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은 내놓지 않고 지원만 해달라니 우리도 답답합니다”
지난해 시의회가 주최한 중앙동 순회 간담회에서 10년도 넘게 거론되고 있는 재래시장 활성화 문제를 한 상인이 또다시 언급하자 시 공무원과 시의원은 하나같이 “상인들이 나서서 힘을 모아 해결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시에서 예산만 보태 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한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시에서 올해 6억원의 예산을 배정, 재래시장 정비에 나섰다. 상인들이 직접 재정을 갹출, 리모델링을 시도하며 상권회복에 발버둥을 치는 타지역 재래시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상황. 그러나 이같은 시의 전적 지원마저도 상인들의 이권과 엇물려 현재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문화 예술인들이 모인 단체 역시 재정 보조는 민감한 사안. 공연과 전시 등 행사를 모두 관의 보조로 치러내려는 데서 수준미달의 작품이 탄생하는가 하면 때로 ‘배정된 예산을 쓰기 위한’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광고 유치 등 마케팅 능력을 갖춰 문화 예술단체다운 역량을 스스로 모으는 노력이 아쉬운 실정이다.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단체와 시의 담당 부서가 회합하는 자리에서 어김없이 거론되는 것이‘지원’문제. 우리 지역사회에서는 관의 지원을 어느 정도 받느냐가 마치 그 단체의 위상을 결정하는 것처럼 돼 버렸다.
이같은 현상은 사회단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생력을 갖추기보다는 관에 손을 먼저 벌리는 것이 습관화된 지역풍토. 그러다 보니 잘못된 시정에 맞서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는 단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연히 관변단체의 힘은 비대해지고 몇몇 사회단체들도 보조금에 발목잡혀 너나없이 관변화 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에서 일일이 식사비를 부담, 개별단체 행사에 동원된 인원을 먹여야 하는 지경이고 보면 “사회단체들이 거지근성부터 버려야 한다”는 말이 실언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그나마 시와 민간단체가 힘을 모아 지역발전에 필요한 역할을 한다면 바람직스런 일이지만 단체가 관에 전적으로 의존, 시민사회의 민주적 역량을 잃어버린 채 관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마저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시민운동은 자연 발붙이기 힘들다. 난개발로 인한 후유증이 지역사회 곳곳을 휩쓸고 있어도 시민 역량을 모아줄 관내 시민사회단체는 찾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지난해 대지산살리기의 일환으로 일어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서울의 환경정의시민연대 도움을 받아 전국적인 여론을 불러일으킨 대표적 사례.
관내에서 일어났던 여러 성폭력사건도 서울을 중심으로한 중앙조직의 여성단체들이 오히려 강력하게 항의한 덕에 공론화 되기도 했다. 시민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그 터전이 되는 건실한 시민단체가 지역내에 존속하고 있어야 함을 깨우쳐 주고 있다.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처럼 난개발로 인한 온갖 민원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용인. 그러나, 그 병에 대한 예방과 치유도 전적으로 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건강한 시민정신을 바탕으로 한 주체적인 힘이 결집될 때 지역사회는 더 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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