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을 대상으로 관내에서 개최되는 문화 교양강좌나 예술 공연 등에 젊은 주부들을 적극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요청된다. 대부분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20∼30대 여성들은 유치원 등과 같은 유아교육시설에 아이를 보내지 않는한 문화의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저녁에 주로 공연이 열리는 음악회 등에는 아예 참석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주최측이 좀 더 신경을 쓰면 교육이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을 잠시 위탁, 보호해 줄 수 있는 놀이 공간을 만들 수도 있으나 관내에는 그와 같은 시설이 전무한 상황이다./편집자주

결혼한지 7년이 넘었지만 가사일 못지 않게 자기계발에 충실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주부 지상미(가명·35)씨. 수지에서 살다가 2년 전 용인 시내의 한 아파트에 입주한 그는 주부들을 위한 교양강좌를 찾던중 마침 시에서 주관하는 문화프로그램을 보고 한지공예 교실에 등록
했다.
그러나, 교육이 있던 첫 날 노동복지회관에 갔다가 그만 낭패를 당하고 말았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4살 배기 아들을 데리고 갔는데 강의를 듣는 동안 아이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중간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 날 이후 진행되는 모든 교육을 아쉽지만 포기해야만 했다.

이사 오기 전에는 분당지역의 백화점 문화센터를 주로 이용했다는 지씨는 큰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까지 줄곧 문화강좌에 데리고 다녔다. 엄마들이 강의를 듣는 동안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 잘 갖춰져 있어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 이사 온 곳에서도 취미활동을 지속해 보려던 지씨는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주부교실을 여기 저기 물색해 보았지만 모두 허사였다. 결국, 둘째 아이까지 어린이집에 등록 시키고나서야 그는 문화강좌 하나를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수지 지역은 그나마 문화 혜택을 받는 편이지만 대부분의 주부들이 용인에서 문화생활을 누리고 산다는 것은 너무 힘든 얘기예요. 문화적 편의 시설면에서 따져 보면 이 지역이 어린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살기에 편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5일 저녁 6시, 2000 용인 어린이 무용 대축제가 열리고 있는 문예회관 대강당.

그동안 갈고 닦아 온 어린이들의 무용 솜씨를 보기 위해 학부모들과 일반 관객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그러나 막이 오르고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여지없이 장내는 산만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통로를 돌아 다니는 어린 아이들, 그 아이들을 쫓아 다니는 부모들의 모습이 여기 저기 눈에 띄었다.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고 출입문이 번번이 열렸다 닫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떠드는 소리와 음악소리가 뒤섞여 정숙한 분위기에서의 공연 관람은 애초부터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세 살 배기 자녀를 데리고 문예회관을 찾은 20대의 한 주부는 공연 내내 로비에서 아이를 돌보느라 진땀을 뺐다.

그는 “아이가 칭얼거리는 소리에 주위 사람들 눈치가 보여 조카의 무용 순서만 잠깐 보고 나왔다"며 “아이를 데리고 올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편안한 공연 관람을 위해 문예회관 내에 작게라도 아이들의 놀이 공간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아카페코랄 창단 연주회에 다녀 왔다는 한 시민도 모처럼 성가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어린 자녀 때문에 방해가 될까봐 신경쓰느라 제대로 음악을 감상할 수 없었다면서 아쉬워했다.

시민들이 문화 예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관내에서 유일하게 자리 잡고 있는 문예회관을 비롯, 주부들의 문화 강좌를 마련하고 있는 각 복지회관 도서관 문화원 등 공공시설물에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별도로 어린 아이를 맡아주는 놀이 시설 공간이 전혀 없다. 특히 문화 예술 공연의 경우, 질서 정연한 가운데 이뤄져야함에도 매번 장내가 소란해 공연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아 조치가 시급하다.

수원에 소재한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공연장에 2군데 소공연장에 1군데 등 모두 3곳의 위탁 놀이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2∼3평 정도의 협소한 시설이지만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안내 도우미들이 보호자가 되어 어린 아이들을 돌봐준다. 안락한 분위기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왠만큼 규모가 갖추어진 공연장에서는 이런 놀이시설을 함께 만드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그러나 용인시설관리공단측은 문예회관 내에 공간이 부족하고 예산배정이 안됐다는 이유를 내세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공단측 관계자는 “어린이 위탁 시설에 대한 필요성은 절실하게 공감하고 있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기획공연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면서 “내년에 예산이 배정 되는대로 현재 매점 공간으로 비어 있는 10평 정도를 놀이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각 복지회관들 역시 예산과 장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또,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목적으로 이용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오는 소수 부모들을 위해 굳이 위탁 놀이 시설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한결 같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주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한 그에 따른 문제점도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참여자들의 주장이다. 시청 복지 관련 담당자도 “관련 민원이 가끔 들어오긴 하지만 주부 대상 프로그램이 하루에 두 시간 정도 밖에 실시되지 않아 운영자들에게 큰 문제로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관심만 가진다면 공공근로 인력을 활용하고 작은 공간이라도 갖춰 배려를 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관내 공공시설 가운데 유일하게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갖추고 있는 곳은 시청 민원실. 한 평도 안되는 구석에 난간을 막아 놓고 플라스틱 장난감 서 너개를 갖다 놓아 놀이공간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그러나 민원인들에 대해 세심한 부분까지도 배려를 하고 있다는데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거창한 복지정책이 아니더라도 약자와 소수에 대한 관심과 꾸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민들에게는 지역민으로서의 긍지와 애착심을 갖게 하는 길임을 관계자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지난 14일 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시립도서관에 놀이방 설치를 희망하는 주부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도서관에서 자녀 독서지도를 강의 받고 있다고 밝힌 이경자씨는 엄마들을 따라 온 아이들 때문에 수업에 지장을 받고 있지만 마땅히 맡길 곳이 없어 눈치를 보면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 하는 안타까운 실상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강의 개설 전에 이러한 부분까지도 미리 고려를 했어야했다는 질책과 함께 이렇게 끝을 맺었다.

“어린 아이가 있는 주부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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