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두돌-지령 100호’. 짧은 연륜이다. 수백년씩 된 외국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신문과 국내 유수한 일간지에 비교해 보면 그렇다. 지역신문이 80년대 중후반부터 탄생하기 시작했으니 그때 출발한 전국의 몇몇 선발 지역신문에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용인 최초의 시민주 신문으로서 척박한 환경을 헤쳐나가며 올곧은 신문을 만들고자 땀흘린 전 직원에겐 남다른 감회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취재원이 아닌 독자와 늘 대화를 나누는 독자관리 담당, 현장을 누비는 기자, 얼굴없는(?) 편집기자 등 신문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직원들이 오랜만에 모여앉아 지령 100호에 즈음한 방담을 가졌다.


우: 방담이란게 생각대로 거리낌없이 얘기를 나누는거니까 편하게 얘기하죠. 누가 말문을 열어 보시죠.

오: 용인시민신문이 어떻게 시작됐나부터 시작해보죠. 시민주 신문으로 시작한 창간 배경과 정신을 얘기하면 되겠네요.

우: 많은 지역신문들이 왜 긴 생명력을 유지하지 못하는가 하는 점부터 고민했다고 봅니다. 용인에만 해도 사라진 신문이 적지않거든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구조의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신문을 사회적 공기라고 얘기하면서 소유형태는 그렇질 않거든요. 많은 시민이 주인으로 참여해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을 당시 창간에 참여했던 많은 분들이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 시민주 신문으로서의 우리 시민 신문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깊이 판단해 봐야 할 것으로 봅니다. 사실 주위에서는 신문 논조가 일정하고 당당하다는 좋은 평가를 해주기도 하지만 비판적 목소리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거든요.

우: 과연 시민주 신문인가 하는점은 현재 진행형으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시행착오를 통해 시민주 신문으로 정착해 나가야 하겠지요.

하: 늘 신문 1면 머리에 3대 창간정신이 새겨져 있지만 모두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또 그걸 구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고 보는지요.

오: 하나씩 짚어봅시다. 먼저 ‘건강한 지역공동체 지향’이란 부분에 대해선 ‘3·21 용인지역 독립만세항쟁 추모진혼제’사업에 초창기부터 신문사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번에 연 ‘지역축제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대토론회’그리고 올 가을로 예정돼 있는 ‘용인지역 단위 생활축구대회’등이 지역공동체를 건강하게 하나로 묶는 사업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외에 다양한 기획기사를 통한 노력도 많았다고 보구요.

함: 세번째 창간정신인 ‘참여적 시민사회 추구’는 우리가 시작할 때부터 시민운동의 토양이 척박한 용인에서 신문이 그 한 영역을 담당하자고 했던 의지와도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즉 많은 사람들이 보는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 지역사회를 자치와 참여시대에 동참시키자는 거였죠. 또 우리가 시민단체에 직접 동참해 활동하고 있는 것과 함께 지난 시장 보궐선거때는 창간 초기였지만 한농연과 공동으로 ‘후보자 초청 정책토론회’자리를 마련했었죠. 또 초창기 캠페인 광고를 통해 ‘한시민 한단체 가입운동’을 전개하고 창간호 특집을 시민운동가들과 함께 지상 좌담회로 기획했던 것도 그 정신의 반영이라고 봅니다.

이: 그렇지만 우리가 기획행사나 기사를 통해 얼마만큼 용인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도 반성하는 차원에서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 이름만 있고 활동이 없는 많은 단체가 있지만 이들을 움직이도록 하는데는 많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거든요.

함: 시민단체를 활성화하는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신문기사를 통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신문사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인데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원사 중 여러 곳에서 후자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또 우리 신문사의 경우도 오실장님 같은 분들이 여러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잖아요.


시민운동영역 일익 담당해야

오: 직원들이 시민단체에 참여하게 되면 다양한 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우리를 직접 알리고 신문사 이미지 형성에도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이: 부작용도 있다고 봐요. 자신이 속해 있는 시민단체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또 상대가 있는 경우 특정 편으로 비칠수도 있구요. 그래서 참여하는 우리의 자세와 기자정신이 중요하다고 봐요. 말할 것은 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할 줄 하는 지혜도 필요하구요.

오: 올바른 비판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건 없을 것 같아요. 비판을 위한 비판기사가 아니라면 기사에 대해 일시적으로 감정은 나쁠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면 입에는 쓰지만 몸엔 좋은 약이라는 걸 인정하죠.

이: 그건 그래요. 지난번 생활축구대회 준비가 미흡하다는 기사에 대해 처음에는 관계자들의 반감도 있었지만 미흡한 점을 보완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후문을 들었어요.

장: 또 있죠. 지난 번 의회 홈페이지 활용도가 낮다는 기사 후 해당 시의원님으로부터 발로 뛰면서 많은 민원을 수렴하고 해결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는 항의성 전화를 받기도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 의원님 홈페이지에 많은 전자 민원이 밀려들었다고 들었어요.

