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부모운영 식당일 거들어자매가 나란히 같은 학교 같은 학부에 입학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명지대 정보통신학부에 입학한 원인재(23·사진 왼쪽) 신재(21·사진 오른쪽)씨는 수능점수도 368점과 369점으로 단 1점 차이가 난다. 명지대 설립 역사상 친형제가 같은 학부에 입학한 것은 처음 있는 일. 충분히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에 들어갈 실력이지만 이들이 똑같이 특차로 명지대를 택하게 된데는 남다른 효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부모는 현재 명지대 입구에서 한식당 산골가든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식당은 학생들에게 음식이 맛있는데다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나 저녁이면 200∼300명이 몰려들어 발디딜 틈조차 없다.

자매가 수능시험을 끝낸 직후 부모는 두 사람 모두에게 명지대행을 권했다. 이유는 우선 통학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자매가 식당일을 계속 도와 줄 수 있다는 것과 “명지대 때문에 먹고사는데 학교에 보답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큰 딸 인재씨는 경희대 한약과에 합격한 상태였고 신재씨는 이화여대를 지망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늦게 들어가는 대학이라 욕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들은 기꺼이 부모님의 의견을 따랐다. 무엇보다 부모님에게는 두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능을 준비하면서도 자매는 식당 일을 거들어 왔다. 일하는 틈틈이 두 사람의 힘만으로 입시를 준비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인재씨는 상명대 수학과에, 몇 해 뒤 신재씨는 외대 서울캠퍼스 중국어과에 합격해 이미 우등생 자매로 알려졌던 이들이지만 잇달아 터진 IMF사태로 인해 부모의 사업이 타격을 입자 학업을 중단하게 됐다. 그리고 온식구가 식당일에 매달려 이제는 어느 정도 경제적인 안정을 되찾은 상태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의지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기에 자매는 부모 곁에 남기로 했다.

이 집의 입학생은 막내딸까지 모두 3명. 올해 고교를 졸업한 막내 민경양은 현재 초당대에 입학해 학교 기숙사에 들어갔다.

인재씨와 신재씨는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식당에 달려온다. 요즘 젊은이들답지 않게 두 사람은 휴대폰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남들이 모두 힘겨워 하는 입시를 오직 그들만의 힘으로 해내며 세상에 대한 꿈을 이루어가고 있기에 거칠 것이 없다.

자매가 한 학교 한 학부에 있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이 금방 나온다. “숙제를 한 번만 해서 제출하면 되니까 아주 편해요”
새내기다운 싱그러운 웃음이 자매의 입가에 묻어나고 있었다.

<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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