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해가 바뀌면 한해의 운세를 점쳐 좋으면 좋은데로, 나쁘면 조심스런 행동거지로 액운을 막는 풍습이 전해져 왔다. 사실상 계미년 양띠 해를 시작하는 것은 음력 정월 초하루에 해당하는 설날로부터 시작된다. 본지는 계미년을 열면서 자신의 운세를 짚어보고, 더불어 국내인을 비롯한 세계 유명인들의 한해 운세를 미리 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이 지면은 용인에 거주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재운 선생이 〈월간조선 신년호〉에 특별기고 했던 글을 글쓴이의 허락을 얻어 축약 게재함을 밝힌다. -편집자-



계미년, 격렬한 변화 가능성…

2002년은 계미년이다. 계미년의 정의는 목성(木星)이 28수(宿)의 정(井) 8도 34분 94초에서부터 순수( 首)의 차(次)를 지나는 시기다. 이 구역을 가리켜 12지지(地支) 상의 분류로 미(未)라고 하고, 그것을 다시 양(羊)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달력으로 말하자면 2003년 2월 4일부터 2004년 2월 3일까지 365일간이다. 적도 12차(次)의 어느 구역에 들어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처음 천문학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이 12차는 단순히 해(年)를 구분하는 용어로만 쓰였다.

그러던 것이 주나라의 전국(戰國) 시대에 이르러 12차에 음양오행이 배속되고, 후한(後漢) 시대에 이르러 하나하나 성격이 지워졌다.

그렇게 하여 자(子)는 쥐, 축(丑)은 소라는 식으로 열두 동물이 배속되고, 나름대로 그 해의 성격이 통계적으로, 혹은 경험적으로 정리됐다. 나중에 이것을 토대로 명리(命理) 즉 사주라는 학설이 뻗어나갔지만, 그 신빙성은 거의 없다.

다만 동양 천문학에서 규정한 기본적인 12차의 성격이 실제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따라 왕이나 황제는 행동거지를 조심했고, 이를 가리켜 제왕학(帝王學)이라고 했다. 이것을 필자는 바이오 코드라는 새로운 이론으로 핵심을 추출해냈는데, 이 글의 기본 논리는 이 바이오 코드에 근거하는 것이다.

즉 임오년 2002년 같은 경우 오(午)의 캐릭터는 실용적이고, 활동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을 정치적으로 말하면 개혁이 되고 진보가 되며, 그 반대는 보수요 안정이 된다. 일반적인 개념으로는 어쨌든 실익(實益)이 중요하지 명분이나 원칙 같은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 한 특징이다. 새 대통령 노무현의 억세고 투박한 듯한 말투가 먹혀든 것이 그 반증이다. 사실보다는 실리(實利), 이성보다는 감성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해였다는 말이다.

그래서 명분과 기본을 중시하는, 즉 생년(生年)이 자년(子年)이거나 생월(生月)이 자월(子月; 양력 12월)인 사람들은 2002년을 지나면서 크고 작은 세상의 도전을 받아야만 했을 것이다. 이들은 아마도 천박하고, 무식한 광풍(狂風)의 한 해로 2002년을 회상할 것이다.

이제 2002년은 지나갔고, 문제는 2003년이다.
양의 해인 미년(未年)은 말의 해보다는 훨씬 더 격렬하기도 하고 어느 면에서 안정적이기도 하다. 2002년을 광풍(狂風)에 비유한다면 2003년은 지진(地震)이나 화산(火山) 폭발 정도로 볼 수 있다. 지진이나 화산은 그때가 되어야 알 수 있지 미리 감지하기 힘들다. 따라서 쿠데타, 폭동, 전쟁 같은 격렬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이러한 큰 변화가 눈에 보이기 전까지는 태풍 전야처럼 고요하게 느껴질 것이다.


작년 광풍이라면 올해는 지진이나 화산?

