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43세인 이연숙씨(여·이동면 천리). 평범한 이들은 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여념이 없는 나이지만 이씨는 노모의 간호를 받으며 한 칸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맞고 보낸다. 이러기를 벌써 20년째.

스물네 살 한창 피어나는 나이에 퇴행성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려 온 전신의 뼈마디가 굳어지더니 어느 순간부턴가 일어나지 못하게 됐다. 뼈만 굳는게 아니다. 이불이 닿아도 아플 만큼 몸이 붓고 고름이 나기 시작했다. 손가락 한 마디의 움직임도 그에겐 각고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시로 찾아오는 통증.

아픈 딸 곁을 24시간 떠나지 못하는 어머니는 어느새 여든의 나이를 훌쩍 넘겼다. 손주 재롱이나 볼 고령의 할머니지만 중년의 늦둥이 딸 이연숙씨를 아기처럼 돌보고 있다.

노루실 한적한 동네 허물어져 가는 초가집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고 바람 새는 문틈을 비닐로 얼기설기 얽어맨 곳이 모녀의 보금자리다. 언뜻 보면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폐가와 다름없는 이 곳에서 모녀는 또 한 해 겨울을 힘겹게 보내고 있다.

#노모가 20년째 병상 간호

이연숙씨의 병명은 발병 3년이 지나도록 밝혀지지 않았었다. 의료보험 혜택조차 없던 시절 하루 120만원 하는 병원비를 마다하지 않고 어떻게든 완쾌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허사로 돌아갔다. 현재 그는 시에 의료보호 1종 의료특례자로 등록이 돼 있으나 사실상의 혜택은 받을 수 없다. 병이 호전된다는 희망이 있다면 의료특례에 의미가 있지만 이씨처럼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것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통증이 찾아올 때마다 진통제를 먹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책이다.

오히려 이연숙씨에게 필요한 것은 어머니와 단 두 사람이 꾸려가기에도 벅찬 생활비다. 지난해까지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원을 받던 이들은 사회보장법이 폐지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면서 수급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어머니 소유의 논이 있고 부양할 수 있는 또다른 자식들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산자락 건답은 도지를 주는 것도 어렵고 매각하려 해도 마땅한 작자가 나타나지 않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다른 자식들에게 기대기에는 그동안 짐 지운 무게만도 큰데 더 이상 버겁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이들의 심정이다.

이들의 일정한 수입원은 삼성반도체 제조혁신그룹 직원들이 매월 가져다주는 5만원의 보조금이 전부다. 그나마 직원들이 생필품이며 의료기를 지원해 주는 까닭에 기본생활이 가능하다. 그리고, 가끔씩 허름한 방이라도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 떠돌이들이 내주는 몇 만원의 월세금이 유일한 목돈이다.

#제도적 지원 전혀 못받아

이연숙씨의 경우는 장애인 등록도 어렵다. 지체장애인으로 등록해 일부 혜택을 받는 방법도 있으나 장애진단의료기관을 방문, 진단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중증 전신 질환을 앓고 있는 그에게는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용인 관내에서 중증장애인이면서 수급자인 사람은 모두 340명. 이들에게는 월 4만5000원의 장애수당이 분기별로 지급된다. 장애인복지를 위해 시에서 복지사를 채용, 가정방문에 나서고 있지만 이씨처럼 장애인등록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아예 방문 목록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이연숙씨는 장애인이고 저소득층이면서 사실상 법에 의한 복지 지원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씨와 같은 사정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우리 지역에 얼마나 있는지 수를 파악하는 일조차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누군가의 짐이 되는 비참한 인생이라는 회의를 갖다가도 천사 같은 엄마와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 말벗이 돼 주는 삼성반도체 직원들로 인해 삶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오로지 이웃의 따뜻한 인정만이 생존의 수단이며 삶의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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