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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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성 전염병 발생 현장을 가다
지난달 25일 집단 수인성 전염병이 모현면 능원1리 일원을 강타하며 보름간 마을사람
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31명(광주군 주민 2명 제외)의 주민이 병원에 입원, 격리되
는가 하면 수십명이 설사로 고통을 겪었다. 6일이후 아직 수인성 전염병 환자는 더 이
상 발생하지 않고 있으나 2차 전염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세균성 이질에 대한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9일, 전염병 발생의 원인과 이에 대한 주
민들의 생각을 들여다 보기 위해 능원1리 능골마을 찾았다.

수원-광주간 43번 국도가 가로지르고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광주군 오포면과 맞닿아
있으며 생활권을 광주에 두고 있는 마을 능원리. 팔당상수원 특별대책지역 1권역에 편
입돼 400세대 1200여명의 주민이 변방지역이라는 설움 속에 물마실 권리마저 잃어버린
마을이 능골이다.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기자는 수인성 전염병이 어느정도 가신 9일 오전 능원1리를 찾았다. 전염병이 한차례
훑고 지나서인지 마을은 왠지 을씨년스러웠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43번 국도를 질주하
며 달리는 화물차 소리와 상수도 공사를 위해 도로를 굴착하는 기계음만이 허공을 갈
랐다.

평소 친분이 있던 정00씨(40)를 찾았다. 그동안 별탈이 없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동네
소식을 듣기 위해서였다. 정모씨의 얘기는 열흘간의 공포를 그대로 반영했다.
"이질로 마을이 시끄러웠죠? 좀 어떤가요."
"며칠전 애기가 구토를 해서 놀란적이 있었어. 그것(이질) 때문에 겁나가지고 병원에
가보니까 다행히 감기라고 하더라고" "그래도 겁이 나잖아. 주변에서 수인성 이질이라
고 하니까."(어휴)
그 때 그일이 아찔해서인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분위기는 어때요."
"난리도 아니지 뭐 무엇보다 빨래할 물도 없어 걱정이야. 제한급수를 하고 있거든"
정모씨는 더 자세한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며 길을 안내
했다.

한시름 덜었나 싶더니…

정씨를 뒤따르며 가는데 세균성 이질이 간이상수도에서 감염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지 멀리 능평삼거리에서 능원1리까지 상수도공사를 시행한다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정씨의 소개로 새마을지도자 정△△씨를 만났다.
"좀 어떤가요."
"일부 마을 사람들이 퇴원하고 있고 이젠 별문제가 없는 듯 하네요"
"물이 부족하다던데."
"지금 상수도 공사를 하는데 상수도가 들어와도 걱정이예요. 배관 공사비용이 개인부
담인데다 집전체 수도배관을 교체해야하거든요."
"주민들 부담이 크겠네요"
"배관을 다 갈아야되요. 그냥두면 원체 낡아 수압 때문에 중간에서 다 터져요"

얘기를 꺼려하는 것 같아 곧장 폐쇄된 집수정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길에서 만난 마을 사람들은 상수도 공사에 대해 "물 부족으로 고생하더니 이번에 물이
넘쳐서 부담을 주니 이래저래 물이 애물단지가 됐다"고 입을 모으며 너털웃음을 지었
다.

이거 집수정 맞아?

주민들의 너털웃음이 채 가시기 전에 멀리 도로옆 밭에 집수정인지 망가진 맨홀인지
구분이 가지않는 폐쇄된 집수정이 보였다. 한눈에 보더라도 도저히 먹는 물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집수정 양옆에는 도로와 악취가 심한 작은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언뜻봐도 꽤 오래전에 설치된 흔적이 역력했다. 결국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다가 물이
부족해 이 집수정에서 물을 끌어올린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30대 남자가 기자옆으로 오며 어떤 일로 왔나며 말을 건네 신문사에서 왔다고 하자
이내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정부는 팔당상수원 1권역으로 묶어 건축행위를 제한해 생존권을 위협하고, 시는 물이
없어 못살겠다고 해도 상수도는커녕 변변한 집수정하나 설치해 주지 않더니 결국 전염
병입니까?"
왜 그런생각을 하냐고 묻자 "누구하나 관심가질만한 곳이 못돼서겠지요. 용인이나 수
지라면 이정도는 아닐겁니다."
변방 주민들의 설움을 연신 쏟아냈다.

