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한해가 저물고 있다. 올 한해 동안 중앙언론은 용인과 관련해 많은 뉴스를 쏟아냈다. 그 내용의 긍정성 또는 부정성을 불문하고 용인시가‘뉴스 메이커’구실을 톡톡히 한 셈이다. 풀뿌리 지역언론에 잡힌 용인의 2001년 모습은 어떠했을까. 현장 곳곳을 누비고 다닌 취재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취재 뒷 얘기를 포함한 지역사회의 흐름을 정리해 보도록 한다. / 편집자


우: 먼저 한해 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우리 고장이 어느 도시보다 빠르게 변모하는 곳이니 만큼 뉴스거리가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취재영역별로 나눠서 주요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평가 해 보고, 보도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었던 뒷 얘기까지 곁들여 정리해 보도록 하죠. 의회부터 짚어볼까요. 올해 특징적인 것이 있었습니까?

#의회독립성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함: 크게 잘 한 것과 아쉬운 부분으로 나눠서 얘길 할 수 있을 겁니다. 잘 한 것은 최근 들어 지역현안에 대해 적극 의견을 청취하고 해결방향 찾기에 나섰다는 거죠. 그간엔 소지역 문제는 해당 출신의원 몫이었지, 의회차원에서 나설 일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어요. 이 같은 변화는 의회기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정착과정에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의정활동이 과거에 비해 활발해졌다고 봅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한계와 문제도 지적되고 있지요. 입법활동과 관련해선 의원들이 직접 나서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도 일부에서는 시 공무원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조례에 의원 이름만 올렸다는 비판도 있었구요. 예산심의권한을 통한 시 집행부 감시라는 역할도 예산심의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성의부족으로 출신지역 예산배정엔 깊은 관심을 기울였지만 겉 핥기식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 시의회 기능의 발전을 위해선 시의원 자질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문제도 크지 않나요?
함: 그렇습니다. 국회처럼 독립적인 보좌기관이 없는 것도 문젭니다. 그나마 전문위원제도조차 의회에 인사권이 없다보니 보좌보단 오히려 갈등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어요. 일부에선 공무원이 의회 발령을 ‘잠시 쉬어가는 자리’로 인식하기조차 합니다.

이: 전문위원 가운데는 업무시간 중에 특별한 이유 없이 전화연락이 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담당자가 공적업무 선상에 있질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농·축산물 브랜드화 성공여부 관건

우: 다음은 농업으로 넘어가 보죠. 이기자님, 용인 농업의 현 주소는 어떤가요.

이: 농업문제는 지역적 사안이 아니고 전국, 더 나아가 국제관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서 한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다른 해처럼 구제역 파동 등 특별한 사항은 없었고 농산물 가격 폭락 등이 가장 큰 현안이었죠. 다만 큰 흐름으로 볼 때 용인농업은 비관적 전망이 우세합니다. 지리적 환경과 관계가 있는거죠. 용인 농촌은 예비 도시지역입니다. 언제든 도시화된다는 기대심리가 깔려 있고 땅값은 자꾸 올라가요. 농사지을 마음이 생기겠어요? 그러다 보니 선진농법 도입 등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농가가 적어요. 농업에 대한 기대가 적은 탓이죠. 정책적으로 농산물 실명제, 작목별 특산화 등을 추진해 왔지만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낮아요. 그래서 관과 농민의 협조가 더욱 요구됩니다. 축산 역시 지하수오염 등 환경문제가 커지고 있고 뾰족한 지원책도 적어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나마 농·축산물의 브랜드화 성공여부가 관건일 겁니다.

우: 올 해 조합장 선거가 유독 많았는데요.

이: 농협조합장 선거는 지방의원 선거 못지 않게 지역민들의 높은 관심을 갖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징적인 것은 사업이 잘 된 농협은 현 조합장이 단일 후보가 추대돼 당선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농협에서는 경선이 벌어졌죠. 포곡농협은 스스로 물러나 세대교체가 된 경우지만요. 혼탁선거 양상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는 평가예요. 용인에서 농업 인구가 많이 줄면서 농협 위상도 예전만 못한데 과열·혼탁 선거 감소는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고 봐요.

