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긴 채 문화원장 선거는 끝이 났다. 그러나 이를 치유하는 가장 빠른 길은 용인문화원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착실한 개혁방향을 잡아가는 것일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17일 홍재구 13대 문화원장 당선자를 포함한 용인문화 관계자들과 기획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는 자신의 의견만을 밝히는 인터뷰 형식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홍 당선자의 뜻에 따라 형식을 배제했다. 식사를 곁들여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날 좌담회 내용을 간추려본다.


우: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문화원장 선거가 결국 과열과 혼탁으로 얼룩졌습니다. 선거과정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요.

당선자: 선거 당일 대의원 앞에서도 밝혔지만 참담하고 부끄러운 심정이었습니다. 문화원은 선거문화조차도 앞에서 이끌어가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사람 중 하나여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다만 저는 애초부터 경선 출마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임기 말이 가까워 오면서 지역 언론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오르내렸고 때 마침 잠시 외도했던 정치 쪽에서도 사실상 접어야 되는 시점이었던 거죠. 나보고 정치인 출신이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많은데, 기회가 오면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홍: 문화원장이 경선으로 치러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대부분 다른 지역에선 추대형식으로 문화원장을 선출합니다. 저는 이번 선거과정에 개입할 입장은 아니었지만 문화가족의 일원으로써 단일화 방식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관철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지만 여러 후유증을 감안할 때, 관련 정관을 손질해야 할 부분으로 봅니다.

정: 경선이든 추대형식이든 방식문제이기 보단 정당한 절차와 규정을 준수하면서 다수의 뜻을 따라가려고 하는 모습이 아니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회원 자격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잡음 같은 것이 단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몇몇이 움직이는 문화원 돼선 안돼

우: 문화원 개혁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 과제에 대해 대략적인 틀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 필요할 것으로 보는데요.

당선자: 저는 용인문화원에서 20여 년을 이사와 부원장으로 있었어요. 나름대로 문화원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를 비판하는 것보다는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얘기하는 것인 만큼 오해가 없기를 일단 바랍니다. 상당기간 동안 문화원은 특정인 몇 몇에 의해 움직여 왔다는 것이 문젭니다. 즉 공적 기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는 거죠. 일을 독자적으로 추진해놓고 사후 보고하는 형식이었어요. 가령 읍지를 만든다고 할 때, 편집 기획안과 함께 예산안을 이사회에 상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적정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진들이 다방면으로 뛸 수 있는 거지요. 그런데 책까지 다 만들어 놓고 결산과정에서 얼마를 빚졌다고 사후 보고합니다. 조직으로 굴러가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개인 중심으로 운영됨으로 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전국에서도 드물게 자체 건물과 자산을 갖고 있는 용인문화원이 몇 천만원씩 빚을 졌다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공식 라인을 무시한 즉흥성과 독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저는 보고 있어요. 결국 제가 개선해야 할 점도 이런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개혁특위, 5∼7명선에서 구성

홍: 용인문화원 개혁(발전) 특별위원회(이하 개혁특위) 설치의사를 밝히셨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가지고 있는 것인지요?

