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십 여년에 청춘만 시들어…”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제목이 ‘타향살이’인 이 노래는 왠지 애잔하고 서글픈 분위기를 자아내며 노랫말 속에 고단함이 배어있다. 흔히 낯선 외지에서 고생스러울 때, 고향을 그리며 탄식처럼 내뱉는 노래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타향살이는 고단함의 상징만은 아니다. 생계 공간 또는 주거의 터전으로서 ‘제2의 고향’이라는 긍정적 의미가 강하다. 더구나 용인은 수도권 인구를 흡수하는 주거공간으로 각광받으면서 어느새 주민 구성의 절대 다수는 유입주민이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엔 사회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들이 적지 않다. 물론 정주 의식을 갖고 지역사회에 적극 참여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많다. 어떤 이들이 용인에 살고 있을까.

아무래도 일반에 알려진 인사들은 대중 연예인이 많다. △조상구(50·역삼동 진우 아파트)씨는 최근 들어 다시 뜨는(?) 인물이다. 인기 절정의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불멸의 주먹전설 ‘시라소니’역을 맡은 그는 이미 〈공포의 외인구단(1986)〉〈우렁각시(2001)〉 등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였지만 최근까지 주로 영화번역가로 활동해 왔다. △이병헌(32·죽전동)씨 역시 영화 〈내 마음의 풍금〉으로 알려진 후 〈공동경비구역 JSA〉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유망한 남자배우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혔고, 최근 SBS 인기드라마 「올인」의 주인공을 맡아 젊은 층은 물론 주부들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배우이자 탤런트다. 이 밖에도 △TV드라마 〈무인시대〉의 박준규(40·고림동 인정피렌체아파트) △〈전원일기〉의 ‘복길이’김지영(30·풍덕천동) △중후한 연기자 이정길(59·풍덕천동) △영화배우이자 탤런트 정선경(32·본명 김성희·성복동) 등이 용인에 살고 있다.

용인에는 대학이 많이 소재한 관계로 대학교수 등 학자들 역시 적지 않다. △박 환(45·풍덕천동) 수원대 교수는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사학자로 최근 화성 3·1만세운동 자료를 새로 발굴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독립기념관 연구위원이자 현 국가보훈처 공적심사위원도 맡고 있는 그는 용인에 거주하면서 지역관련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용인에는 용인대학교 교수들이 많다. △이병옥(55·삼가동) 용인대 교수는 현 대한무용학회 부회장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49호 송파산대놀이 보존회장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용인예총과 관련한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 밖에도 △관광경영학회 부회장인 용인대 김천중(남·44·역북동) 용인대 교수 △박미령(49·역북동) 용인대 교수 등이 있다.

각계 원로이자 상징적인 인물들 역시 용인과 연고를 가진 이들이 많다. △체육계에는 국민적 영웅이자 육상연맹 회장을 역임하며 한국육상의 상징이었던 손기정(1912∼2002) 옹이 지난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풍덕천동에 살았다. △법조계에는 윤 관(68) 전 대법원장이 구성면 보정리 동아솔래시티 아파트에서 조용히 노후를 보내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5공의 주축이었던 황영시(77) 전 감사원장이 구성 동백리에 살고 있다. 군 장성 출신 역시 많이 거주하고 있다. △전 해병대 사령관으로 대장 예편한 정광호(81) 퇴역장성이 기흥읍 고매리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을 비롯·△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김 훈 중위 사망사건’의 당사자 고 김 훈 중위 아버지이자 군단장(육군 중장) 출신인 김 척(60) 퇴역 장군이 기흥읍 고매리에 살고 있다.

