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 마을공동체 중심에 서다

▲ 도시농부학교 수강생들이 배추 모종을 기르기 위해 파종 실습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새 방송이나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귀농인들과 함께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니.

‘도시농업’은 일반적으로 취미생활이나 일부 채소를 자급할 목적으로 도시민들이 짓는 농사를 말한다. 즉 도시민이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고 생산물을 활용하는 농업활동이다. 주말농장,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텃밭, 옥상텃밭, 화분(상자)텃밭 등의 형태가 그것이다.

옥상이나 화분에서 채소 등을 재배해 먹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고 따질 수 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도심 내 농업활동에서 도시농업의 다양한 가치를 다시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 손수 상추며, 고추를 길러 안전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다. 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는 생태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도시의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여가활동을 제공하기도 한다.

도시환경적인 측면에서 보면 도시농업은 녹지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삭막한 도시에 녹색을 입히는 활동이 도시농업인데, 옥상이나 자투리땅을 텃밭으로 바꿀 경우 ‘도심열섬화’ 현상을 완화하고 공기 질을 순화할 수 있다. 또 음식물쓰레기 등을 퇴비로 재활용할 경우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환경도 지킬 수 있다. 흙에서 난 것을 소비하고 남는 것을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면 도시의 자원을 순환시켜 도시의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교육적 가치와 공동체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텃밭에서 작물을 재배하거나 수확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생태교육을 받게 된다. 대화나 교류가 없던 가족이나 이웃들은 텃밭이라는 공간을 통해 정을 체험하고 대화와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공유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사라진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매개가 도시농업이라는 것이다.<그림 참조>

자료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수원생태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재(47) 수원텃밭보급소 대표는 “작물을 직접 길러 먹을 수 있어 아이들에게 식생활교육을 할 수 있는 좋은 매개가 도시농업이다. 특히 공동 경작을 통해 일하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협업의 중요성과 또래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고 도시농업의 장점을 설명했다.

용인시 지난해 도시농업 조례 제정
도시농부학교 운영·학교 텃밭 지원

일부 지자체는 일찌감치 도시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인식하고 조례를 제정해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다.
광명시는 2009년 ‘광명시 시민농업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시민농업 활성화 및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공동체 문화를 넓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수원시도 시민에게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농사체험의 기회를 제공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2010년 ‘수원시 도시생태농업 육성조례’를 제정했다. 수원시는 도시생태농업과 농업체험활동, 생태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10만평 규모의 국유지를 임차해 ‘수원텃밭보급소’를 조성, 운영하고 있다. 안양시 역시 같은 해 ‘안양시 도시농업 육성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도시농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목적과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도시농업 육성을 통한 친환경적인 생활과 건강한 삶 영위에 기본취지를 두고 있다. 광역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도는 도시농업을 육성, 지원하기 위해 농업기술원에 도시농업팀을 두고 있고, 대구시도 도시농업팀을 따로 두고 도시농업 발전을 위해 2017년까지 도시농부를 25만명으로 늘리겠다며 ‘도시농부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용인시도 최근에서야 도시농업에 관심을 갖고 도시농업 육성,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시는 지난해 5월 ‘도시농업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 초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2017년까지 5년 간 20억원을 들여 도시농업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도시형 텃밭 조성, 학교 텃밭 시범학교 운영, 도시농업전문가 육성, 공원형 도시농원 시범사업 운영 등이다.

올해에는 유림청소년문화의집을 비롯해 5곳에 옥상텃밭 등에 필요한 시설을 지원하는 도시형텃밭사업과 기흥·수지지역 초등학교 5곳에 텃밭시설을 지원하는 학교 텃밭 시범학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도시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도시민을 대상으로 도시농부학교와 텃밭지도자 육성을 위한 도시농부 텃밭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문을 연 도시농부학교에는 화분이나 옥상, 텃밭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싶어하는 예비 도시농부 20여명이 참여해 도시농업과 텃밭농사 재배법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유치원을 운영한다는 강모(풍덕천동·남)씨는 “아이들에게 텃밭교육을 통해 자연 친화적인 심성을 길러주고 수확의 기쁨을 누리게 하기 위해 도시농부학교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혀 도시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례와 도시농업 활성화 5개년 계획에 중장기사업에 반영된 시민주말농장이나 공원형 농원 등의 사업은 신규 예산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난을 겪고 있는 용인시의 정책적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더욱이 인천시나 인근 수원 등 광역·기초지자체의 경우 농업의 생태·환경적 가치를 지향하는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도시농업을 공동체 회복과 도시재생 등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용인시에 시사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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