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예비학부모들은 입학통지서를 받는 그 날부터 설렘과 걱정 속에서 입학식을 맞이하게 된다. 아이가 다니게 될 학교에 대한 주위 엄마들의 평판에 은근히 신경이 쓰이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학교라는 제도안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는 자녀를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새내기학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이 같은 고민들을 풀어보는 교육프로그램이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수원청소년문화센터에서 실시돼 눈길을 끌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진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새내기학부모교실’은 수원지역의 전교조 초·중등지회와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등이 주관,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취학전 아동을 둔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아이의 건강을 체크하는 것. 입학 전에 반드시 소아과전문의를 찾아가 수학능력에 필수적인 시력 청력 검사와 치아검사, 성장발육 등의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신체적으로 아직 학습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를 입학 시켰다가 자칫 학교 부적응 장애까지 가져 올 수 있으므로 부모의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 지능발달상태와 행동장애 등에 대해서도 미리 검사해 보고 아기수첩을 꺼내 미필된 추가접종을 꼭 완료해야 한다.

엄마들의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는 학교에 가져 갈 학용품을 구비하는 것.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3월 한 달 동안은 학교 환경과 규칙 익히기가 주된 학습으로 준비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용품은 필요할 때마다 적절하게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하여 교사들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많은 학용품을 사주기보다는 구입한 물건에 반드시 이름을 써주고 물건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자세를 먼저 가르치라고 조언하고 있다. 학교 생활은 규모가 큰 단체생활인 만큼 자기 물건을 관리하는 능력이 우선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준비물로는 가방은 가벼운 베낭으로, 필통은 소리가 나는 양철필통보다는 헝겊필통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크레파스는 24색 정도가 적당하고 색연필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실을 풀어서 쓰는 형태의 것이 색깔이 선명하다. 색상은 10∼12가지 정도에서 선택한다. 연필은 한 번에 3∼4개씩 넣어주고 사프연필은 손 힘을 기를 수 없기 때문에 사용을 금해야 한다. 공책은 학습진도에 따라 교사가 요구하는 양만큼만 준비한다.

입학전 건강검진 우선 실시해야

내 아이가 왕따를 당한다면,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주눅들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자녀를 유심히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강백향(화양초교)교사는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성향을 가진 경우로 스스로가 친구들과 섞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나치게 고집이 세거나 독단적인 아동은 친구들간에 따돌림을 당하게 돼 내 아이에게 이런 경향이 없는 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학 무렵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사회성을 갖추게 되지만 제 주장이 강하고 떼를 쓰는 버릇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학교 적응이 어렵고 성적도 하위권에 속한다는 것.

특히 산만하고 남을 괴롭히는 아이의 경우에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걸핏하면 떼쓰고 우는 아이는 ‘적대적 반항장애’를 의심해 보아야 하며 정도가 심하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그렇게 지나친 경우가 아니라면 학교생활을 위해 30분 정도 꾸준히 앉아 있는 습관을 길들여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미있는 책을 골라 자녀에게 30분씩 읽어주는 방법으로 최소한 수업에 필요한 시간을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고 교사들은 강조하고 있다.

아이가 너무 내성적인 경우에도 부모들은 학교 적응을 염려하게 된다. 체격이 작거나 자기 표현을 못하는 소극적인 아이들은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불안감을 보이지만 대부분 자연스럽게 적응해 간다는 것.

입학 전에 아이와 함께 학교를 미리 방문, 학교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어 안심시키고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된다. 또 이런 아이들일수록 부모가 작은 일에 자주 칭찬하여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부모를 당황하게 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갑자기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이 때는 엄마와 헤어지기 두려워하는 ‘분리불안장애’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자칫 등교거부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윽박지르지 말고 혼자 심부름을 시키는 방법 등을 통해 안정감을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

성격장애 살펴 대안 모색도 필수

학교 공부를 잘 할 수 있는가의 관건은 독서와 관련성이 크다. 특히 7차 교육과정에서는 글의 내용을 얼마나 잘 파악하는가에 따라 학습능력과 이해에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책읽기는 학교공부의 시초가 되고 있다.

그림책만 읽히다가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갑자기 문자가 많은 책을 주지 말고 감성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그림책과 우리말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동화책을 골라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무리 우등생 자녀를 원한다고 할지라도 지나친 기대는 금물. 읽고 쓰기 등 학업능력에 대한 부담보다는 학교는 ‘즐겁고 흥미로운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환경이 변하면 스트레스가 따르기 마련이므로 새로운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이 새출발을 하는 아이들에게 힘이 된다.

자녀가 입학한 후 담임교사와의 첫 면담은 3월말이나 4월 이후가 적당하다. 교사가 아이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학기초에는 업무량이 많기 때문이다. 단, 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장애 등 교사에게 속히 알려주어야 할 정보는 되도록 빨리 전달하는 것이 지도에 도움이 된다.

촌지문제 등 학교 방문에 대해 부정적인 학부모들에게 강백향교사는 “요즘은 교사들이 촌지에 대해 당당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촌지와 관련지어 오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교사는 또 “아이에 대해 궁금한 점을 솔직하게 묻고 정보를 주고 받는 자세가 필요하며 내 아이만 잘 봐달라는 식의 주문을 하는 일이 아니라면 걱정할 것도 꺼릴 것도 없다"면서 “당당하게 교사를 만나고 의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운영위원이나 녹색어머니회, 급식 당번 등의 도우미 활동을 통해 학교에 적극 봉사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교육적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행 학교교육 바른 인식 필요

교사들은 학부모들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7차교육과정과 학교운영위원회 등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전체적인 교육의 틀을 인지하고 정당한 학부모의 권리를 행사할 것도 강조하고 있다.

김병훈(숙지중)교사는 7차교육과정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 “모든 과목이 활동중심인데 과밀학급에서는 현실적으로 시행에 어려움이 있고 교사의 수업 부담이 큰데다 학부모의 준비물 부담도 많다"며 학부모들에게 교육과정의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학부모의 권리행사와 관련해 이순열(화양초)교사는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해 설명하면서 “단위학교의 개혁과 자치, 교육감 및 교육위원을 선출하는 등 지방교육자치를 실현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기구"라고 규정하고 “위원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학부모들이 바른의식을 가지고 학교운영에 참여해야 아이들에게 건강한 교육풍토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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