남: 2주년동안 어려웠던 일도 적지 않았는데 그 얘기로 넘어가 보죠.

이: 창간 멤버들이 특히 어려운 점이 많았죠?

우: 그 얘기는 하기자에게 들어야 할 겁니다. 98년 겨울부터 홍보용 준비호를 냈는데 먼저 1만부를 찍어서 직접 집집마다 신문을 돌렸어요. 남여 구분없이 일을 나누어서 했기 때문에 여자직원들은 한밤중에 신문 돌리는 일이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하기자가 고생 정말 많이 했거든요.

하: 그나마 저는 조금 고생했죠. 잊고 싶은 이야긴데 옛날 얘기하면 다시 그렇게 하랄까봐 얘기 못하겠네요.

일동: (웃음)

하: 처음에는 신문돌릴 때 창피해서 모자를 푹 눌러썼어요. 여자 두명이 신문을 잔뜩 들고 한밤중에 돌린다는게 쉽지는 않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용인 구석구석 안 돌린데가 없네요. 용인에 살았지만 잘 몰랐던 지역도 있었는데 훤히 꿸만큼 발로 뛰어다니며 돌렸죠. 추운 겨울에 저녁부터 새벽녘 해가 솟을 때까지 신문을 돌리기도 했는데 지금 또 하라고 하면 정말 못할 것 같아요.


“초창기엔 밤이 새도록 신문 돌렸죠”

함: 창간당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시민이 주체가 되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제호, 판형 등을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했어요. 처음부터 시민에 의한 신문을 만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정말 노력 많이 했죠.

오: 남부장님은 어떻게 신문사와 인연을 맺으셨나요. 사진에 얽힌 얘기도 좀 해주시구요.

남: 성산신문이 있을 당시 카메라 관리 등을 하면서 신문사와 인연을 맺었죠. 함차장, 우국장은 사진을 나한테 배우면서 더 잘 알게됐죠. 요즘은 신문도 시각적인 것을 강조하는 추세여서 꽤 신경이 쓰이는 편이죠. 에피소드는 많은데 21세기 첫호인 2000년 신년호에 낼 일출사진을 찍으려고 추운 겨울에 성산을 여러번 올라간 끝에 간신히 찍어 냈는데 일부에서 사진 배경이 용인이 아니라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어이없었던 적도 있죠.

오: 독자관리야말로 우리 신문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고 또 요즘 많이 좋아지고 있는데 한일씨가 한마디 하죠.

강: 구독의사 확인 전화를 하면서 당장은 신문을 구독하지 않더라도 신문에 관해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애써왔어요. 간혹 사회단체 명부를 통해 먼저 보내고 추후 확인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번은 고소하겠다는 얘길 듣기도 했죠. 아무튼 구독자와 구독료 납부율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함: 2년 동안 신문사에 있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짧은 기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신문사를 거쳐 갔다는 거예요. 결실을 보지 못하고 떠나갈 때마다 지역신문이 처한 처지에 절망하기도 했지요. 정기자는 수습기자로서 지역신문에 대해 어떻게 느끼나요.

장: 사실 지역신문에 대해 별로 들어본 적이 없어요. 지금 친구들에게 지역신문에 대해 말해도 잘 모르구요. 저는 신문사에 들어와서 짧은 기간동안 여러 가지 경험을 했어요. 행사도 많았고 바른지역언론연대 사단법인 창립식도 있었구요. 그 덕에 지역신문의 중요성과 기자로서 소명의식에 대해 저절로 교육을 많이 받게 된 것 같아요. 신문사에 잘 들어왔다고 생각해요. 지역신문에 대한 관심은 없었지만 시민운동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번 2주년 행사에 정작 많은 독자들을 참석시키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 저도 이번 2주년 행사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기념행사는 독자와 신문사 식구들 중심으로 하고 올해처럼 토론회같은 기획을 강화했으면 해요.

오: 앞으로 우리 신문이 더 발전하려면 독자확보가 가장 관건이라고 봐요. 열심히 취재해서 만든 신문을 시민들이 많이 보고 응원해 주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 될 겁니다.

우: 동감입니다. 우리가 우여곡절 끝에 지령 100호를 내게 됐고 회고와 반성도 했지만 우리 신문은 두툼한 울타리가 있습니다. 대표이사님을 포함한 이사진, 운영위원진, 객원주필 및 논설위원진, 그밖의 필진들이 앞에서 끌어가면서도 든든한 바람막이도 돼 주십니다. 이기자님이 우리신문의 현 주소가 출애굽 단계라는 말도 하셨는데 이제부턴 긴 안목으로 또 한 단계의 전진을 위해 대표이사님을 위시한 모든 식구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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