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가 민주화운동의 성과물로서 복원된 지 만 10년이다. 주민투표에 의한 단체장 선출과 지방의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하는 민선 자치시대의 도래는 권력구조의 변화, 지방행정의 개혁, 시민참여를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확대 등 우리 사회생활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 온 것이 사실이다. 시행 10년을 맞아 그 동안 용인 지방자치의 역사를 정리해보고, 한계와 문제점을 짚어봄으로써 자치와 참여시대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찾아보고자 신년 기획 좌담회를 마련했다. ·편집자


#지방자치, 왜 중요한가.

사회: 1991년 민선의회 구성과 임명단체장이라는 반쪽 자치로 시작한 지 꼭 10년이 됐습니다. 약 30여년 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인데다 그 과정이 투쟁의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클 것으로 여겨집니다. 요즘 신조어 중에 글로칼시대(세계화와 지방화의 합성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구촌시대와 함께 지방화와 지방자치를 강조하는 말로 생각되는데 간단히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짚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보죠.

양: 지방자치란 쉽게 말해 지역 일을 주민 힘으로 처리하는 겁니다. 그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의 의사와 책임 하에 지도자와 감시자를 뽑기도 하고 더 나아가 시민도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정치의 민주화를 구현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해 민주정치의 기초를 굳건히 할 수 있을 겁니다. 행정적 측면에서는 수많은 지방사회의 다양한 지역적 특성에 부합하고 주민들의 개별적, 집단적 요구에 적절히 부응할 수 있는 행정이 가능해 질 겁니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지방자치를 통한 지역 주민 스스로의 자발적이고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 그 지방의 실질적인 사회경제적 개발을 촉진시키고 계층간 갈등을 해소시키며, 주민들의 애향심과 주체의식을 고양시켜 지방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이: 이론적인 측면과 실질적인 측면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을 텐데요, 좀 어려운 얘기가 되겠습니다만, 공공재의 외부효과를 특정지역에 한정되는 국지적인 지방공공재가 존재하고 지방공공재가 존재할 경우 이를 국가에서 공급하는 것보다 지방정부가 공급하는 것이 사회후생을 극대화시킬 수 있으므로 지방자치가 필요하다고 정의하고 있지요. 실질적인 측면에서는 중앙집권적인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지방분권적인 자치행정체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지역의 정치, 행정, 사회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허: 간단히 정리해 지방정치의 민주화와 선진화, 지방에 적합한 행정 구현, 주민의 요구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지방자치의 현 주소와 문제점

사회: 보다 넓은 영역, 즉 전국적인 차원에서 지방자치의 현주소가 어떠한지 평가해 보죠. 이미 오랜 전통을 가진 선진국의 경우 벌써 제도와 현실에서 안착이 된 상태입니다만 우린 여러 면에서 과도기가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허:무엇보다 중앙집권적인 법령과 제도가 문제겠죠. 지방자치법에 보면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를 지방조례로 제정할 수 있도록 돼 있고,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 부과는 법의 규정이 있어야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 지방의회의 입법기능이 상당히 제한돼 있는 상탭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은 행자부에서 내려주는 예산편성지침에 근거할 수밖에 없어 지방의회 또는 기초의회의 예산편성 기능 역시 제한적입니다. 그 뿐이 아니죠. 독자적으로 직제 개편은 불가능하도록 해놓아 지역특성에 맞는 직제 역시 만들 수가 없습니다. 의회 역시 사무처 공무원에 대해 독립된 인사권이 없다보니 의회에 힘이 실릴 수가 없죠.

김: 현장에서 느끼는 바로는 지방자치가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풀어 가는 제도라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집행부와 시의회의 관료주의적, 권위주의적인 일부 시각이 문제라고 봅니다. 집행부나 일부 시의원들을 보면 각 분야의 비리와 부정을 고발하고, 나아가 사회정의와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존재를 불필요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귀찮은 존재 등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또 하나는 자치권을 제도적으로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고 봅니다. 국가가 지방자치단체로 분권화를 인정하는 것은 지역을 잘 아는 지역정책을 보다 주민 가까이에서 결정하고 시행해서 행정이 효율적으로 되도록 한다는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법에 규정된 지방분권화가 다분히 형식적인 측면에 그치고 있는 것은 힘을 나눠주기 싫다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양: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는 법령과 제도가 91년 제정당시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조직과 예산을 여전히 장악하고 지방자치단체에 각종 규율과 규정을 통제, 지역마다의 특수성에 부합하는 창의성과 재량을 제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방자치의 뜻은 바로 자율성에 있는 만큼 지방에 따라 필요한 인사권의 자율성 보장과 국세의 지방세 전환을 검토해야 하고, 과감히 지방으로 이양해야 하며 중앙 중심의 모든 사고를 지방단위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지방중심의 사고로 전환해야 할겁니다.