하지만 결국 내재해 있던 것이라면 폭발할 것이고, 곪아 있던 것이라면 터질 것이다. 미월(未月)이 바로 여름을 가을로 넘어가게 하는 토기(土氣)라는 점에서 그 특징은 분명히 나타난다. 권위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이 양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양띠들은 직위나 명예보다 실질적인 내용 면에서 존경받고 싶어한다. 즉 정신적인 권위를 누리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은 어쩌면 권위적으로 바뀌고, 때에 따라 비관적, 염세적으로 흐를 경우가 있다. 세상은 아마도 박학다식은 원해도 전문적인 것은 원하지 않을지 모른다. 한 가지를 깊이 파고들지 못하고 이것저것 다양한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많다. 사회 각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웬만해서는 남을 존경하지도 않는, 자의식이 몹시 강한 것도 양의 특징이다. 그러므로 타협과 설득, 배려와 용서보다는 결단과 추진이라는 단어가 더 힘을 받을 것이다.

양은 순한 동물이라서 양띠 해에는 딸을 낳아도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구박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속설과는 달리 양의 기질에는 언제나 폭발적인 성격이 숨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양의 해 특징은 억눌렸던 에너지 폭발

이러한 양띠해의 기본적인 특징은 역사적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양의 해로서 가장 가까운 과거는 1991년이다. 이 해는 걸프전이 일어난 것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소련의 군부 쿠데타가 실패하면서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는 경천동지(驚天動地)의 해였다. 국내적으로는 남북한 국제연합 동시 가입으로 냉전 위기가 다소 해소되는 듯했고, 지방자치제가 부활되었다.

1919년 기미년에는 삼일만세운동이 일어났으며, 1907년 정미년에는 이완용과 송병준이 고종의 퇴위를 주장했고, 일본 헌병이 경찰권을 장악했다. 모로코에서 프랑스인 학살 사건이 일어나 프랑스군이 쳐들어갔고, 러시아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났다. 1895년 을미년에는 명성왕후가 시해되는 을미사변이 일어났으며, 동학혁명군 지도자 전봉준이 처형되었다. 콜레라가 만연하여 수천 명이 사망했다. 청나라 북양함대가 일본군에 항복하고, 일본이 대만과 요동을 장악했다. 1883년 계미년에는 인천항이 개항되었고, 청나라와 프랑스가 전쟁을 했다. 1871년 신미년에는 신미양요가 일어나 척화비를 세웠다.


양띠나 양력 7월생, 자신감·안정감 가질 듯

양의 해 특징은 억눌렸던 에너지가 폭발한다는 것이다. 주위에, 사회에, 나라에, 국제 정세 속에 이와 같은 잠재 요소가 있지는 않은지 잘 눈여겨보는 길만이 이러한 사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비결이다. 우리 나라는 동서(東西)와 남북(南北)이 극명하게 분열되어 있어 불안 요소로 잠재해 있는 것이 늘 꺼림칙하다. 북한 핵 문제도 하필 양의 해를 앞두고 터져 나왔다는 것이 썩 좋지 않다.

그러면 2003년에 활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누굴까? 대체로 양띠들이나 미월생 즉 양력 7월생들은 자신감, 안정감을 가질 것이다. 말띠나 오월생(午月生: 양력 6월생)은 유쾌한 기분이 들고, 매사 잘 되어간다는 낙관적인 마음에 들뜰 것이다. 그 증거도 있다. 말띠 오월생인 루이 12세 같은 경우 체포 감금되는 수난을 겪어오다가 이 해에 왕위(王位)에 등극했다.