행정계통에선 임창렬(59) 전 경기도지사가 눈에 띈다. 수지에 살고 있는 그는 중앙부처 경제관료 출신으로 외환위기 당시 경제부총리로 널리 알려졌으며 최근 언론매체인 뉴시스 회장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 예술인 이외에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 바로 용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소설 토정비결〉 〈천년영웅 징기스칸〉 〈당취〉 〈부자〉 등 다수의 작품을 쓴 이재운씨(46)는 원삼면 두창리 용수마을에 집필실을 두고 마평동에서 10년 넘도록 살고 있다.<인터뷰 참조>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으면서 양지면 한터에 ‘한터 산방’이란 집필실을 두고 있었던 작가 박범신씨(57)는 절필한 것으로 알려진 93년부터 이 곳에 머물러 왔었다. 특히 그는 문화일보에 인기리 연재되었던 〈용인이야기〉를 통해 막개발에 시달리는 용인의 부정적 이미지와는 다른 면을 보여주는데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밖에도 △이상학씨(62·화가·원삼면 고당리) △진철문씨(47·조각가·모현면 갈담리) △김진희씨(서예가·이동면 덕성리) △박수자씨(시인·마평동) 등이 이미 용인 문화예술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해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나

△성태훈(남·73·기흥읍 고매리) 전 충남경찰서장 △조일영(여·37·기흥읍 영덕리) 전 수원지법 판사/ 현 서울지법 판사 △홍충선(남·42·기흥읍 영덕리) 현 경희대 교수 △윤성중(남·72·기흥읍 고매리) 6사단장/ 소장예편 △최태순(남·61·기흥읍 보라리) 무형문화재 301호(악기장) △임덕재(남·45·기흥읍 영덕리) 현 홍익대 교수 △박경윤(남·64·기흥읍 영덕리) 현 경희대 교수 △정광호(남·80·기흥읍 고매리) 전 해병대사령관/ 대장예편 △독고찬웅(남·70·구성읍 동백리) 향린공영회 이사장 △최일옥(여·56·구성읍 동백리) 소설가 △손승호(남·61·구성읍 동백리) 시민단체(NGO) 대변지 시민신문 부사장 △이우윤(남·54·구성읍 동백리) 변호사 △송빈수(남·59·모현면 동림리) 홍익대 미대교수(산업미술대학원장) △이규홍(남·51·모현면 매산리) 동국대 임학과/ 99신지식농업인 선정(농림부) △권대복(남·70·이동면 묵리) 전 평통자문회의 금천구협의회장 △정태훈(남·69·원삼면 죽능리) 서울대 발전추진자문위원 △임성재(남·61·원삼면 학일리) 서울지검공판부장검사/ 현 변호사 △박희천(남·52·원삼면 죽능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자원경제학회 부회장 △이상학(남·61·원삼면 고당리) 한국미술협회서양화분과회원/ 국제조형예술회원 △김창수(남·68·원삼면 사암리) 대전지방국세청장 △전병규(남·76·백암면 박곡리) 육군준장예편 △유민자(여·60·백암면 박곡리) 경기무형문화재12호 옥로주 비법 전수장 △권영우(남·76·양지면 송문리) 서울대 교수/ 화가·예술회 회원 △윤익선(남·48·역북동) 용인대 교수 △양진방(남·45·역북동) 용인대 교수/ 흥사단 체육분야위원장 △김천중(남·44·역북동) 한국관광경영학회 부회장/ 현 용인대 교수 △백범영(남·41·역북동) 두레문화기행연구위원/ 현 용인대 교수 △박미령(여·49·역북동) 한국시조문학회 회원/ 현 용인대 교수 △이병옥(남·55·삼가동) 중요무형문화재 제49호 송파산대놀이 보존회장/ 현 용인대 교수 △백병주(남·48·삼가동) 용인대 교수 △홍영기(남·68·유방동) 제주도지사 △한재용(남·38·풍덕천동) 서울대 교수 △박규선(남·63·풍덕천동) 육군소장예편/ 현 재향군인회 간부 △김상길(남·61·풍덕천동) 미 남가주대/ 육군소장예편 △김서운(남·74·풍덕천동) 서울대/ 육군준장예편 △홍상은(남·55·죽전동) 순천향대 교수 △김종옥(남·61·죽전동) 배재대 공과대학장 △곽동해(남·43·죽전동) 동국대 교수 △황도윤(남·60·죽전동) 한림대 주임교수 △손기정(작고·90·풍덕천동) 육상연맹회장/ 대한체육회 고문 △정선경(여·31·신봉동) 탤런트 △구자영(남·49·풍덕천동) 단국대 교수 △문경은(남·31·죽전동) 인천SK빅스 농구선수 △안병근(남·40·상현동) 용인대 무도학과 부교수 △윤동환(남·34·상현동) 탤런트 △이병헌(남·32·죽전동) 탤런트 △이기찬(남·23·풍덕천동) 가수 △윤 관(남·67·구성읍 보정리) 전 대법원장 △신영국(남·66·구성읍 보정리) 전 철도청장 △금동준(남·56·구성읍 보정리) 전 경기경찰청장 △황영시(남·76·구성읍 보정리) 전 감사원장 △이재달(남·62·구성읍 보정리) 현 국가보훈처장 △서재관(남·56·구성읍 보정리) 인천지방검찰청장 △이정규(남·47·포곡면 영문리) 기획예산처 예산관리국 제도관리과장 △김성규(남·54·모현면 왕산리) 현 국정원과장 △이규택(남·성복동) 한나라당 원내총무 △여홍구(남·68·성복동) 건교부 중앙위원 △김인호(남·60·성복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영효(남·65·성복동) 전 국세청 개포세무과장 △장진성(남·59·성복동) 전 서울지검 공안부장 △이규호(남·28·상현동) 현 인천지방법원 판사 △김대환(남·60·성복동) 전 서울고등법원장 △장동규(남·54·상현동) 건설교통부 기획관리실장(1급) △박준규(남·40·고림동 피렌체 아파트) 영화배우 △김지영(여·30·수지) 탤런트 △이하원(남·47·수지) 개그맨 △이정길(남·59·수지) 탤런트 △박 환(남·45·풍덕천동) 수원대 사학과 교수/ 독립기념관 연구위원 △임창열(남·59·풍덕천동) 전 경기도지사 △이재운(남·46·마평동) 전 한국출판정보센터 대표/ 현 소설가 △박범신(남·57·양지면 대대리) 명지대 교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장 △구자무(남·63·상현동) 국전 특선2회/ 서예가 △진철문(남·47·모현면 갈담리) 서예가/ 용인미협 전 지부장/협성대 강사