당선자: 어떻게 보자면 앞으로 문화원을 바로 잡아 나가는데 있어서, 그 방향과 가닥을 잡는 역할, 즉 기본 설계를 특위에서 해 달라는 겁니다. 물론 문화원장으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지만 용인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참여해서 골격을 짜고 저는 단지 자유로운 활동이 침해되지 않도록 방패막이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정: 인적 구성의 범위와 활동 시기 그리고 방향까지도 밝혀 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선자: 구성 범위는 많게는 7명이나 5명 선에서 구성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봅니다. 인선 원칙은 내가 일부를 추천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추천하는 방식이 좋겠어요. 활동 시기는 취임 전까지 움직여서 그야말로 나와 문화원이 앞으로 수행해 나가야 할 과제와 방향을 잡아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제도 개선 차원에서 정관 손질이 필요할 겁니다. 현재 회원 규정부터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두 번째는 인적 구성 개선입니다. 우선 사무국이 강화돼야 합니다. 현재 인력으론 앞으로 백만명까지 내다보는 용인시의 문화원 기능을 다 할 수 없을 겁니다. 사실 오늘 시장님과도 만나 예산문제와 함께 실무진 보강방안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습니다. 이사진 구성도 지금과는 다른 방식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정: 대안차원에서 보면 지역 대표성을 수용해 지역적 문화소외를 방지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직능별 대표성을 가진 인사들을 이사진으로 보강해 문화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선자: 이전에 체육계 일을 할 적인데, 당시 개인자격으로 들어온 이사는 50만원, 기업이사는 100만원, 체육인 출신 이사는 돈을 안 내도록 했습니다. 현실을 반영한,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원은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이사도 필요하지만 문화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진 이사진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홍: 문화원은 결국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 중심 축을 형성하는 문제는 중요합니다. 최근 사회변화 흐름을 보면 연령적으로 40대, 50대가 주축이 되고 30대 또한 그 비중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역사회는 물론 문화원 역시 이런 흐름을 반영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당선자: 이번 특위를 구성할 때도 그런 점을 참작했으면 좋겠네요.

우: 인적 재구성과 관련, 가장 말이 많았던 것이 정치인 출신이거나 정치적 색깔이 강한 사람들의 문화원 참여문제입니다. 정치인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정치적 논리와 목적으로 인해 오염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거든요. 이번 기회에 불식시켜야 할 중요한 부분으로 시민들은 인식하고 있는데요.

당선자: 저도 정치권에 잠시 외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갈 때는 문화원 부원장직을 사퇴했었고, 이번에 문화원으로 올 때는 당적을 버렸습니다. 저는 이후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문화원장 직을 이용하거나 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겁니다. 나이로 봐도 다시 어떤 꿈을 꾸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후배들이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데 오히려 노력할 생각입니다.

홍: 정당인이 직접 참여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봅니다. 문화마인드를 갖춘 사람들을 의회에 진입시켜서 문화예술계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이천시의 경우도 문화원 관계자를 의회에 입성시켜 부의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문화원에 직접 적을 두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봅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시민정서라고 봅니다.


문화예술 협의체 필요…참여하는 문화원 돼야

우: 사업영역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죠. 세세하게 점검할 문제는 아니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그간 사업이 비판을 받는 것 같습니다. 우선은 연대 사업이 부진하다는 겁니다. 예총과의 대립적인 양상이 그렇고 국제교류까지 생각해 볼 단계가 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당선자: 제가 총회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그런 차원인 거죠. 문화원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문화원만이 용인 문화와 예술의 대표기관을 자임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예총과 싸울 이유도, 시와 갈등을 빚을 이유도 없고 불필요하게 싸워선 안됩니다. 예총을 비롯한 문화예술 단체간 서로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아예 가칭 ‘용인 문화발전 협의회’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정: 용인시가 현재 중국 양주시와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화교류는 사실상 없는 상태입니다. 양주시는 한국의 광주처럼 ‘예향’으로 뽑히는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용인의 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국제 교류에 문화원도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당선자: 시와 협의를 거치는 것을 전제로 추진해 보는 게 좋겠어요.

홍: 대학과의 연대 역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천을 비롯한 외지에서 용인을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가 인적 자원입니다. 여러 대학과 고급인력이 있습니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문화사업에 끌어들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우: 문화예술 진흥기금에 대한 구상은 어떤 것인지요.

당선자: 현재 체육계와 교육계는 진흥기금이 조성돼 있습니다. 21세기가 문화의 세기라고 말하면서 문화예술 관련 기금이 없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더구나 문화 예술 관계자들은 특히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창작·공연·학술활동을 지원할 기금조성에 착수하는 것 역시 제가 있는 동안 해야 할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 정리 말씀을 해 주시죠.

당선자: 저는 총회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무엇보다 독선적으로 하지 않을 겁니다. 오늘 같은 자리를 통해 모아지는 의견을 그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조율하고, 집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울타리가 돼 주면 되는 것입니다. 단지 저는 여러분들이 문화원을 맘껏 활용해 일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 드리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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