변방지역에 사는게 죄가 됩니까?

이 남자는 "어쩌면 이질이 발생한 것은 당연할지 몰라요. 물이 부족해 오래 묵혔던 집
수정을 가동한 것이 원인이겠지만 결국이 물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요."
"물이 없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마을회관이다 뭐다 눈에 보이는 것만
신경쓰지 말고 주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지 세금만 받는 것이 시입니까"

흥분한 이 남자를 진정시키고 폐쇄된 집수정을 뒤로하며 비포장 마을 안길을 따라 150
여미터 올라가니 급수차량이 집수정에 물을 채우는 모습이 보였다.
하루에 몇번정도 급수하냐고 물었더니 4회라고 말했다. 200리터들이 차로 4회면 8000
리터. 취수장에서 나오는 물을 합해도 1만리터가 고작일 것이다. 이 물로 1200여명의
주민이 사용해야 한다니. 제한급수를 받아야 하는 주민들이 생활이 눈에 그려졌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주민들의 가장 큰 고통이 물을 마음놓고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이 그제야 실감이 났다.
실제 생활이 어떤지 듣기 위해 주민들을 만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를 거절했다.
전염병이 어느정도 수그러들고 있는 때이기도 했지만 더 이상 언론에 알려지기를 꺼리
기 때문이다.

그동안 10여일동안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아 이방인으로 보는 시선에 적잖은 피해를 보
았다는 것이 한 아주머니의 얘기다.
그래도 이장을 만나면 어느정도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이장댁을 찾기 위해 40
대 후반의 한 남자에게 이장집을 물었다.
"실례합니다. 이장님댁이 어디죠."
"어디에서 왔습니까. 왜 그러죠"
"예 신문사에서 왔습니다. 주민들의 생활이 어떤지 알고 싶어서요."

중년의 남자는 아마 이장은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래도 이장님 댁만이라도… 저 혹시 이장님이 아니세요."
(이장인듯한데) 주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인터뷰를 거절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
다.
(왜일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우리도 쾌적하게 살 권리가 있어요

이질발생 보도 이후 마을사람들이 방송기자이며 신문기자들에게 시달렸기 때문이다.
방송이 나가면서 지역경제도 위축됐다. 식당가는 손님이 끊기고, 외지로 통학하는 학생
들은 정신적 피해로 시달려야만 했다.
'이질동네얘 왔다' '쟤네 동네에서 이질이 발생했대.'
어쩌면 언론을 기피하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뒤로했다.

오후 12시05분. 기자가 마지막으로 점심을 먹을겸, 식당쪽에도 영향을 받은게 있나 해
서 OO식당에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는데 기자가 첫 손님인 듯 조용하기만했
다.
기자는 김치찌개를 주문한 후 주인인듯한 30대 후반의 아주머니에게 몇가지 물어보았
다.
"여기도 지하수를 쓰나요"
"예, 이곳은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거든요"
"이질 때문에 식당에도 영향을 받겠어요"
"그럼요, 하루가 멀다하고 방송이며 신문에서 (이질균 발생)보도를 하는 바람에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어요. 그 이후 손님이 줄은게 사실이예요"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주인아주머니의 얘기다.

능원1리 사람들에게는 올해가 가장 긴 겨울이 될 듯하다. 지리하고 긴 겨울이 지나면
마을사람들의 바람은 단 한가지일 것이다. 하루빨리 깨끗한 물을 마음놓고 마시고 싶
다는…
이질 발생후 이마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질적,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피해의식
이 그렇고, 많은 가정에서 정수기를 들여놨다는 것, 그리고 물을 끊여 마신다는 것이
다.

취재를 마치며 며칠전 S병원에서 만난 송모씨의 말을 곱씹어 본다.
"우리도 쾌적하게 살 권리가 있어요. 21세기에 살고 있다고요" /함승태 기자

함승태  stha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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