조선 국왕 문종의 경우 생년이 오(午)인데, 1451년 신미년에 국왕으로 즉위했다. 이처럼 생년이나 생월에 오(午)가 들어가면 일단 2003년은 뜻대로 이루어지는, 혹은 기대한 만큼 좋은 일이 더 많아진다고 보아도 좋다. 다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기도 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자칫하면 안이하게 대응하다 도리어 기회를 놓치거나 화변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김정일 한해 움직임 주목

이런 점에서 북한의 김정일(말띠 인월생)의 한 해 움직임이 주목된다. 그가 만일 지나치게 과신(過信)하거나 지나치게 낙관할 경우 뜻밖의 일격을 맞을지도 모른다. 다만 미국측과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경우 그가 원하던 것보다 더 큰 협력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새 지도자 후진타오(말띠 자월생)는 2002년과 마찬가지로 좋기도 하고, 혹은 부담이 되기도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는 비록 국가 부주석이 되어 중국의 떠오르는 별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그가 헤쳐나가야 할 길에는 암초가 너무 많다. 그가 만일 권력을 즐기려고만 한다면 그 즉시 세상의 응징이 뒤따를 것이다.

미국 대통령 부시(개띠 오월생)로서는 힘을 받는 해가 된다. 또 겨우 한 달 차이의 동갑내기인 한국의 새 대통령 노무현(개띠 미월생)과도 멀리서는 으르렁댈지 몰라도 막상 만나고 나면 이해의 폭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는 사이다. 부시는 어쨌든 이라크와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 기로에 서 있다. 그는 아마도 낙관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려고 할 것이다. 이라크를 공격했을 때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을 더 꼼꼼히 계산할지도 모른다.


쥐띠와 소띠중 양력 12·1월생 주의해야

그러면 2003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누굴까?
대체로 쥐띠와 소띠이고, 자월생과 축월생 즉 양력 12월생과 1월생들이다.

이처럼 양의 해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즉 소띠 축월생 즉 양력 1월에 출생한 사람들은 힘겨운 한 해를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소띠 축월생인 프랑스의 지스카르 데스탱은 1966년 말의 해와 1967년 양의 해에 드골파와 결별하고 독자적인 길로 나섰다. 이처럼 소띠나 축월생(양력 1월)은 격정의 한 해를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원칙과 기본을 생활 신조로 여기는 이들에게 변화와 충격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라크 대통령이나 고이즈미, 박찬호 등의 집념이 꺾일 가능성이 있다. 쥐띠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는다.

자년 자월생인 이인제는 2002년 말의 해나 2003년 양의 해가 되면 에너지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2002년 경선에서 탈락한 것은 시대의 요구에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한 때문이다. 2002년이나 2003년에는 남과 악수할 때 어깨를 조금 더 숙여 정감있게 상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나머지 생년과 생월을 가진 사람들은 때에 따라 약간씩 변화를 보일 것이다. 이라크 대통령 후세인(소띠 진월생)의 경우 2002년에도 미국한테 시달렸지만 2003년은 더하면 더했지 덜 할 이유가 없다. 2002년과는 축오원진(丑午怨瞋)이어 서로 원망하고 성내는 운기였고, 2003년에는 축미충(丑未衝)이라고 하여 격돌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총리 고이즈미 어려움 예상

미국 대통령 부시와는 이미 축오원진의 관계인데다가 2003년의 운기가 그를 노려보기 때문에 어려움이 쉽게 풀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특히 사담 후세인은 1979년 양의 해에 대통령에 취임하는 격변을 겪었지만 역시 1991년 양의 해에도 걸프전이 발발되어 큰 손실을 보았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것이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용띠 유월생)은 좋든 나쁘든 큰 변화가 없을 테지만, 일본 총리 고이즈미(뱀띠 축월생)의 경우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러시아와 일본, 중국은 노무현 대통령과 더 많은 마찰을 빚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국보다 이들이 더 상황을 꼬아놓을 가능성이 더 높다. 푸틴의 허황되고 지나친 요구, 후진타오의 권위적인 대응이 짜증날지도 모르고, 고이즈미는 묵묵부답으로 고집을 부릴 수 있다.

2003년, 귀를 기울이면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성장, 확장, 전진 같은 단어에 매달리지 마십시오. 결과(結果)를 미리 내다보면서 지금 자기 자신을 추스리도록 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곧 무서리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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