면 대박나겠네요”

지난 20일, 어둑해 진 삿갓골 마을에 외지에서 온 열 서너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직업과 활동영역 그리고 나이가 다양한 이들은 용인시평생학습센터가 주관하는 제12기 용인시민대학 수강생들이다. 그간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만큼 수료와 동시에 용인협동조합연구회를 결성했다.

한 밤중임에도 삿갓골 마을만들기 사업현장을 둘러보면서 다양한 의견과 질문을 쏟아냈다. “국화를 가지고 경관조성 뿐만 아니라 수익사업으로 까지 연계한다는 게 참 대단하긴 한데 주민들 만으로 이 사업이 가능할까요?”

넉넉한 시골인심과 정성이 듬뿍 담긴  저녁상과 푸짐한 뒷풀이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이들의 관심은 한결같다. “관행농업을 탈피한 기술집약형 사업을 추진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쏘가리양식사업이 적합하지 않을까요?” “아예 ‘쏘가리연구회’도 결성하죠 뭐.”

“청미천 수질이 좋아지는 만큼 쏘가리 축제를 하면 대박나겠어요.” “삿갓길 마을 조성사업이 너무 이상에 치우친 건 아닌가요?” “도시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은 우리가 나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대부분의 회원들은 마을가꾸기 사업 브리핑에 이은 질의과 토론을 벌이다 늦은 밤 11시가 돼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어느 회원이 동호인 카페에 올린 글처럼, 정말 조용한 이 마을에 지금 엄청난 태풍이 불고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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