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 등 개발로 인한 급속한 도시화와 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하거나 쉴 수 있는 문화공간과 공원 등은 태부족한 상태에 있다. 교통과 도로 등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후유증 치유의 쏠림 현상은 공원 등 휴식공간은 물론 공연장이나 도서관 등 문화기반시설의 취약을 가져왔다. 인구 55만에 문예회관과 공공도서관은 단 한 곳에 불과할 정도로 문화인프라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02년 말 현재 공공도서관은 56곳. 인구비율로 볼 때 인구 18만 명 당 1개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국의 10만 명 당 1개에는 크게 뒤쳐지는 수치다. 1인당 장서수준 또한 0.43권으로 전국 평균 0.47권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구 52만 명인 용인시의 도서관 수는 양적으로도 인구 18만 명 당 1개꼴인 경기도의 3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용인시립도서관의 질적 수준도 매우 낮다. 질적 평가의 토대가 되는 보유장서·이용자수·전문인력 수·도서구입량 역시 도내 비슷한 인구 규모의 다른 시에 비해서도 현격히 낮다.

수원과 성남을 비롯해 안양, 고양 등 인구 5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의 평균 도서관 수는 3.11개에 이르고 있다. 많게는 5곳(성남)에 이르는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1곳뿐인 용인시의 도서관 운영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인구 50만 명 이하의 도시와 비교해봐도 용인시보다 더 많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8곳이나 된다.

강남대학교 김승환 교수(문헌정보학)는 “우리나라의 도서관은 500여 곳으로 평균 10만 명당 1개를 감안해도 용인시에는 5개 이상의 공공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 현재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시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정책에 얼마나 소홀히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전문인력도 마찬가지다. 93년 개관 당시 2명이던 사서가 10년 넘도록 충원되지 못해 도서관의 질적 서비스와 연계프로그램의 운영에 심각한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

사서 이정숙씨는 “개관이래 꾸준히 인원 확충을 건의해왔지만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우리 도서관의 규모나 앞으로 증가할 이용자들을 감안할 때 지금처럼 2명이 도서관의 모든 업무를 분담해 처리한다는 것은 질적 서비스에서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작년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된 수원 영통도서관의 경우 용인보다 작지만 7명의 전문사서가 근무중이며 성남시는 시립도서관 4곳에 전문사서가 41명에 이르고 있다. 전문인력의 부족은 도서관의 원활한 운영에 영향을 끼치고 이것은 다시 이용자들의 불편을 불러와 결과적으로는 도서관 이용자들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시립도서관의 이용자수는 인근시의 도서관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 도심을 벗어난 외곽지역에 위치해 접근이 불편한데다 시의 지원부족에 따른 질 낮은 서비스가 이용자를 감소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도 문제다. 연간 도서구입비에서도 용인시는 충분한 예산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연간 도서구입량 5000권은 정부가‘50만 미만의 도서관’에 권장하는 9000권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영상서비스는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도서관들이 영상서비스를 시행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도서관을 신설하고 예산을 확충하는 것만으로는 본질적인 치유책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도서관이 시민들의 지식문화공간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문인력의 보강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특화도서관과 동단위의 소규모 도서관 운영을 통한 중앙으로의 집중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학도서관과의 문화강좌 프로그램 연계를 통한 도서관의 지식정보제공 기능 강화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시 관계자들이 도서관을 장기적인 지식문화기반사업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현장근무자들과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용인시 행정가들이 미래의 사회를 생각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 때 대안적인 활동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김 교수의 지적은 용인시 관계자들이 어떤 고민을 시작해야하는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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