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움의 한편에는 굶주림에 허덕이는 우리 이웃들이 있다.

거동조차 불편한 몸으로 홀로 사는 노인들,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과 행려병자들이 모여 사는 비인가시설은 하루 끼니를 날마다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먹거리를 제공받아 나눠주는 푸드뱅크(전화 국번없이 1377/334-7901)가 지난해 4월 용인종합사회복지관(관장 최영욱)에 마련되면서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시민의식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복지관 푸드뱅크에 음식을 기탁하는 개인이나 업체는 한 달에 대략 30여곳. 주로 식품제조업체와 식당, 제과점, 학교 급식소 등에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중 정기적인 기탁처는 10여 곳이고 대부분이 1회적 또는 간헐적으로 음식 제공을 의뢰하고 있는 상태다.

푸드뱅크를 통해 접수된 식품은 복지관에서 돌보고 있는 57명 독거노인과 관내 비인가시설, 농촌지역 경로당 등 모두 80여 곳에 배달되고 있다.

먹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상품가치가 떨어져 팔지 못하는 식품과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들, 급식소에서 배식하고 남은 음식들을 수령해서 일일이 배달하는 것이 푸드뱅크의 역할.

이웃과 음식을 나눠먹는 우리 고유의 따뜻한 전통을 살리고 음식낭비로 인한 환경오염 자원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데서 푸드뱅크는 지역공동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유통기한과 위생을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신속한 배달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시민의식 부족으로 때때로 관계자들이 곤혹을 치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수지지역 한 제과점으로부터 빵을 제공받은 담당자들은 대형 검은 비닐봉투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유통기한을 한참 넘긴 딱딱하고 곰팡이 핀 빵들이 담겨 있었던 것. 생물 오징어 40박스를 받아 그대로 묻어버려야 했던 기억도 있다. 한 시간 이상을 달려가서 기껏 운반해온 오징어가 포장을 뜯고 보니 모두 부패해 썩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기탁하는 사람에 따라 깨끗이 손질하고 포장해서 음식을 직접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푸드뱅크의 일손이 모자라다보니 이같은 기탁자가 가장 고마울 수밖에 없다.

먹거리를 제공받는 쪽의 인식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음식쓰레기 처리로 오인, 거부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제는 푸드뱅크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오히려 수요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최영욱 관장은 “독거노인만 해도 작년 통계로 용인지역에 2만8000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노인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여서 푸드뱅크의 확대가 절실하다”면서 “실제로 현장에 있다 보면 고기 한 번 먹는 것을 소원하는 노인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만큼 굶주림에 지친 이웃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푸드뱅크에 대한 시민의식이 성숙되면 푸드마켓도 운영할 계획이다. 푸드마켓은 밥과 반찬 등 남은 음식을 소포장해서 일반인들에게 100원 단위 작은 금액에 판매하는 것. 수원 광명 고양 등에 문을 연 푸드마켓은 아파트 단지 등 핵가족 중심지역에서 호응을 얻으면서 상설매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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