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生居鎭川 死葬龍仁」 구절이 나타나고 있는 성해응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의 <명오지(名塢志)>


그동안 용인지역의 대표적인 상징어라 할 수 있는「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葬龍仁)」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어 애태웠던 것이 사실이다. 필자 역시 이제까지 구전으로 전하는 이야기만 거론하여 추정하였다. 필자는 1972년도 이후 줄곧 「생거진천 사거용인」전래담을 수집하여 정리해 왔으며, 이를 《내고장 옛이야기》(1980) 《용인라이프》(1986) 등에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한참 뒤인 2007년도에 <용인의 명가-전주최씨 평도공파>를 게재하면서 이 전래담과 관련하여 평도공(平度公) 최유경(崔有慶)의 효행담을 소개한 바 있다. 2010년도에는 용인향토문화연구회 학술대회에서 < ‘생거진천 사거용인’ 전래담의 연원과 의미망>이란 논문을 발표하였다.「생거진천 사거용인」전래담의 연원을 실제 인물의 효행담에서 구축하였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때에도「생거진천 사거용인」의 출처를 밝히지는 못하였다. 연구과제가 남아 있던 셈이다.

2013년도 들어와서 시작한 용인관련 고문헌 자료를 국역하면서 「생거진천 사거용인」의 출처를 발견하는 행운을 얻었다. 성해응(成海應: 1760~1839)이 지은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에 <명오지(名塢志)>라는 글이 있는데, 여기에「生居鎭川 死葬龍仁」이란 구절이 있다.

 

옛 문헌에 구체적으로 수록

“용인의 금령촌은 현 동쪽 30리에 있다. 푸른 시내와 땅이 비옥하여 경작하기에 마땅하다. 장시가 있는데 재물을 벌기에 충분하다. 진천읍촌은 큰 하천에 붙어 있으며, 들이 매우 평편하여 벼를 심기에 마땅하여 흉년이 들어도 수확이 적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잊기에 충분하다. 사인들이 이르기를  ‘살아서는 진천에 거하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힌다.’하였는데, 진천은 비옥한 토지가 많고, 용인은 아름다운 산기슭이 많기 때문인 것이다.” 

龍仁之金嶺村。在縣東三十里。緣溪地沃宜耕稼。賓旅輻湊。有塲市。可資貨財。
鎭川邑村臨大川。野甚平衍。宜稉稻。可以忘歉荒。土人謂生居鎭川。死葬龍仁。鎭川多肥土。龍仁多佳麓故也。<硏經齋全集外集, 卷六十四/雜記類/名塢志/ 278_178a>

<명오지(名塢志)>라는 글을 지은 성해응은  조선 정조 때 규장각 검서관으로 활동한 학자이다. 호가 연경재(硏經齋)이다. 그의 문집인《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은 150여 권의 방대한 저술로 성해응의 학적 역량과 기록에 대한 강렬한 의지의 소산물이다. 방대한 분량도 분량이지만, 18~19세기의 학문과 사상, 문학, 역사, 지리, 서화, 고동(古董) 등 그야말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백과전서식의 저술로 자료적 가치가 크다.
한편, 「생거진천(生居鎭川)」이란 구절은 <우가정상량문(又佳亭上樑文)>에도 나온다.

나의 본가는 가곡에 있는데 선친께서 두 번째 고향으로 점쳐 놓은 곳이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살아서는 생전에 거처한다.(我本家在佳谷。先占二鄕。人言生居鎭川)’라고 한다. <嘉梧藳略册十/月城李裕元景春著/ a_315_372c>

전래담의 본질은 ‘효행’

 

▲ 예원무용단이 용인시 여성회관 큰어울마당에서 <생거진천 사거용인>을 주제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일단,「생거진천 사거용인」이란 말이 고문헌에도 구체적으로 수록되었으며, 조선 정조 시대에도 널리 알려져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성해응은 사인들의 말을 빌어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란 말이 생기게 된 것은 “진천은 비옥한 토지가 많고, 용인은 아름다운 산기슭이 많기 때문인 것이다.”고 하였다. 지리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의 이같은 설명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구전되고 있는 것이다.  

「생거진천 사거용인」전래담은 용인, 진천 사람은 물론 전국적으로 알려진 이야기이다.
‘생거진천’ ‘사거용인’이 별도로 전승되는 전래담이 아닌데도 진천에서는 ‘생거진천’을 브랜드화하여 홍보하고 있다. 반면, ‘사거용인’의 경우는 용인시가 ‘사거지’로 각인되는 점을 우려하여 꺼려하고 있다. 일부 부동산 업자들은 이 전래담을 근거로 진천은 양택지로, 용인은 음택지로 가장 좋은 곳임을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거진천 사거용인」전래담의 본질이 퇴색해진 것이다.


▲ 용인의 전설이 실린 책들


이 전래담의 본질은 ‘효행’에 있다.  기존 전래담은 세 유형으로 분류되지만 모티프는 한결같이 ‘생거’ ‘진천’ ‘사거’ ‘용인’ ‘이복형제’ ‘송사’ ‘판결’이다. 테마가 ‘효행’임은 확고하다. 기존 전래담의 구성원이 2명의 아내(또는 남편), 동명이인, 이복형제인데도 화목이나 우애를 강조한 에피소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형제간의 송사까지 발생하고, 군수(원님)의 판결로 갈등이 해결된다. 판결의 내용은 바로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다. 판관은 이복형제들의 효행심을 가상히 여겨 기회균등이란 원칙으로 처결한다. 명분과 예제(禮制)보다는 효행을 우선하는 판결임을 알 수 있다. 효행을 양보하지 않으려던 이복형제간의 갈등은 오히려 귀감이 될 수 있기에, 구비전승 되는 것이다.「생거진천 사거용인」 전래담의 본질이 여기에 있음을 다시금 강조한다.


강남대에 용인학 강좌를 개설, 강의해 온 홍순석 교수는 올해 주요사업으로《용인600년 사료집》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수년간 300 여종의 고문헌 자료에서 용인관련 자료를 채록하였으며, 현재 국역작업에 착수하였습니다. 그같은 작업의 낙수(落穗)를 정리하여 <옛문헌 속의 용인>을 집필, 본지는 이를 60여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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