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여미게 하는 늦가을. 식욕이 살아나는 이 계절에 맛있고 특색 있는 음식을 찾으며 책이나 잡지 등을 뒤적거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가을은 되살아난 식욕만큼 먹거리 또한 풍부하다. 온 가족의 입맛을 돋우고 건강을 다지려면 가을철 음식은 특정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 보다 가을에 나는 음식을 골고루 제때 알맞게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단풍놀이는 잠시 잊고 깔끔한 백화점의 지하식품 코너나 슈퍼마켓을 서성거릴 필요 없이 가을철 입맛을 당기게 하는 음식을 찾아 용인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그 중에서도 장인정신이 깃들어져 있으며 한 음식에만 정성을 쏟아 온 곳. 그러나 값은 무척 싸고 거기다 맛이 일품이어서 오는 이들의 입안에 군침이 절로 돌게 하는 곳. 계절의 풍성함과 조화를 이루는 그 곳으로 가보자.

#향토먹거리‘백암순대’
‘니들이 순대맛을 알아’

식욕의 계절 가을에는 억지로 굶기보다는 음식을 많이 먹어 체지방을 비축해야 추운 겨울을 대비할 수 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 칼로리 소모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비타민 B와 철분, 단백질이 풍부한 건강식. 무엇 하나 버리지 않고 알뜰하고 맛있게 조리해 먹는 옛 용인 사람의 흔적이 엿보이는 음식. 바로 ‘용인백암순대’이다. 백암 읍내에 들어서면 백암순대를 내건 간판들이 즐비하다.

그 곳을 지나다 우연히 들어간 순대국 집, 맛에 대한 동물적 감각으로 찾아낸 집이다. 백암토종순대전문 ‘제일식당’(대표 박애자·백암면)은 30년 동안 백암순대로 명성을 쌓아왔다. 노린내 없이 진하고 구수하면서 속 풀어주는 시원한 국물이 끝내준다.

백암순대는 용인 고유의 음식으로 백암5일장과 함께 해 왔다.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먹거리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햄, 소시지보다 영양가가 훨씬 뛰어나고 다른 지역과 확연히 구분되는 백암순대. 신선한 돼지창자를 공들여 씻고 선지, 찹쌀, 배추, 무, 시래기 등 갖가지 양념 등 30여 가지를 채우고 여기에 30년 간 지켜온 손맛과 넉넉한 인심이 환상적인 조화를 만들어 가는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젓국 양념에 순대를 ‘폭’ 찍어 입에 넣으면 부드럽고 고소하게 씹히는 그 맛. 느끼한 맛은 사라진다.

이 집 순대 맛의 비결 또 하나는 바로 술국. 순대를 먹으면서 떠먹는 국물 맛은 허한 속을 달래며 몸에 따뜻한 기운을 돌게 한다. 백암순대와 찰떡궁합이다. 또한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는 순대와 내장이 듬뿍 들어간 순대국이 최고이다. 그 깊은 맛에 반해 멀리서 온 사람들로 주말은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잘 익은 깍두기는 이 집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손님들이 깍두기를 싸 갈 수 없냐는 말을 넌지시 꺼내면 인심 좋은 주인 아주머니는 오히려 고맙다며 깍두기를 싸주신다.

이 곳을 찾은 단골손님은 “이남에서 백암순대가 제일”이라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순대국 4000원 백암순대 6000원 깍두기는 공짜. 백암농협 맞은편 ‘제일식당’.

#고향의 맛‘빈대떡’
돼지기름에 지져 구수함 그대로 살려


녹두는 생산성이 낮지만 봄에 파종한 녹두를 9월 하순 또는 10월 초순에 거둬들이기 때문에 가을철 음식으로 ‘딱’이다.

당질과 전분으로 구성된 녹두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영양 만점. 특히 녹두는 각종 독을 씻어내는데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음식물에 중독됐을 때 먹으면 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곡류이다.

쌀쌀한 가을바람 찬 기운을 녹이고 싶다면 녹두빈대떡 냄새가 솔솔 넘어 나오는 작은 선술집으로 가보자.

노릇노릇 구워진 녹두빈대떡, 노란 양은 주전자에 담겨진 막걸리. 여기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두부김치에 젓가락을 들어보면 말이 나오질 않는다. 구수한 맛이 입에 가득해서 먹기 바쁘기 때문에 이야기 할 새가 없다. 잔을 주전자에 기울이면 어느새 추억의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오고 옛 생각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없었지 인생이란 강물 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17년 동안 맛을 지켜온 ‘아리랑 빈대떡’. 주인 아주머니는 “비법을 다 알려줘도 손맛과 정성이 달라서 그 맛을 내지 못한다”며 쉽게 그 비법을 공개했다. 이 집 녹두빈대떡의 비밀은 바로 ‘돼지기름’이다.

녹두 빈대떡은 숭숭 썰어 넣은 돼지고기와 돼지고기에서 직접 짜낸 기름을 소나무 솔에 묻혀 부친다. 그리고 녹두를 절대 아끼지 않는다.

옛날 가마솥 뚜껑에 돼지비계를 둘러 구워 낸 그 맛을 그대로 재현해 어머니가 해주시던 손맛, 고향생각을 느끼게 하는 정겨운 곳이다.

녹두빈대떡 5000원 막걸리 2000원. 신갈오거리에서 신갈파출소 사이 ‘아리랑 빈대떡’.

#없어서 못파는‘고구마튀김’
보기만해도‘꿀꺽’

엄마가 손으로 쭉쭉 찢은 김치를 얹어 주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그릇 째 마셔가며 고구마를 먹었던 기억.

한 소쿠리 가득 담겨진 고구마를 보기만 해도 배불렀던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정겨운 고구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영양간식으로 단연 으뜸을 차지하는 고구마는 다량의 섬유질이 대장을 자극해 변비 예방에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요즘 나온 햇고구마로 만들어져 참을 수 없는 식탐을 자극하고 연노랑의 고운 빛깔이 시선을 잡는 고구마 튀김을 먹으러 가보자.

단군의 도읍지 ‘아사달’(대표 김용기·신갈리). 이곳은 튀김의 도읍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튀김 집과 다르게 고풍스런 인테리어와 튀김을 내놓은 그릇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곳이다.

이 집의 비밀은 튀김기름. 맑고 깨끗한 기름이 튀김색깔을 예쁘게 만들 뿐 아니라 맛도 살린다. 10년 넘게 튀김집을 운영한 김씨 부부는 많이 팔기 위해 절대 미리 튀기지 않고 언제나 이점을 고집하고 있다. 손님들도 오히려 기다리는 것에 짜증내지 않고 이 맛에 반해 자주 찾는다.

고구마를 기름에 튀겨내면 아삭아삭한 고구마 특유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5000원을 넘지 않는다. 튀김을 먹으며 우리가락을 들을 수 있어 더욱 좋은 곳이다.

튀김 1인분 1000원, 떡볶기 2000원. 신갈초 후문 골목가 ‘아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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