이: 지방자치에 대한 현주소는 주민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라고 볼 때 여전히 긍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지방자치의 축인 선출직 단체장과 의원들을 정치권에 대한 인식과 동일하게 보기 때문이죠. 이처럼 중앙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좋지 않은 소리를 듣고 있는 상황은 지방자치의 발전에 걸림돌 중 하나입니다. 또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큰 차이가 있다고 봐요. 선진국의 지방자치는 그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로부터 시작해 꽃 피운 반면 우리는 중앙의 정략적 타협에 의해 실시됐기 때문으로 분석합니다.


#용인지방자치 10년, 회고와 남긴 성과는?

사회: 토론 영역을 좁혀 용인으로 넘어가 보죠. 뒤돌아보면 민선 지자체장이 구속되는 등 어느 지역보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는데요. 현장에서의 소감을 들어보죠. 양의장님은 지방자치 10년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는데 먼저 말씀해 주시죠.

양: 지난 10년간 지방자치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수많은 문제점이 노출됐고 형평에 어긋나는 부분 등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만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단체장은 관선인 상태에서 처음 시행된 기초의원 선거는 생활정치라는 개념보단 그야말로 중앙정치적 대립축이 그대로 지역에까지 미치는 양상이었습니다. 즉 여야의 극한 대립관계 속에서 각 정당의 지역 핵심들이 의회선거에 출마했으니까요. 그러나 점차 지방자치를 정당정치의 관점이 아닌 생활정치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고, 출마자들 역시 지역봉사와 사명감이 넘치는 인사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인적 개혁도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또 집행부를 보면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지시에 의한 행정에서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공개행정, 투명행정, 소신행정, 책임행정을 수행하는 쪽으로 개선된 것 역시 사실입니다. 또 그동안의 불합리한 제도와 법령을 찾아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 과정이었죠.

김: 저는 용인의 지방자치가 정착돼 가는 과정 역시 투쟁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에 보면 출마자들부터가 시민사회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출마한 경우는 적었고 특정정당 지역책들이 대거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앞서 지적하셨지만 대개 보수적인 색채에다 기득세력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주민편의를 도모하고 시정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에 충실하기보단 이권 개입과 의원자리를 권위의 상징으로 생각했습니다. 시의원들이 누구편이냐, 자질이 있는 사람들이냐 하는 ‘기득세력 대변론’과 ‘자질론’을 낳게 됐던 것으로 봅니다. 이런 행태는 차츰 시민들이 각성하고 출마자들 역시 깨어있고 순수한 봉사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다수 의회에 진출하면서 인적 개선이 이뤄져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전문성을 갖추고 시민사회 영역에서 검증된 사람들이 더욱 진출해야 만 될 것으로 봅니다.

이: 김위원장님 말씀에 기본적으로 동의합니다. 용인의 지방자치는 불행하게도 ‘풀뿌리 민주주의’보단 오히려 ‘풀뿌리 보수주의’를 강화시키는 쪽으로 흘렀다고 평가합니다. 이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보니 지방의회에 출마할 수 있는 대상이 제한 될 수밖에 없었고 더더구나 보좌인력도 전문성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같이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은 지역 민원을 단지 전달하는 ‘민원전달자’로 스스로의 역할을 제한시키는 것이 현실이죠. 이로 인해 집행부조차 의회를 경시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또 하나 큰 문제는 주민의 관심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수지에서 지난 6.27보궐선거 투표율은 8%대에 그쳤습니다. 이 같은 낮은 수치는 지방자치연구자들이 논문에서조차 자주 인용하는 대목이 됐습니다. 그런데 수지지역은 가장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낮은 투표 참여율과 높은 민원제기의 함수관계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겁니다.

