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로부터 대선까지 온 한반도를 들썩이게 한 선거바람, 그리고 월드컵 열기로 뜨겁게 달구어졌던 2002년 한 해가 어느덧 저물고 있다 유난히 숨차게 달려온 한 해, 용인지역에 불어닥친 변화의 물결도 그 어느 때보다 거셌다.

우선 신임 지자체장 선출과 도의원·시의원 증원, 여성시의원 탄생 등이 가장 가시적으로 나타난 변화. 정치적인 면모뿐만 아니라 지역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의 결속력이 강화된 것도 올해 드러난 특징이다.

이같은 변화의 시기를 맞은 용인이 향후 진일보한 역사의 자취를 남기기를 기대하면서 본지는 올 한 해 지역에서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던 사안들과 쟁점으로 부각됐던 문제들을 모아 2002 10대 뉴스를 선별했다.



지방선거 출마자 역대 최대

6·13지방선거는 거대도시로 변모하는 용인의 변화를 가장 실감나게 드러냈다.

도지사 시장 도의원 시의원을 선출한 이번 선거에서 도지사 출마자를 제외하고 용인지역 선거와 관련된 입후보자만 64명으로 역대 가장 큰 선거 규모를 드러냈다. 의석 수도 늘어 도의원 2명에서 4명으로, 시의원 역시 14명에서 7명이 증가한 21명이 탄생했다.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 지역은 역시 인구유입이 큰 수지·구성지역. 두 곳을 합해 2명에 불과했던 시의원 수가 10명으로 대폭 늘었다.

의석 증가에 따라 입후보자가 난립, 뜨거운 선거전이 펼쳐졌으나 반면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은 결국 46.2%라는 저조한 투표율을 남겼다. 이는 98년 지방선거 55% 투표율에서 무려 10% 가량 하락한 수치로 때마침 불어닥친 월드컵 열기와 정치 무관심이 맞물려 빚은 최악의 기록이었다.

올해 처음 실시된 정당투표에서는 전국적으로 나타난 양상과 동일하게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누르고 두 배 이상의 지지표를 얻어 여권세가 강한 용인의 지역색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사상 첫 여성시의원 탄생

올 지방선거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결과는 여성시의원의 탄생. 역사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시의회에 진입하지 못했으나 이번 선거에서 한꺼번에 3명이 선출, 지방자치 개혁 원년의 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이번 선거에서 시의회에 입성한 박순옥 조선미 주경희 시의원은 특히 기흥 수지 등 도시화로 탈바꿈하고 있는 지역에서 당선, 변화하고 있는 다양한 욕구를 유연하게 수렴해 줄 지역 일꾼으로 유권자들이 여성리더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더욱이 전국에서도 보기 드물게 여성시의원이 3명이나 당선된 것은 향후 여성들의 지역 정책 참여 및 정치활동에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여성시의원들이 시의회에 입성하면서 여성정책, 보육, 교육, 환경 등에서 발전적인 변화가 모색될 것이라는 전망도 갖게 했다.


축산농가 울린 구제역

지난 5월 불어닥친 구제역은 올 한 해 가장 최악의 뉴스로 꼽힌다. 5월3일 안성에서 첫 발견된 구제역은 일주일만에 백암으로 번져 5일간 백암면 일대 6개 농장을 강타했다. 잠시 소강상태를 빚었던 구제역이 이번에는 원삼면으로 건너가 20일경 재발생 하면서 축산농가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전염성이 강한 1급 가축전염병인 구제역으로 도살 처분한 가축만 4만8600여 마리. 59개 농가의 농민들은 자식처럼 키우던 돼지를 생매장하고 일손을 놓아야 했다. 구제역 발생지역과 인근 지역에 이동제한이 실시되면서 축산단지는 온통 소독약을 뒤집어쓴 채 전쟁이 훑고 간 듯이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농심을 울린 이 구제역은 발생 97일만인 8월6일 이동제한이 전면 해제되고 지난 11일에는 마침내 혈청 검사를 거쳐 축사에 대한 돼지 재입식이 시작, 이들 농민들은 비로소 양돈업에 복귀하게 됐다.


주민자치센터 본격 가동

2002년 새해 벽두부터 용인에서는 주민자치시대가 활짝 열렸다.

읍면동의 행정기능을 축소하고 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시설로 전환, 각종 프로그램과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주민자치센터는 1월 중앙동에서부터 출발, 남사면 유림동 역삼동 동부동 포곡면 등으로 확대됐다.

행정기구 축소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컸으나 주민자치센터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주민들의 문화욕구 충족과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랑방 공간으로써 자리매김 되고 있다.


6월 월드컵 열풍, 그 함성

이 땅의 6월을 뒤흔든 월드컵 열풍은 용인에도 불어왔다. 예선과 16강 8강 4강을 거치면서 월드컵의 열기는 대한민국 국민을 한 덩어리로 묶었다. 한국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붉은 악마 유니폼과 태극 무늬 장식이 거리를 뒤덮었다.