함: 용인이 도시화될수록 농협의 기능에도 변화가 있어 경영상의 흑자를 위해 신용사업에 집중하는 것 아닌가요.

#농촌환경 불평 등 개선 시급

이: 농협은 농민조합원에게 이익이 남겨 돌려줘야 하는 기본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전문경영인이 참여해 경쟁력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특히 도농복합시라는 지역 특성을 살려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특정인 이름을 거론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용인농협 배건선 조합장을 비롯한 몇몇 조합장의 경우 이런 면에서 많은 노력과 결실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어요.

장: 농촌환경의 불평등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 같아요. 탁아·문화시설 등의 부족도 있지만 정보화율도 낮아요. 농촌 지역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은 드문 실정이거든요.

우: 전국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한 해였어요. 용인 지역경제 역시 마찬가진데요.

이: 재래시장 등 상권문제 해결에는 구체적인 변화가 없었어요. 얼마 전 정부차원에서 재래시장을 지원하겠다고 해 서울의 한 재래시장은 주차, 보도시설, 쇼핑시설 등을 소비자가 찾기 쉽도록 개선했더군요. 그런데 용인은 개개인이 점포를 소유하고 있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힘을 모아 상권을 개선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보도하지 않은 내용인데, 얼마 전 (주)롯데에서 용인터미널 옆에 대형 할인마트 허가를 신청했다가 재래시장 주민들이 반대서명을 시에 제출하는 바람에 허가신청이 반려됐습니다. 반대서명 제출과 허가 반려 사이에 꼭 연관성이 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시장이 표만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요. 아무튼 외부의 보호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인들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재래시장 경쟁력 스스로 찾아야

우: 이천의 경우 하이닉스 반도체나 하이트맥주 등 대규모 업체의 경기지표가 곧 지역경제 지표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지역에도 대규모 삼성계열 회사가 있지만 지방세수에는 영향을 미칠 지 모르나 그들이 대부분 용인에 살고 있질 않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지역사회가 나뉘어 있다보니 이에 따른 지역 상권도 분화되고 더구나 경쟁력을 갖춘 외부 시장으로 말미암아 지역사회의 부가 모이기보단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인데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군요. 다음으론 노동계도 잠깐 살펴볼까요?

장: 용인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 노동자 등 비정규근로자 문제가 크게 대두됐죠.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경우 88CC에서 경기보조원과 회사측이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일이 있었어요. 레미콘 노동자의 경우 회사측과 일단 협상을 타결해 업무에 정상 복귀했지만 근본적인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재파업의 불씨는 남아있어요.

우: 올 해 문화·예술계는 어땠습니까?

함: 2001년 용인시에서 많은 공연과 전시가 있어 양적 성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는 낮아 질적 향상이라는 과제를 남겼습니다. 또 문화원이 실시한 문화강좌를 제외하면 시민들에게 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자리가 적어 아쉬움이 남아요. 또 공연, 전시 등이 지역적으로 편중된 데도 문제가 있어요. 수지에서 순회공연이 있었는데 대성황이었죠. 그만큼 문화, 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는 높은 편인데 비해 공연의 질이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거예요. 내년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숙제는 바로 그것일 겁니다. 예총 선거 과정 역시 용인 문화예술의 현 주소와 내부 고민, 수준을 상징하는 것이라는데 많은 시민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예술계, 양보단 질의 시대

이: 누구나 용인은 관광자원이 많다고 말해요. 하지만 행정력이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죠. 경기도내 절반의 박물관이 용인에 소재해 있지만 시에서 이를 연계하고 활용할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질 않아 오히려 박물관이 다른 시군으로 빠져나가려고 까지 한다고 해요. 이는 시가 소수의 몇몇 단체만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 시민들이 평가하기에 예술인으로서의 자격이 부족한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올바른 평가가 없는 것도 문제죠. 반면 문화 예술계의 배타성을 지적하고 싶어요. 용인에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예술인들이 많이 와 살고 있어요. 하지만 문화 예술계의 배타성 때문에 이들을 끌어안지 않고 있어요. 용인의 문화예술계 경쟁력을 키우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자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형식적인 끼워넣기도 문젠데, 문화원 이사로 있는 이모선생은 자신이 이사로 등록된지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이 얘기는 외부인사를 포용하는데 있어 형식에만 그쳤다는 것을 나타내는 부분이죠.

