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가 되면 불이 켜지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는 용인향토학교(교장 정필영). 이 곳 초등반은 27일 실시되는 검정고시를 앞두고 마무리 학습이 한창 진행중이다.

배움의 기회를 놓쳐 한글조차 읽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향토학교는 목을 축일 수 있는 샘터 처럼 든든한 곳이다. 이 향토학교 초등반을 만든 사람은 다름아닌 현직교사 이강만(48·한터초·사진)선생님.

용인지역 출신인 그는 교사로서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다가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게게 배움의 길을 열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같은 태성고 동문·용인고 출신의 동료 교사들과 의기투합해 3년전 초등반야학을 개설했다. 흔쾌히 야학에 동참한 심은옥·이란이(용인초)선생님과 서권호(용인교육청)선생님 목진황(포곡초)선생님, 이강만 선생님까지 다섯명이 돌아가며 하루씩 하는 수업이지만 늦은 시각, 학교근무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 9시를 넘기는 수업을 하기란 여간 고된 일이 아니었다. 수업을 위해 각종 행사나 약속을 뿌리쳐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들은 3년을 한결같이 지켜내고 있다. 특정 보수가 주어지는 것도 아닌 오로지 열의 하나만 가지고 하고 있는 일이다.

환갑이 지나도록 글을 읽지 못하다가 뒤늦게 한글을 터득한 할머니, 40세가 지난 나이에 초등학교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아주머니, 주경야독을 하면서도 배우겠다는 일념을 버리지 못해 졸음에 힘겨운 모습으로 야학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있기에 퇴근 후 향토학교로 향하는 선생님들의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야학에 대한 이강만선생님의 열정은 이미 소문나 있다. 호적에도 등재돼 있지 않아 검정고시조차 볼 수 없었던 혜미(17) 혜정(15)자매의 호적을 찾아주기 위해 대통령에게 까지 서신을 보내 2년전 호적과 주민등록을 만들어 주었고 성조차 몰랐던 그들이 김씨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또 심장병을 앓고 있던 혜정이를 위해 수술받을 수 있도록 주선, 이강만교사의 등에 업혀 수학여행 길에 나섰던 혜정이는 지금 완쾌되어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혜미양 역시 지난해에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지금은 향토학교 중등부에서 공부하고 있다.

작년부터 초등반에는 교사가 두 명 더 늘었다. 위홍 장상은(송전초)선생님과 강옥님(용인초)선생님이 합류해 지금은 7명 밖에 안되는 학생 수 보다 교사의 수가 더 많아졌다. 그러나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차이가 심한 학생들의 학습 능력에 맞추고 9개의 과목을 개인적으로 일일이 지도하는 일을 하려면 현직교사들의 노련함이 필수적이어서 학생들에게는 크나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제가 하는 일은 별거 없습니다. 오히려 70이 넘은 연세에 학생모집 광고문을 손수 붙이러 다니시는 정필영 교장선생님이 더 존경스런 분이지요. 그 분은 검정고시 원서까지 직접 사다주시고 시험 당일날은 시험장 밖에서 꼬박 기다렸다가 학생들을 격려해 주시곤 하십니다."

알아주지 않아도 그늘진 지역의 한모퉁이에서 묵묵히 가르침을 다하는 선생님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스승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버리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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