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가 지난 지난해 3월, 용인시민신문 지면에서 필자는 개강 첫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였다는 글을 소개한 적이 있다.

‘제2의 탄생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또 하나 ‘교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첫 질문은 경희대학교 시민교육 교재, 제2의 탄생이라는 낱말이 무슨 뜻을 내포하고 있을 것 같은지를 생각하게 해보는 질문이었고, 두 번째 질문은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교양’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질의를 통하여 시민교육 교과목에서 기대하는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학기에도 지난주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3월초 스스로 작성하도록 한 ‘교양’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학기가 끝나가는 즈음에 생각하는 청년들이 가져야 할 ‘교양’에 대하여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학생들이 적어본 교양에 대한 대학생들 자신의 생각에 대하여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서술한 내용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요즈음 대학생들의 가치관과 생각의 방향에 대하여 이해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성인으로서 대학생, 연민과 대견함 교차
 
학생들이 서술한 이 내용들을 살펴보면, 내가 기대했던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자각,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관심, 또는 계층이나 집단간의 갈등문제 등 이런 사회적 주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20대 초반의 청년들이라면 자신의 소소한 개인적인 이해관계보다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이런저런 사안들에 대하여 고민하고 서로 나누는 경험이 매우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잠시 요즘의 대학생들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이들은 90년대 초·중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출생한 이들이다.
이들이 초등학교를 거쳐 청소년기를 보낸 시점은 2000년대 후반이다. 이때는 중·고등학교의 서열화,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줄세우기가 가장 극에 달했던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이들이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로지 점수 하나하나에 인격이 정해지고 대학입학 서열에 따라 삶이 바뀌어 버릴 수도 있는 시기에 과연 자신의 문제 이외에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거나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겠는가. 이 생각에 다다르자 이들이 갑자기 가엾어지고 연민이 생겨났다.

그래. 왜 이들이 이 정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는가를 생각하면 누구를 탓할 수 없다. 그들이 지낸 청소년기를 생각하면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 매우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언론에 주요 소식으로 등장하는 국정원사태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 촛불집회를 보면 대학생들이 그래도 정신이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지성인의 행동에 다른 어느 대학보다 경희대학교 학생들의 모습에 아주 개인적으로나마 마음의 위로를 삼고 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스튜던트 파워’는 소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1980년대에는 그에 합류하지 않는 대학에 대한 사회적인 냉소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바야흐로 대학생들이 저항의 시대가 다가오는가. 이들이 겪어야 할 앞으로의 상황에 걱정도 되고 한편으로는 대견한 마음도 있다. 이 대열에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합류를 시작하고 있음에 그나마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힐링의 마음도 있다.

교양이란 무엇인가를 학기 내내 강의한 인생 선배로서 이들에 대한 연민과 대견함이 교차하는 이런 상황, 이 무슨 오묘한 상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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