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은 한국의 대표적 관광도시이자 도내 중핵도시로 성장과정에 있다, 그럼에도 외적 성장에 비해 전반적인 경쟁력과 시민의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2002년 신년호를 통해 예고한대로 이번 호부터 질서와 균형 잡힌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듭시다’라는 연중캠페인을 본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사회, 환경, 행정, 문화, 교육분야 등 총 16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지상 캠페인을 통해 경쟁력 있는 지역사회와 기본을 갖춘 시민의식 고양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한모씨(65, 이동면 00리)는 아직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중소기업 임원으로 정년을 맞은 그는 5년전, 노년을 전원에서 보낸다는 꿈에 부풀어 명당이 많다는 이동면 00리에 집터를 마련했다. 그러나 집짓기 공사는 초반부터 수월치 않았다. 어느 날 몇 명의 주민들이 찾아오더니 외지인이 마을에 들어와 살려면 협조를 해야 한다며 마을발전 기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그저 시골은 넉넉한 인심이 남아있으려니 생각했던 한씨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고 얼마만큼의 기금을 내 놓은 뒤 주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원삼에서 축산업을 하는 정모씨(51). 늘 가축 오수관리를 철저히 했던 그지만 장마철, 예상치 못한 폭우로 그만 하천에 일부 가축오수가 흘러들었다. 주민들의 고발로 벌금을 내게 된 것은 전혀 따질 바도 아니어서 순순히 인정하고 처벌을 받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일부 주민들이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돈을 요구했다. 이에 응하지 않자 사사건건 물고 늘어져 소원한 관계가 되고 말았다. 두 사례에서 유입주민들은 한결같이 원주민에게서 강한 ‘텃세’를 느꼈다고 떨어놓는다.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 양지면 식금리 00마을에 한 종교시설이 들어왔다. 당초 그 목적을 몰랐던 주민들은 진입로까지 쓰도록 내 주며 호의를 베풀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조용하던 마을은 한 밤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란한 통에 살수가 없었다.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서로 등지는 관계가 됐다. “흘러들어 온 사람들이 원주민들을 안하무인격으로 대한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2002년 들어 용인시 인구가 50만 명을 넘어서고 유입주민이 80% 이상 차지하면서 원주민을 압도하고 있다. 이제는 좋든 싫든 서로 다른 배경과 환경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뒤섞여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한 동네 두 집단’으로 나뉘어 등을 진다면 동-서북부간 갈등과 더불어 지역 공동체의 미래는 밝을 수가 없다.

성숙한 시민사회는 성숙한 시민이 있음으로써 이뤄진다. 성숙한 시민은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편에서 나를 봄으로써 문제를 풀어나간다. 즉 ‘역지사지’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런 면에서 포곡면 금어리 쇠내실 마을은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전통적인 벽지마을이지만 전원주택이 많이 들어서 주거지의 구분이 뚜렷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겨울이면 마을노인들은 안팎 가리지 않고 회관에서 점심을 함께 한다. 외지에서 들어온 유입주민과 원주민의 구분이 없다. 전원주택에 사는 젊은 여자들도 점심을 거들고 가끔 어른들에게 용돈도 내민다. 물론 원주민들은 유입주민의 불편을 살펴 챙겨준다.

“공기가 좋아 아무 연고 없이 왔지만 텃세란 걸 느껴보지 못했어요. 어차피 죽을 때까지 살려고 온 건데 타향살이처럼 처신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스스로 마을일에도 참석하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동네 사람이 되데요. 정 붙이면 고향 아닌가요.”대구가 고향으로 서울에서 교사생활을 하다 쇠내실에 들어와 살고 있는 최규남씨(71). 그의 모습에선 한구석도 이방인(?)의 티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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