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상반기‘러브호텔’난립문제는 지역사회의 큰 이슈 중 하나였다. 양지면에선 학생까지 포함된 주민들이 건립반대 서명을 벌이는가 하면 의회에서도 그 책임 소재를 두고 적잖은 논란이 벌어지고도 했다.

반대 여론이 거세어지자 용인시는 부랴부랴 건축주를 상대로 허가 취소 및 건축행위 중지지시를 내리는 한편 업종변경을 유도하는 등 강제적 행정력을 동원했다. 그러나 결과는 시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말았다. 건축주가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그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시의 패소는 당연한 결과였다. 문제가 된 ‘러브호텔형’숙박시설 난립은 조례개정을 통해서 막을 수 있었음에도 주민정서를 무시한 안이한 판단으로 무더기 허가를 내준 것은 시였기 때문이다.

결국 시는 사전 예방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민원만 키웠다가 소송까지 당해 패소하는 수모를 자초한 꼴이 된 것이다. 최근 시의 패소로 결론이 난 도축장 관련 ‘건축허가 취소처분 취소청구’소송도 마찬가지 사례로 꼽힌다.


#계류건수 110건…사회적 비용 낭비

용인시가 집계한 바로는 시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은 매년 20%씩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94년 9건에 불과했던 것이 95년 18건, 99년 42건, 지난해엔 45건으로 계속 증가추세인 것이다.

더구나 지난 2000년에는 한해동안 시민과 건설업체 등이 용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수가 총 55건(행정 소송 33건, 민사소송 22건)에 달해 일주일에 한번 꼴로 나타났다. 판결 결과는 시 승소가 3건에 불과한 반면, 패소가 2건이고 대부분 소송이 계류 중으로 분류됐다. 특히 계류 소송건은 97년 40건에서 올해 110건에 이르는 등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같이 시 행정을 둘러싼 소송사건의 급격한 증가는 여러모로 문제점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비용의 낭비다. 소송에 따른 비용과 정신적 고통은 물론 공익적 사안의 경우 상당기간 사업자체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행정소송에 따른 변호사 비용으로 지난해만 9100만원 가량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만도 8월 현재 7600만원을 지불했다. 계류중인 사건이 워낙 많고 예전에 비해 1심에서 종결되지 않고 최종 상고까지 가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어 시의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권리의식 신장 못 따라가는 시행정

이처럼 시를 상대로 한 소송이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그만큼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탓이죠. 시의 행정조처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법적 해결을 택하는 것이 요즘 추세인 걸요.”한 공무원의 답변도 일리는 있다.

더구나 행정절차법에 ‘행정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90일 이내(고지 없을 시는 180일) 절차에 따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사항을 안내까지 하고 있어 시민의 법적 권리행사는 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가 소송으로까지 이르기 전에 사전예방 차원의 행정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시 상대 소송이 남발되는 것은 그만큼 행정력에 대한 불신과 비례한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사후 조치’가 아닌 ‘예방’은 모든 사회영역에서 그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행정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이를 위해선 행정의 투명성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가는 시 행정의 변화가 급선무다.

만약 여론대로 조례 개정을 통해 자연녹지내 숙박시설 신축을 규제했더라면 2년여의 ‘러브호텔’파문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유부단하게 끌려 다니지 말고 지역사회의 공익적 필요성에 의해 도축장 문제에 결단을 내렸더라면 양돈농가의 원망과 구제역 파동 당시의 어려움은 훨씬 덜었을 것이다. 공개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끌어가는 행정력, 즉 예방행정의 새로운 모습을 용인시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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