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인 15일. 행사를 마친 듯 11시 30분밖에 안된 그즈음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여느 학교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학교는 지난해부터 교장의 성추행 논란이 끝없이 제기되고 있는 곳이다.
00면 00초교, 모두들 교사의 은덕을 축복해 주고 싶어할 이날, 불미스런 사안을 끌어안고 girry를 찾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한달전쯤 제보를 들었지만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뜬소문일 경우 무고한 교사의 도덕적 윤리가 실추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학생은 한둘이 아니었다. 사실 확인이 안되면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질 판이다.
교장실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는 6학년 0양을 먼저 찾았다. "친구들과 교장실을 청소하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이 대결레질 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며 다가왔어요. 그러더니 제 겨드랑이 쪽에 손을 끼우려고 했어요. 순간 팔에 힘을 꽉 줬더니 '고놈 힘되게 세네'라며 가더군요"
"너한테만 그랬니?"
"아뇨, 제 친구들도 몇번 그랬대요"
그날 이후부터 교장실 청소는 남학생들로 바뀌었다고 덧붙인다.
담임인 여교사 0시를 찾았다.
"처음엔 저도 놀랐어요. 하지만 아이들의 과민 반응입니다."
"그렇다면 교장실 청소는왜 바꿨습니까"
"아이들이 싫어 하니까요"

다시 운동장으로 나왔다. 이후 만난 아이들의 주장은 여교사의 말과는 사뭇 달랐다.
교장이 양호교사한테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한다. 배꼽티를 입은 저학년의 티셔츠 끝자락에 손을 넣고 예쁘다며 만진다. 6학년 브래지어 언저리를 더듬는다 등등 십중팔구가 경험했다든지 들은 얘기를 앞다투어 전달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학교에 남교장이 발령을 받은 3월 이후, 관례적으로 돌아가며 교장실 청소를 하던 아이들이 어느날 울고 나왔다. 사정을 전해들은 학부모들이 항의했다. 청소담당은 그때 이미 남학생들로 바뀌었던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미 졸업한 학생들 사이에서 교장에 대한 인식은 더 안좋다. 얼마전 교실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주우라며 앉아 잇는 여학생의 엉덩이를 툭쳤는데 즉각 옆에서 '변태'라는 말이 튀어 나오더라는 것이다. 젊은 남교사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남교사는 많은 아이들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는데는 동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심찮게 여학생들의 일기장에까지 등장하는 교장의 성추행. 주장하는 아이들이 대부분 사리판단이 가능한 6학년이라는 점에서 그는 자신의 최종판단을 보류했다.
오는 7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당사자 남교장(65)은 결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장실 청소시 자신은 한 번도 학생들과 함께 있었던 적이 없으며, 더듬는 일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학부모들이 루머를 퍼뜨린다며 반박했다.
"교장실 청소시 피해를 당했다는 학생이 많던데요"
"그런 사실 없다"
"평소에 여학생들을 쓰다듬는 적은 많았습니까"
"애들이 예뻐서 그랬을 수 는 있을 거다"
"수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왜 그런 얘기를 할까요"
"교장부임 이후 학부모들을 학교에 들이지 않았다. 교사들에게 권위적으로 학교를 끌어갓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나를 모함하는 것이다"
남교장은 학교 안팎의 소문일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모함한다며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가능성은 두가지로 좁혀진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주장이 말그대로 사실일 경우 남교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남교장의 말이 사실일 경우 아이들의 반응이 과민한 것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후자의 가능성을 반박한다. 귀여워서 만지는 것과 다른 의도로 더듬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왜 확실치도 않은 판단으로 학교의 최고 권위자인 교장의 도덕성을 거론하겠느냐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오히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학교구조로 인해 교육계의 문제가 덮어져 버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청은 한차례 남교장을 만나 얘기를 듣는 것으로 00초등학교 문제를 마루리 했다.
00초등학교는 이미 학교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교장을 비롯한 교사를 100%신뢰하지 못하는 교육현장,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믿고 맡기지 못하는 학교분위기,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끌어 안고 수업에 임해야 하는 교사들...
학교가 제자리를 잡게하기 위해서라도 교육당국은 철저하게 이 문제를 파헤쳐야 한다. 허물을 덮어 더 큰문제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상규명과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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