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과 형식을 갖추느라 본질과 원칙마저 무시되고 있는 것이 용인의 현실이다”

한 사회단체 관계자의 이 말이 용인 지도층의 형식문화를 단적으로 나나내는 상징적인 말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형식문화는 공연장을 막론하고 토론회장, 체육행사장 등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개선의 여지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형식문화는 ∼간담회다 ∼회의라는 기관장이나 단체장들의 모임을 보더라도 그저 교류 차원이나 생색내기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경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나 정책제안보다는 ‘식사나 하는이나 잘 지내 봅시다’정도에서 그치고 있다는 뒷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행사장에서 의전관계로 얼굴을 붉히거나 행사 후 뒷말이 무성한 것도 이러한 형식문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머리를 맞대고 지역발전을 고민해야 할 단체장들이 누구를 먼저 소개하고 어떤 위치에 앉아야 권위가 선다는 식의 발상은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행사 때마다 의전문제로 고심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아예 내빈석과 행사 관계자석을 분리해 기관장들이 알아서 자리에 앉도록 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한 체육 관계자의 얘기는 지도층의 형식문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이러한 형식문화는 비단 행사장뿐이 아니다.

지난해 열렸던 한 토론회에서 내빈 소개와 축사 등으로 30여분 이상을 소비해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주최 측에서는 기관의 요청이 있었고 내빈들을 생각해서 간단하게 한다는 것이 예상 외로 시간을 축사가 길어졌다고 변명할 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냥 지나치기에는 형식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냐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 인사는 “의식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동안 더 좋은 대안을 찾아 격론을 펼치는 것이 토론회 개최의 목적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기관 관계자들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지도 모른다.

한 연주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좋은 공연이다 싶어 자녀와 함께 문예회관을 찾았다는 한 주부는 “공연시간에 맞춰 온 것이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었다”며 “어떻게 공연을 해야할 시각에 내빈 소개를 할 생각을 했는지 매우 불쾌했다”고 말한 뒤 공연장 문을 나서는 이 주부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면 이는 곧 퇴보를 의미한다”는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