이탈리아와 8강전을 펼쳤던 6월18일, 대형스크린을 마련한 용인종합운동장에는 개장이래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관람석은 물론이고 운동장까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응원의 열기는 뜨거웠다. 열기가 더해 갈수록 시민들은 집안에서 보던 TV앞을 떠나 아파트단지나 동네 학교 운동장에 대형 멀티비젼을 설치하고 함께 모여 목청껏 응원하며 월드컵 경기를 관람했다.

태극전사들의 승전보가 울리는 날은 용인시내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축하 인파가 넘쳐 났다. 일부 시민들은 차량을 몰고 나와 군중이 외치는 “대∼한 민국” 구호에 맞춰 “빵 빵∼빵 빵빵” 경적을 울렸고 축제 분위기는 정점에 달했다.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고 월드컵의 위력을 실감한 여름이었다.


용인시의 난개발 제동

마구잡이 개발로 지탄을 받았던 시가 처음으로 난개발 제동을 걸고 나서 이번에는 시민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시는 공사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도로와 교통대책이 세워지지 않는 한 토지공사에서 조성하고 있는 동백지구 개발계획에 대해 아파트 사업 승인을 내지 않겠다고 명백히 밝혔다. 이와 관련, 19개 건설업체의 아파트사업 신청이 모두 반려됐다. 택지개발촉진법으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개발 주도권을 쥐고 있고 지자체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실정에서 더 이상 마구잡이 개발에 발목 잡히지 않으려는 시의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주민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는 이 달 들어 수지 기흥 구성 일대에 난개발의 주요인이 되고 있는 고밀도 고층아파트를 더 이상 짓지 못하게 하는 ‘도시계획재정비 변경안’을 상정,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의결됐다. 또 교통난을 이유로 신봉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성복지구 아파트 사업승인이 각각 보류됐다.


개발지역 주민단체 속속 결성

개발지역의 교통난과 환경악화 해소를 위해 주민단체가 곳곳에서 결성되고 시민참여운동의 서막이 열린 것도 올해 빼놓을 수 없는 결실이다.

온라인상에서 수지지역 시민활동을 주도해온 수지시민연대가 지난 9월 오프라인을 가동하여 정식 단체로 출범,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전철 연장, 도로 조기 개설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두 달 후인 11월에는 기흥 구성 죽전 주민들이 참여한 ‘서북부 아파트연합’이 발족, 입주자대표 회장 등을 중심으로 주거환경 개선에 나섰다. 이 달 들어서는 지난 5일 죽전을 제외한 수지지역 아파트 주민들이 참여한 ‘수지지역 아파트연합회’가 결성됐다.

이들 주민참여 단체들이 어떻게 현안을 풀어나갈지 2003년도 활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건소 폐기용 백신 접종 파문

10월 들어 관내를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보건소의‘폐기용 독감백신 접종’사건.

이 사건은 본지 첫 보도 이후 큰 파문을 일으켜 시의회 감사까지 받게 됐다. 보건소는 국립보건원이 올해 유행 예측되는 균주로 백신을 만들어 생산하기 이전인 9월에 폐기를 10여일 앞두고 있는 지난해 백신을 집중 사들여 노인과 만성질환자 등 노약자 1800여명에게 투여한 것.

백신의 효과 입증 이전에 보건소의 구태의연하고 무책임한 보건행정에 시민들이 분노한 사건이었다.


특목고·백남준미술관 유치

교육·문화·체육시설 확충에 대한 노력과 관심이 결실을 맺은 한 해였다.

새해 벽두인 지난 1월16일 대한민국 축구 꿈나무를 육성하게 될 용인시축구센터가 원삼면 죽능리에서 기공식을 갖고 건립에 들어갔다. 이후 축구센터는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도에서 인수 또는 지분분배를 요구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1월 시에서 자체 운영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내려졌다.

문화계의 올해 가장 환영할만한 뉴스는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인 백남준의 불후 명작을 집대성하게 될 ‘백남준 미술관’ 용인 유치가 확정된 것. 경기도가 백씨와 직접 계약을 체결, 기흥읍 상갈리에 미술관이 조성될 계획으로 2004년 개관을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와 더불어 도립 국악당을 인근에 건립, 기흥읍 일대가 문화벨트로 조성될 전망이다.

고교 교육의 질적 향상을 열망하는 시민들에게 하반기 들어 확정된 음식과학고와 외국어고 건립은 지역교육 발전에 새로운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특히 한국외국어대 부속 외국어고는 신입생의 30%를 용인 관내서 선발, 전국 최초로 특목고에 대한 지역할당제를 실시하게 돼 전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보육문제 쟁점 첫 공론화

2002년도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보육문제. 여성의 사회참여와 소외 계층을 위한 공보육문제가 지역에서 올해 처음으로 공론화 됐다. 관내 국공립어린이집 5개 가운데 4개가 폐쇄 위기를 맞고 있는 실상이 지난 8월 본지를 통해 집중 보도되면서 시의회 여성의원들을 중심으로 보육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등 대안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으나 올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일제히 공보육 강화를 역설, 국가와 지자체의 보육서비스 확대가 대세임이 재확인돼 추후 관내 보육정책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울러 용인시 보육조례 제정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수용여부가 2003년도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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