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 고향 이탈리아 빠르마 국립음악원에서 성악과 지휘를 전공하고 세계적인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리톤 김정승씨(46), 세계가 인정한 소프라노 프리마돈나 박미자씨(40). 이 부부가 용인 버드실(유방동)에 정착, 용인을 음악도시로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10년간의 이탈리아 유학생활을 청산하고 지난해 귀국한 부부는 연말 용인문화원에서 합창단을 창단, 김정승씨가 지휘자에 추대되면서 제2의 예술인생을 용인에서 시작하게 됐다.

버드실은 아내 박미자씨의 고향. 어릴 때부터 천부적인 음악 재능을 인정 받아 온 박미자씨가 고향을 선택해 자리잡은 데는 아버지 박창희씨(민주당 갑지구당 수석부위원장)와 그를 지켜보며 성원해온 지역민들의 관심이 한 몫을 했다.

남편 김정승씨 역시 이같은 주위의 기대를 받아들여 음악 불모지나 다름없는 용인을 합창선율이 흐르는 예술의 도시로 키우기 위한 꿈을 키우고 있다.

오페라 주역으로 명성 얻어

김정승씨는 중앙대학교 음악대학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결혼 후 92년 아내 박미자씨와 함께 이태리 빠르마 A·Boito국립음악원에서 유학, 교육자 과정과 오르페오 아카데미아 오페라과를 졸업했다.

그는 81년 수도오페라단에서 토스카의 안젤롯띠 역으로 데뷔한 이후 60여 회의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하며 뛰어난 연기와 기량을 인정받았다. 유학 당시에도 라트라비아타의 제르몽, 리골렛또의 리골렛또, 루치아의 엔리꼬, 사랑의 묘약의 벨 꼬레, 가면무도회의 레나또 등을 맡아 오페라무대를 휩쓸며 명성을 얻었다.

오페라 가수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그는 99년 이태리 국방대학 졸업 축하 공연에서 리골렛또를 지휘, 가창력과 지휘력을 겸비한 음악지도자로 인정받게 됐다.

아내와 성악가로서 같은 무대에 선 것은 지난 97년 11월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김자경 오페라단의 신창악 오페라 춘향전이 대표적. ‘목련화’‘가고파’등의 가곡으로 유명한 작곡가 김동진씨가 50여년에 걸쳐 작업한 필생의 역작에 부부가 나란히 사또와 춘향으로 캐스팅돼 열연했다. 오페라 춘향전은 특히 판소리를 오페라로 전환, 서양식 발성과 판소리창법을 융합한 형태로 동서양 음의 조화를 이뤄낸 독특한 무대를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귀국 후 김정승씨는 영산아트홀에서의 독창회와 (사)한국민속예술인총연합이 주최한 극적 칸타타 백범 김구에서 김구 역으로 출연하는 등 연주활동과 서울신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음악 통해 시민화합 이룰 것”

박미자씨의 화려한 이력과 왕성한 활동은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자라모 아라갈 콩쿠르, 빌바오 콩쿠르, 비제 콩쿠르 등 세계 유수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을 갖고 있는 그는 스페인 오페라 돈 빠스 꾸알레에서 주역 모리아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후 남편과 함께 나란히 이태리 로마 싼톨극장에서 트라비아타의 남녀 주인공으로 열연, 주목을 받았다.

소프라노 박미자씨가 세계적인 성악가임을 입증한 무대는 지난 99년과 그 이듬해인 2000년 서울오페라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 이 작품은 72년 뮌헨 올림픽 문화축전에서 초연, ‘윤이상과 한국에 올림픽 트로피를 안긴 걸작’이란 찬사를 받았었다. 당시 초연 작품에서는 독일 작가 헤럴드 쿤츠가 대본을 썼고 일본인 여성이 주역 심청역을 맡았었다. 초연 이후 27년만에 서울에서 공연되는 심청을 위해 개최된 오디션에서 박미자씨는 심청으로 발탁됐다. 쿤츠를 비롯한 독일인 제작자들이 참여하고 문호근씨 연출로 우리말과 독일어로 번갈아 무대에 올려진 오페라 심청에서 박미자씨는 능숙한 고음처리와 강한 음색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의 빛나는 연기력은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진 ‘마술피리’에서 또 한 번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이 희극오페라에서 그는 밤의 여왕 역으로 하이소프라노의 묘미를 선보였다.

올해 박미자씨는 수원시립합창단과 함께 월드컵 합창제 취입을 마치고 올 연말 국립오페라단과 무대에 올릴 오페라 ‘마적’ 공연을 위해 연습에 임하고 있다.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박미자 김정승 부부는 요즘 용인 시민을 위한 음악무대 준비에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 5월 중 개최 예정인 문화원합창단의 창단공연이 바로 그것.

김정승씨가 지휘하고 합창단의 연주와 함께 박미자씨가 협연, 다양한 레퍼토리로 무대를 장식하게 된다. 이 공연은 사실상 용인 음악 발전의 서막을 여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휘자 김정승씨는 “각 지자체 시립 합창단의 활약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에서 문화원합창단이 용인의 음악 수준을 높이고 프로들이 참여하는 시립 합창단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페라단과 국악단까지 구성, 시민들의 음악적 기량을 육성하고 있는 타 지자체와 비교할 때 용인은 상대적으로 낙후한 실정. 그는 우선 합창을 통해 시민들에게 음악예술의 참 맛을 보여줄 생각이다. 나아가 시립오페라단을 창단,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수준높은 음악적 소질과 소양을 가진 민족이 없다고 봅니다. 교회성가대를 지휘하면서 합창단원이 프로가 아니더라도 지휘자의 역량에 따라 상상도 할 수 없는 소리를 내는 경우를 여러번 보았습니다. 문화원합창단도 이같은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장래를 바라보며 합창단을 이끌어 나갈 생각입니다.”

김정승씨는 뒤틀린 밤문화와 결합한 노래가 이제는 밝은 세상에 울려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래는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녹여내고 마음을 열게 합니다. 노래가 어우러진 합창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며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수단이 됩니다. 우리 합창단이 용인사회에서 바로 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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