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줄왕잠자리 도내 최초 발견지 훼손 우려

▲ 초당초 뒤편 석성산에 자리잡은 초당습지.

기흥구 동백동 초당초등학교 뒤편에 자리 잡은 석성산. 인근 부대로 이어지는 큰길에서 5분 정도 숲 속으로 들어가면 초당습지를 발견할 수 있다.
초당습지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보존 상태에 놀라움을 숨기지 못한다. 사방이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것이 이름난 유원지의 한 곳을 고스란히 옮긴 듯 주위의 모든 것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습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오는 주민을 제외하면 인적이 드물어 당연히 보존상태가 좋을 수밖에 없다. 
습지가 언제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주위에는 개간한 논이 있지만 이미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주변 사람들과 전문가들은 초당습지가 농수 저장용으로 사용되다 주변 논과 함께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채 자연스럽게 습지화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대략 600㎡ 규모로 원형보다 타원형에 가까운 습지는 숲이 우거진 산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특색이다.
지난 21일 습지 조사를 나선 습지조사팀 며느리밥풀(회장 이미영)측은 이날 도롱뇽을 비롯해 20여 종의 습지생물을 발견했다. 수년째 정기적으로 습지를 조사하고 있는 습지환경전문가 손윤한씨는 “초당습지는 빛이 잘 들지 않아 수온이 낮을 뿐 아니라 인근 나무에서 떨어진 잎사귀 등으로 다른 습지와는 다소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종이 서식하기보다는 습지환경에 적응한 식생물이 먹이사슬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습지의 다양성 측면에서 보존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적이 드물던 초당습지가 전문가를 비롯해 세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경. 그동안 남방계 곤충으로 알려진 황줄왕잠자리가 이곳에서 발견된 것.

한국잠자리학회로부터 서식지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생물학적 의미가 크다. 충청권을 마지노선으로 하던 황줄왕잠자리가 용인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한반도의 기후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후 강원도 춘천서도 발견돼 사실상 한반도 전 지역에 서식 가능한 곤충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 인근에 건립중인 전원주택 공사에 사용될 물을 습지에서 빼올리기 위해 설치한 물펌프.
이런 초당습지 또한 최근 훼손 위험에 처했다. 큰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없었던 그곳까지 사람들은 오염원을 던지고 있는 것. 최근 고급 전원주택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습지를 중심으로 반경 200여m 내에 무려 10채가 넘는다. 사람들의 잦은 발길은 차치하고 문제는 공사에 사용되는 물을 습지에서 수급하고 있다는 것.

21일 조사팀 며느리밥풀과 함께 습지를 찾았을 때도 습지물을 퍼내기 위한 펌프가 습지 주변에 설치돼 있었다. 결국 인근 전원주택이 증가하는 만큼 초당습지의 물은 메말라갈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습지를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각종 식생물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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