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인구에서 생활하는 박씨 할아버지(73). 아내를 떠나 보내고 홀로 생활한지도 5년이 넘었다. 최근 날씨가 영하권에 가까워지자 장롱 위에 올려둔 전기장판을 다시 꺼내 이용하기 시작했단다. 박 할아버지는 최근 전기장판 과열로 인한 화재사고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지만 화재를 대비한 장비는 물론이고 교육조차 한번 받아 본적이 없단다.

# 기흥구에서 홀로 생활하는 윤씨 할머니(88). 지난 2008년 가스난로에 음식을 올려둔 것을 깜빡하고 잠들어 화재로 이어질 뻔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온몸의 감각이 둔해져 지척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윤씨 할머니의 잠자리 곁에는 자녀들의 집 전화번호가 적힌 노트 한권이 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한 유일한 대책이란다.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권에 가까울 정도로 싸늘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용인의 홀몸노인을 위한 화재예방 시스템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용인시에 따르면 현재 주민등록 상 용인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홀몸노인은 총 1만4000여명. 지역별로는 기흥구가 532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처인구가 5031명, 수지구가 440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시나 관계기관으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는 대상자는 ‘독거노인 응급안전벨’ 1400명을 비롯해 4000여명에 불과하다. 홀몸노인 10명 중 7명은 안전사고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홀로지내는 고령인의 화재사고로 인한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올해 초 양지면 한 가건물 주택서 불이 나 70대 사위와 함께 생활하던 80대 강모씨가 사망한 사고는 용인시의 화재 취약지역 관리 부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대다수의 홀몸노인들이 화재사고 무방비 노출에도 시는 관할 내 홀몸노인과 관련한 데이터조차 집계하지 못하고 있어 말 그대로 ‘강건너 불구경’식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용인에 거주하는 홀몸노인 수는 주민등록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전부다. 구체적으로 어느지역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생활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약지역에 사는 홀몸노인들은 화재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다.
처인구에서 홀로 생활하는 박모(73)씨는 “화재가 나지 않도록 주의를 하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산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도움을 받아야 할 점이 많다. 특히 겨울철에는 더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임한수 도의원(죽전1, 2동, 풍덕천1, 2동)이 지난 4월 재난 취약 계층의 안전한 거주환경 개선을 위해 ‘경기도주택소방시설 설치기준 조례’를 공동발의해 법제화됐지만 용인에서는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상태다.

고령인을 비롯한 화재사고 취약주민들을 위한 법적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는 조례 제정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조차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용인시 한 관계자는 “용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어느 지자체도 아직 제정하지 않은 조례다.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라 정확히 언제 제정돼 시행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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