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으로 통칭되는 1919년 반외세 자주독립만세운동은 민족대표 33인에 의해 「독립선언문」이 낭독된 후 전국으로 들불처럼 퍼져나간 전국민적 운동이었다. 그해 용인을 비롯한 경기남부 각지에서도 3,4월에 걸쳐 일제에 항거했다. 「한국독립운동 지혈사」 자료에 의하면 경기도 광주에선 21회의 집회에 약7천여명이 참석했으며 이천은 7회(2만여명), 수원은 37회(2만여명), 안성은 13회(1천800여명) 등으로 기록돼 있다.

용인은 어땠을까. 용인 역시 13회 집회를 열고 1만3000명 이상이 가담하고 사망자가 35명에 달한 것으로 돼 있다. 특히 일경에 연행돼 재판에 회부된 인원만도 500명이나 기록돼 있는 바, 이 숫자는 서울 1200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며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많은 숫자다. 이를 통해 용인만세항쟁이 얼마나 격렬하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항일독립운동의 성지나 다름없는 용인의 항거에 대한 자료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발굴작업은 오히려 미미하다. 뿐만 아니라 용인의 항일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함양하기 위한 활동 역시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다.

경기 남부권의 대표적인 두 곳의 사례를 통해 용인독립운동 기념사업의 현 주소를 비교해 보고 향후 방향을 고민해 보는 계기로 삼고자 이 지면을 마련한다.

화성에서는…

△제암리 3·1운동 순국 기념관
화성에서 발간하는 모든 홍보 자료엔 ‘충효예향’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화성시의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고자 하는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단지 구호뿐이 아니다. 충·효 정신을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모습은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대외적인 행사만 하더라도 올해 4회째 맞는 〈화성 효(孝) 마라톤대회〉는 화성시가 직접 주최하고 주관해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다.

‘충’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화성시에는 ‘제암리 사건’으로 알려진 3·1만세 운동의 상징적 역사현장이 있는 만큼 이를 성역화하기 위한 작업에 일찍이 몰입했다. 제암리 사건은 1919년 4월15일, 일본군은 제암리 주민 23인을 제암교회에 가두고 총살하는 한편 마을의 모든 집들을 방화하고 이어 독립운동가 김흥렬 가족 6인을 총칼로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던 역사의 현장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이 ‘화성시 제암리 3·1운동 순국 기념관’이다. 국가지정 사적지 제299호로 지정된 이 기념관은 1,461㎡(442평)에 달하는 규모다. 시청각 교육실에서는 우리 말 뿐만 아니라 일어, 영어, 중국어로 된 동영상을 통해 제암리 만행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제1전시관에는 1919년 3·1운동 당시 화성지역의 기독교, 천도교인들이 민족운동 세력과 합세해 격렬하게 독립운동을 전개할 당시의 역사적 사실과 유물이 전시 돼 있다.

제2전시관에는 경기 및 전국 일원 뿐 아니라 국외에서 일어난 독립운동까지 그 전시물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그 밖에도 순국 23인 상징조각물, 23인 순교 묘지, 3·1정신 교육관, 제암교회 등이 밀집돼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을 구성하고 있다. 특히 이곳엔 경기도 문화유산 해설사가 상근하면서 방문객들에게 소상하고 친절한 안내 및 유적지 설명을 해 주고 있기도 하다.

△3·1행사 어떻게 하고 있나
화성에서는 매년 3월1일이 되면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펼쳐진다. 그 규모와 상징성 탓으로 늘 뉴스거리가 되기도 한다. 올해 3·1절엔 10시부터 3·1독립만세 재현행사가 펼쳐졌다. 화성시 향남면 사무소에서 제암리까지 약 2㎞의 거리를 우호태 시장을 비롯한 각 사회단체장과 시민 등 약 3000여명이 마을 깃발과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며 당시를 재현했다.

이어 손학규 도지사까지 참석한 가운데 제암리 순국기념관 앞에서 기념식이 거행됐다. 특히 이날은 화성지역 3·1운동 학술세미나를 통해 발굴된 3·1운동관련 복역자 사진을 유족들에게 전달하는 뜻 깊은 행사가 포함되기도 했다.

또 하나 주목받은 것은 제암리 순국재현극. 제암리 일제만행 사건 당시 상황을 지역 연극인들이 상황재현 마당극 형식으로 공연해 일반인들에게까지 당시 참혹한 상황을 이해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관내 중·고생을 대상으로 우정면 화수초교∼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13.7㎞)까지의 ‘3·1유적지 이어달리기’는 젊은 세대 및 청소년들에게 자연스럽게 3·1운동에 대한 관심과 정신을 깨닫게 유도하는 효과 있는 행사였다.

또한 △화성지역 3·1운동 학술세미나 △3·1절 기념 학생 글짓기 대회 △3·1운동 관련 사진전이 다채롭게 펼쳐졌으며 가족 나들이를 겸해 나온 시민들을 위해 가족단위 참여자 기념촬영과 짚문화 체험장을 마련하는 등 세심한 기획이 돋보였다.


안성에서는…

△안성 3·1운동 기념관
원곡면 칠곡리에는 안성3·1운동기념관이 있다. 만세고개로 불리는 이 곳은 만세운동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대지면적 28,589㎡에 건물 연면적은 1,237.24㎡로 지상 2층 건물로 구성돼 있다. 42억원을 들여 2001. 11. 17에 개관한 이 기념관은 수장고, 전시관, 상영실, 야외광장, 기념탑, 광복사(사당) 등으로 구성돼 있어 시민의 역사체험 공간이자 공원이기도 하다. 확 뜨인 전망을 갖춘 지역에 위치해 있어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시민들이 가볍게 찾는 명소가 됐다.

경기도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지은 이 기념관에는 인근뿐만 아니라 멀리서 까지 3·1정신을 배우는 학습장으로 늘 학생들이 붐비는 장소가 됐다. 특히 기념관에는 학예연구사가 상주하면서 기록 발굴과 정리작업, 각종 기획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3·1운동 기념사업
안성에 가면 곳곳에서 3·1만세운동과 관련한 표석과 기념탑을 볼 수 있다. 거의 면 단위마다 이 같은 기념물을 볼 수 있다. 양성면 삼거리만 해도 4월 1일 양성면 시위를 기념하는 5m 크기의 기념탑이 조성돼 있다. 지역에선 원곡면 시위, 양성면 시위와 관련, 기념사업회를 구성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3·1절에도 시가 주관하는 기념행사가 안성 3·1운동 기념관 광장에서 큰 규모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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