[인터뷰] 소설가 이재운
“용인 떠날 마음 없다”

-언제, 어떻게 오게 됐나.
“1990년경이다. 이곳에 오게 된 것은 싱거운 얘기가 될 지 모르지만 강아지도 키우고 싶었고 전원생활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용인은 활동권인 서울에서 가깝고 동시에 고향인 청양에서도 접근하기가 좋은 곳이다.”

-용인에 살면서 좋은 점은.
“공기가 좋고 시간이 천천히 가서 좋다. 더구나 계절과 기후 변화를 몸으로 느끼기 때문에 감수성을 자극한다. 문학적 상상력을 키우고 마음을 다스리는데 특히 좋다.”

-아쉬운 점도 없진 않을텐데.
“특별히 아쉬울 것은 없다. 다만 용인엔 향유할 수 있는 문화가 미흡하고, 용인다움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용인하면 식당, 골프장, 유명 놀이시설이 떠올려진다. 갈곳이 마땅치 않다.”

-지역사회와 교류할 의사는 없나?
“안성을 포함한 인근에 거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은 자신이 사는 곳을 자연스럽게 밝히는데 비해 용인 거주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길 들었다. 인근 지역에선 직업적 작가를 포함한 예술가들이 지역사회에 뿌리 내린 문화예술가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용인은 별로 그렇질 못한 것 같다. 함께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다.”

-계속 용인에 머물 계획인지.
“아이 교육문제 등으로 집은 옮길 지 몰라도 작업실을 옮기고 싶지는 않다. 용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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