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산하면 눈 덮힌 설악산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 등산가가 아니라면 겨울 눈산행지로 잘 알려진 태백산 오대산 계방산 선자령 소백산 제왕산 등을 찾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특히 히프스키(글라이딩)로 내려오는 기분을 감히 누가 알랴. 하지만 그 정도의 산행은 용인에서도 가능하다.

용인의 많은 산 중에서 겨울 눈산을 소개하라면 용인에서 500고지(m)인 말아가리산과 광교산, 시궁산 노고봉을 꼽을 수 있는데, 지면에서는 3개 산만 소개한다. 이들 3∼4개 산을 오르는 것은 아마 앞에 열거한 유명산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용인의 산은 눈이 쌓여 있는 기간이 짧아 눈이 내린 후 빠른 시일에 접급해야 하는 시간적 제한이 있다는 것이 흠이다. 우리나라의 눈산행의 정점은 1월 중순부터 2월 초순까지로 적설량이 많고 쌓인 눈이 녹지 않아 겨울 눈산행에 적기다.


▲용인의 제1봉 말아가리산

말아가리산은 광주의 태화산과 함께 광주산맥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을 정도로 용인에서 가장 높은 산(595m)이지만 광교산(582m) 만큼 잘 알려진 산은 아니다. 말아가리산은 용인시 포곡면 금어리와 광주 경계에 있는 산으로 포곡면 유운리 쪽에서 보면 정상의 바위가 말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해서 지어진 순수 우리말을 가진 산이다.

많은 산행 코스가 있지만 겨울에는 금어2리 근처 쇠내실(마을 산에 철이 많이 난다 해서 붙여진 이름)에서 시작해 정상 그리고 성황당에서 임도로 내려와 하메울 식당까지의 코스가 제격이다.

쇠내실 마을 앞으로 오르면 작은 연못과 잘생긴 붉은 소나무(적송)가 산행의 시작이다. 왼쪽으로 흰색 미루나무와 등산로로 이어지는 곳은 전나무 군락지인데 눈 덮힌 전나무 숲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이국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능선을 따라 고개에 오르면 고개 너머 광주 추곡저수지길이 보이고, 오른쪽에 용인시와 경계하고 있는 용화산 가는 길이 나온다. 왼쪽 길로 2∼3개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정상으로 가는 가파른 길이 나오는데 돌바위가 교차되는 험한 곳이긴 하지만 등산의 맛은 이 곳이 절정이다. 이 길을 벗어나면 태화산으로 이어진 김량고개를 넘는다. 이 고개를 지나면 말아가리산 남쪽 봉우리인 4봉과 마지막 급경사를 오르면 큰 바위봉을 만나는데 이 곳이 말아가리산 정상이다. 정상 북쪽의 흙봉우리에 595m 이정표가 있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눈 덮힌 산하의 모습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다. 운이 좋아 상고대 핀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매우 가파르다. 히프스키를 탈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30여분 쯤 내려오면 성황당이 있었던 고개 안쪽에서 서쪽으로 임도와 마주친다. 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이 있지만 겨울에는 임도를 따라 눈길을 걷는 맛이 제격이다. 옛 농장터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계곡의 운치를 느끼는 계곡수 아래 하메울 식당을 만나는데 이 곳에서 쇠내실까지는 3km 남짓. 대략 3시간 정도 소요되는 산이지만 아기자기하고 볼 것이 많은 산행으로 추천하기에 손색이 없다.


▲수많은 전설 간직한 광교산

5∼6년 전쯤 시루봉이 푯대봉이라고 용인의 향토사학자와 지역언론에서 주장했던 산을 기억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마는 광교산은 용인의 산임에 틀림 없다. 용인의 산 광교산은 해발 582m로 많은 전설을 간직한 용인의 제2봉으로 수원 경계에서 125m 용인땅에 정상인 시루봉이 있다. 수원8경의 으뜸인 적설로 유명한 광교산은 준엄한 자태와 우아한 모습이 산을 찾는 이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준다. 산주 위로 수원이나 용인이나 유흥가가 많은 것도 맑고 깨끗한 물이 많아서이긴 하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광교산을 오르는 코스로는 신봉리 성광기도원 계곡으로 오르면 형제봉과 토끼봉 사이 안쪽에 양지고개가 있다. 고개를 넘으면 하광교동 저수지길 오른쪽에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가 토끼봉인데 요즘에는 비로봉이라고 불린다. 토끼봉을 지나 두 개의 봉우리를 넘으면 시루봉 100m 표지판을 만난다. 그곳을 따라가면 시루봉이 있는데 이 곳이 광교산 정상이다. 시루봉에서 동쪽으로 300m쯤 가면 바위봉이 나온다. 굳이 겨울 산행이 아니라도 이 바위봉에서 보는 수지시가지는 낮에도 멋진 모습이지만 야간 산행 때는 정말 큰 즐거움을 준다. 야경을 보는 것은 광교산 산행의 또다른 맛임에 틀림없다.


▲용인의 지리산 시궁산

선녀가 목욕하던 시궁에서 유래됐다는 용인의 지리산 시궁산. 이동면 묵리 시미리 덕성리 등 3개 리에 접해 있는 시궁산은 시에서 벌써 여러해 전에 등산로를 만들었고 월간산 2001년 10월호 이우봉 선생의 실버산행으로 소개된 바 있는 산이다. 또 이동면의 자랑인 삼봉산(414.7m)과 연계하여 산행할 수 있어 용인의 산 중에서도 길면서 아기자기한 맛을 주는 산행이 된다. 이동면 묵리 굴암에서 시미리로 통하는 길로 오르면 임도가 나타나고 임도를 100m 오르면 오른쪽으로 삼봉산으로 통하는 길을 만난다. 좁은 길은 삼봉산 첫 봉까지 이어진다. 첫 봉의 벤치는 쉼터다. 2봉 정상에 외로운 묘지가 있고 3봉 주봉은 500평은 됨직한 헬기장이 나오는데, 눈 덮힌 헬기장에서의 놀이와 기념촬영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물론 전망도 좋다.

남동쪽에서 심봉산을 동생 보듯 내려다 보는 웅장한 산이 시궁산이다. 삼봉산에서 안부까지는 암벽 등으로 가파르다. 특히 눈길을 조심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안부에서 수녀원으로 하산로가 있고 반대 쪽은 화산CC가 나온다. 계속 앞으로 오르는 길은 시궁산까지 길며 힘들다. 시궁산 정상 앞에 헬기장에는 갈대 숲이 있고 이 곳에서 어비리저수지의 낙조를 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떤 이는 ‘저무는 붉은 해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인생이 저 해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금 뒤를 돌아보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상에 돌탑이 있고 이정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미리내로 통하는 등산로가 나온다. 정상에서 서북쪽으로 통하는 하산길은 경사가 심하지만 눈과 함께 놀기도 좋은 곳이다. 쉼터에서부터 내려오는 길은 완만해 등산의 마감을 편하게 해준다. 등산이 끝날 때쯤 물레방아 쉬는 작은 식당에서 빈대떡과 동동주를 즐기는 것도 겨울 산행의 별미일 듯 싶다.

글 이제학(용인의 산수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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