사회 : 용인의 지방자치 10년을 통해 많은 문제 의식을 함께 가졌을 것으로 보는데, 비판적으로 접근해 보죠.

허: 난개발이 이뤄진 최근 몇 년은 당연히 지방자치제도가 한창 시행되고 있는 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물론 수도권 정비법이나 택지개발 촉진법 등에 의해 난개발이 조장된 측면도 강하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봅니다. 영통지역이 수원에 편입된 것도 그 시기에 일어났습니다. 이는 결국 제도 그 자체의 문제보단 이를 시행하는 사람의 문제가 더 크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선거에 대비한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검은 뒷거래가 있고 시장 유고에 따른 행정조직의 혼란과 잦은 감사는 지역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쳤던 것이 사실일 겁니다. 결국 일방적인 집행기능의 우위 속에 철저한 견제와 감시, 그리고 건강한 대안이 부재했던 절름발이 지방자치였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양: 민선 이후 지역이기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 문젭니다. 어느 지역에선 혐오시설 입지와 관련해 500억원을 넘게 들여 건립한 하수종말처리장이 시운전도 못하고 잠자고 있는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또 단체장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시책과 주민의 과잉기대가 겹쳐 전시성 행사로 행정력을 소진하는 것도 제고돼야 할겁니다.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사회: 10년간의 자방자치 시행이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지않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 같습니다. 대안적인 측면에서 용인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해 주시죠. 가능한 집행영역과 의회, 그리고 시민사회 영역까지 짚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아시다시피 과거 행정의 개념일 때는 일방통행식이었지만 요즘은 민·관 파트너십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전문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대등한 관계를 말하는 거죠. 또 전통적 지방자치 하에서의 권력은 정부와 주민간 정치적 합의에 기초해 지방사회 전체를 통치의 대상으로 삼는 통치구조를 전제했다면 이젠 비정부 기구들과 연대하고 협력하는 방식일 겁니다.

김: 같은 관점의 얘기가 되겠습니다만 의회는 동반자인 시민단체와의 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시민단체 대표들과의 공동연구활동을 펼치는 것도 생각해 봄직 합니다. 또 시민단체의 의정모니터 활동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 시민단체들도 지방의회에 대한 인식을 바꿔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의회기능에 대한 부정적 인식보단 반자치적인 중앙정부를 비판하고 지방의회나 집행부가 보다 더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허: 지방자치의 실시로 행정의 투명성과 민주화, 그리고 능률을 높여 지역의 균형발전주민복지 증진을 위해서는 지방의원의 전문성 확보와 주민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간단히 말해 앞으로의 지방자치는 집행기구 중심이 아니라 담당공무원, 전문가, 시민운동가, 기업, 일반시민 등이 함께 참여해 키워나가는 것으로 발전해야 하죠. 그러기 위해선 지방의원의 분발이 요구됩니다. 주민참여와 감시는 지방자치 발전의 자양분이지 단지 까다로운 감시자가 아닙니다.

양: 주민복지 증진과 지역개발 촉진 등 주민의 입장에서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체가 실시되는 것이 바로 지방자치의 기본원리죠. 무엇보다 자치단체의 경쟁력 제고가 돼야 할 겁니다. 또 자치행정에 대한 주민참여를 확대해야 합니다.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지원확대와 자원봉사 활동의 육성 등을 통해 주민참여의식을 제고해 주민참여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의회에서 할 일도 많습니다. 의원들의 자질 향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계속돼야 하고 우수한 인력이 지방의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로 공정하고 돈 안드는 선거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또 지방의회는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기능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경영혁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며 민간경영 기법의 도입, 경영마인드 확대 등에 계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겁니다. 시민사회에서도 할 일이 많습니다. 시민이 시민단체와 같이 조직화된 형태로 정치에 참여하고 감시·통제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지 않는 한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지방자치 발전도 이루기 어렵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 정책적 요구도 하고 공익적 문제 해결에 참가하거나 자주적으로 공익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겁니다. 지방자치단체는 행정편의적 입장에서 시민단체나 시민을 설득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들의 주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자세의 전환이 요구됩니다.

사회: 장시간 바쁘신 시간을 쪼개 좌담회에 응해 주시고 유익한 토론을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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