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친구가 잘되는 것을 기뻐하고 축하해 주는 대신 은근히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앞선다… 한국사회에서는 인재를 키워주는 풍토가 거의 없다. 다른 사람이 앞서가는 기미라도 보이면 철저하게 견제하고 방해해서 올라가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그래야 자기가 올라갈 가능성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씨가 한국서 26년을 살며 느낀 점을 객관적으로 쓴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라는 책의 한 부분이다. 이 책 내용대로라면 사람을 키우지 않는 문제가 용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용인의 사정은 좀 특별하다. 급격히 인구가 늘어나면서 본토박이와 외지인 사이의 갈등과 함께 이 문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외지인이 지역에서 무언가 일을 하려고 하면 굴러 들어온 돌이라고 배척하며 근본도 모르는 놈에게 무슨 일을 맡기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뜨내기들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용인에서 7년째 살고 있는 장모(45)씨는 용인 사랑이 남다르다. 시민운동도 활발히 하면서 나름대로 용인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있지만 토박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사람이 털어놓는 푸념은 심각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용인에 온지 4년쯤 되었을 때 야학을 운영하는 한 단체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야학에는 아무래도 가르치는 사람이 많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하고 했는데 그쪽 반응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전화를 준다고 해서 며칠을 기다렸지만 전화가 오지 않아 궁금해서 먼저 했더니 제대로 말을 못하며 얼버무리더라는 것이다. 그때 그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작년 국회의원선거 때 용인 총선시민연대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후보자 초청 토론회 등를 하면서 매우 활발히 활동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90%는 용인사람이 아니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용인출신으로 그 운동에 참여한 사람은 몇 사람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대개 30대의 젊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쏟아내는 푸념은 용인은 시민운동을 하기가 참 힘들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외지인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아직 나이가 어려서 무시당하고 있는 느낌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순수한 마음에서 활동하는 데 불순한 생각이 있는 것처럼 곡해를 하며 자신들을 본다는 것이다.

이러 한 예들은 지역사회가 발전하는데 큰 걸림돌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도대체 지역에서 인물을 만들어 지역의 자랑으로 삼을 생각은 안하고 찍어 누르려고만 하니 용인에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케하라 마모루씨의 해결책을 우리가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세태는 한국사람의 가장 심각한 병폐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제는 그 병폐를 장점으로 활용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시기하고 질투하는 그 에너지의 각도를 조금만 달리하면 건전한 선의의 경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 먹지도 못할 것에 욕심내지 말고 어떻게 하면 그 파이를 더 크게 키울 수 있을 지만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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