#문화정책, 시장 마인드도 중요

우: 용인 문화예술 발전과 관련해선 행정기관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 아닌가요?

함: 바로 그렇습니다. 문화는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말도 있듯이 마인드와 기획력이 중요합니다. 업무파악이라도 할 때쯤 되면 행정 책임자가 바뀌어버리는 시스템에서 좋은 기획, 장기적 대책이 나오기 어렵죠. 정 어려우면 문화정책 담당자를 개방형으로 임용해 차라리 전문가를 외부에서 초청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미안한 얘기지만 시장의 문화마인드와도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우: 얘기를 들어보니 자연스럽게 시행정과 공직사회에 대한 주제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시민들이 느끼는 시 행정의 문제는 뭡니까?

함: 용인시의 경우 시장이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이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국장들도 권한과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시장이 사소한 민원까지 다 어떻게 챙깁니까? 올해는 예전에 없었던 시장실 점거가 유독 많았는데, 시장한테 가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시민들 의식도 있지만 다 시장한테 일의 하중을 떠넘기는 간부들의 자세와 시스템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고 봅니다.

이: 일부에서 시장의 행사참여가 너무 많다고 지적합니다. 언젠가 시의회에서도 지적이 나왔지만 고친다고 하고는 고쳐지질 않습니다. 이는 용인시의 많은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데 미흡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다”

함: 요즘 시 행정이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뭔가 시장이 큰 흐름만 잡아가고 주민편의 입장에서 과감하게 반영할 것은 하되 선을 그을 것은 분명히 하라는 요구로 해석됩니다.

우: 교육문제를 비롯해 중앙언론의 단골메뉴인 난개발 문제까지 짚어봐야 할 영역이 아직도 적지 않은데, 주제를 정하지 말고 얘기를 이어가 보죠.

이: 용인시 교육현안, 특히 학교부족 사태는 올해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명문고 육성문제도 오해의 여지는 있습니다. 특성화 교육으로 가는 마당에 엘리트 학교를 만들자는 거냐는 얘기죠. 제 생각으론 용인 교육환경을 고려하면 명문고 육성에는 타당성이 있다고 봅니다.

장: 많은 민원가운데 보상금 문제와 관련된 님비성 민원도 사실 많았는데, 수지하수종말처리장의 경우 님비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이 있었다면 문제는 더 쉽게 풀렸을 테니까요.

#희망과 신뢰주는 시민운동 아쉬움

우: 지역 문제를 풀어가는데는 역시 참여적 시민사회가 성숙되고 시민운동이 활성화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장: NGO의 기능을 요구하는 사회의 거대한 물결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돈이나 밥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단체가 많죠. NGO 단체의 활동의 미흡함은 우리 신문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어요. 용인 현안문제에 대해 자문과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단체가 없었거든요. 올 해 대지산 살리기의 경우처럼 외부 환경단체가 주도해 대지산 살리기에 성공한 것은 용인시나 용인시민운동 입장에서는 생각해 봐야 할 일이죠. 또 하나는 용인에는 떠돌이형 시민운동이 많았어요. 이런저런 단체가 있었지만 YMCA처럼 오랜 기간동안 준비하며 신뢰를 쌓은 단체는 적어요. 전문능력을 바탕으로 시민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는 시민운동이 활성화되길 내년 한 해 기대해 보죠.

우: 내년엔 큰 정치 일정이 있습니다. 지역신문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보도원칙을 어떻게 세우는가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중앙언론과 과거 지역언론의 관행대로 후보주변 얘기나, 누가 앞서간다는 식의 ‘경마식 보도’는 지양해야 할 겁니다. 흥미위주보다는 지역의 건강한 미래와 시민 이익의 관점에서, 유권자 중심으로 선거보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마치도록 하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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