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인구에서 자란 40대 초반 엄마는 중학생이 된 아이만 보면 한 숨이 나온다. 고교평준화가 되면 가까운 곳으로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허상이었다. 엄마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나, 자식이 다닐 때나 학교가 없어 먼 길을 가야하는 것은 30여년이 지난 지금과 같은 처지여서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이 문제는 핫이슈였다. 젊은 엄마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고교평준화 도입은 정당을 떠나 필수 공약이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서로 먼저 추진했다고 싸울 정도로 치열했다. 그 후 용인이 도내 9번째 ‘고교평준화’ 지역으로 선정됐고 2015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팡파르라도 울려야 할 판인데 조용하다. 수지나 기흥은 그나마 학교라도 있지만 처인은 다닐 학교조차 없는 신세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처인구를 비롯해 시 경계지역 학생들의 교육여건 개선을 계속해서 주장했다. 그 맥락은 학교 신설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고민한 밑그림은 고림고등학교 1개교 신설과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이 전부인 상태다.

고교평준화 1세대인 처인구의 중학교 2학년 학생 1000여 명은 처인구에서 갈 학교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원거리 통학을 여전히 감내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셈이다.

선거 때 고교평준화 시행을 떠들던 정치인들은 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입을 닫았다. 뒤늦게 몇몇 정치인들이 ‘물타기’를 하고 나섰지만 학부모나 학생들에게는 그리 반갑지 않다. 잘잘못을 따지는 질타가 아니라 대안이 절실해서다.

신설되는 고림고를 제외하고 처인구에는 2015년까지 해마다 고교 1개가 설립돼야만 오랜 시간 어렵게 추진된 평준화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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