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휴가, 쉼의 계절이다.
대학이 6월 중순이면 일찌감치 학기를 마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8월말 개강할 때까지 거의 두달의 시간 여유가 생긴다. 대학생들은 이 기간에 무엇을 하면서 지내는가? 두발 전진을 위한 한발 물러서기의 쉼을 즐기면서? 아니면 전공서적과 함께 학기동안 하지 못했던 전공 학습을 더 심화하고 있는가?  새학기 등록금준비를 위한 아르바이트? 그도 저도 아니면 무슨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사회적 이슈가 되어 있는 현장에 가 있거나 이런저런 사회적 경험을 더 많이 쌓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

여고시절을 장식한 농활의 추억

본인 자랑을 좀 해야겠다. 나는 여고시절, 다행히도 지금으로 하면 소위 인성교육과 같은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많이 시행하는 여고에서 3년을 보냈다.

당시는 1970년대 초로  대학생들에게 조차 농활-농촌봉사활동-이라는 낱말이 생소했던 시기에 이미 여고 농활봉사대 활동을 연중 여름방학에 실시하였으며 겨울방학이면 고아원에 선물을 한아름 가지고 가서 싼타크로스할아버지 역할을 해내면서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잠시라도 더 즐겁게 해주기 위한 자원봉사 활동을 해냈다. 학교차원에서 전교생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모아준 생활용품을 한 트럭 싣고 가서 1주일간의 여름성경학교와 동계 크리스마스 행사를 스스로 기획, 진행해 내면서 내 자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 형성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으로 인한 뿌듯함으로 여고시절을 보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무작정 막연히 여고생으로서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의무감을 스스로 익혀 나가는 성장을 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대학입시가 지금과는 천지차이여서 매학기 방학을 그렇게 보내면서도 대학입시에 적응하는것이 가능한 시대였다. (그리고나서 몇 년후 1970년대 중반부터 소위 대학생농활이 유행(?)처럼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젊은시절 도전 해보는 지혜

지금의 고등학생은 고사하고 대학생들의 여름 방학시기가 되면 이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나마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모를 둔 학생들은 글로벌 경험을 빙자한(?) 외국 배낭여행을, 그 정도의 여유가 없으면 국내에서 외국어학원 등으로 한 줄이라도 더 스펙을 쌓기 위해 열중하고 있을 것이며 자신의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어려운 학생들의 경우는 아르바이트에 땀을 흘리며 방학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모두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글로벌 해외 여행이라해도 아주 특수한 일부 부유층 자제를 제외하고는 부모를 떠나 스스로 생활을 엮어나가는 알뜰살뜰 체험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며 등록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학생들도 나름 사회의 돌아가는 시스템을 확인하며 정글 같은 인간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현장을 체험하고 있을 것이다. 모두 보물같은 실전 경험들이다.

다만 젊은 시절에 하고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실패나 좌절을 하더라도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적극 도전해보는 것이 좋겠다. 설사 실패나 좌절하더라도 이를 회복시킬수 있는 기회가 무궁하기 때문에 두려움없이 무엇이든, 불법하거나 비윤리적인 것이 아니라면, 도전해보는 지혜가 용기가 필요하다.

후마니타스칼리지 시민교육 교재 463쪽 ‘현장으로 가는 길목에 선 그대’란에 보면 “자, 이제 떠날 시간이다. 주변과 세상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경쟁은 자신과 하고, 사람들과는 나누고 협동하고 공감하자”는 구절이 쓰여 있다.

앞서 자랑질레이션(!)한 것 처럼 본인의 고등학교시절은 그 시절 대부분 그랬듯이 나의 부모에게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 아들도 아닌 딸을(계집아이를) 고등학교를 보내니마니 하고 있던 슬픈 상황에서 여고시절을 보냈다.

내가 다닌 여고 나의 주위에는 부잣집 내로라하는 집안의 딸들이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친구들-지금 거의 대부분 강남의 부잣집 사모님들-에게 기죽지 않고 누구보다 여고시절을 당당하게 마칠 수 있었던 힘은 나의 당시의 여고시절 농촌봉사대 활동 등, 자금으로 말하면 사회적 공익활동을 함에서 나오고 있음을 지금도 깨닫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 스스로의 살아가는 힘을 가지게 하는 엄청난 힘이 될 수 있었음을 당시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만, 그 일이 재미있어, 솔직히 말하면 공부는 좀 하기 싫고(?) 그러나 무언가 학교내에서 나의 존재를 나타내고 싶은 어린 마음이 작동했는지도 모르겠다.

현장활동 실천이 남긴 것들

지금도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당시 그런 일을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나 자신 스스로 재미있어 봉사활동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활동들이 지금 나의 삶의 원천이 되고 있고 지금하고 있는 일들의 밑뿌리로 튼튼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스스로 젊음이 아름다운 것을 모르고 지내듯이 지금 현장활동 실천들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해내는지 모르고 있을 것이다.

공익적 봉사활동 현장은 사회복지분야나 공익선이라고 명명되어진 곳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생활하고 있는 모든 곳, 힘든 상황에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한 공감과 관심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요구되는 것이며,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사회일수록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널려 있다.

젊은이들이여 방학은 기회이다. 딱딱하고 억눌린 교실을 떠나 자유롭게 자기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중의 기회이다. 이런 기회를 극히 감정적이고 유아적인 테두리안에서 한정지우지 말고, 소위 ‘스펙’을 쌓아 가기를 바란다. 자기소개서에 한줄 문자로 표기할 수 있는 그런 스펙이 아니라 인생의 글로 나타낼 수 있는 스펙쌓기를 할 수 있는 기회로서의 여름방학 휴가, 쉼을 하기를 권해 본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