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 사는 한 여성으로서 관내에 여성회관이 건립된다는 말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용인 여성을 위한 회관이 건립된다면 여성을 위한 제대로 된 사업들이 이제는 이 회관을 중심으로 하여 펼치겠구나 하는 생각에 반갑지 않을 여성이 없었을 것이다.

나역시 용인 시민이자, 한 여성으로서 여성회관의 빠른 착공과 완공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사업개요를 보고는 대단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차장과 기계실 등을 제외한 실질적인 실내면적 4619㎡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2419㎡가 수영장을 위주로 한 체육시설이며 대강당과 예식겸용 강당 등이 1927 그리고 휴게시설이 1372㎡를 차지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여성전용 관련 교양 교육시설은 겨우 828㎡에 불과하다. 정확하게 계산하면 실질적인 실내면적을 전체 100%로 보았을때 겨우 18%만이 여성전용 교양 교육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렇다면 이 건물은 ‘여성회관’이 아니다. ‘시민회관’일 뿐이다.

전체시설의 82%가 여성전용시설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 건물을 굳이 여성회관이라고 이름 붙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회관이라고 이름 붙였으면 여성을 위한 시설이 되어야 그 의미가 있다. 물론 ‘여성’의 범위는 넓다. 우리 생활에 여성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생활은 여성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 공연이나 예식시설, 체육시설, 심지어 휴게시설조차도 여성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 할 수 없으며 이러한 시설들이 여성들에게 전혀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다. 필요하다. 여성들도 체육단련을 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공연을 관람할 권리가 있고 꽃꽂이를 할 여유도 있어야 하며 휴식할 공간은 더더욱 필요하다. 이러한 시설이 여성과 관련이 없으며 여성을 위해 전혀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시설에 우리 용인 여성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보자.

경제적으로 여유있고, 그래서 그만큼 시간적 여유도 있어 체육시설이나 취미활동 시설이 필요한 여성들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고 그래서 아무런 일이라도 가리지 않고 일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시간과 삶에 쫓기는 여성들이 우리 용인시에는 많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 그리고 앞으로 여성회관에 필요한 시설과 진행될 프로그램들은 이런 여성들을 위한 시설듣도 필요하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종일 탁아시설이나, 사교육비 여유가 없는 저소득가구를 위한 방과후 아동교실, 그리고 여성들이 교양과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여성전용 도서관이나 여성관련 자료실 그리고 여성들이 자신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담소 등은 여성회관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시설들이다. ‘일하는 여성의 집’이 굳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취업에 대비하는 여성들을 위한 시설도 더욱 필요하다 하겠다.

게다가 용인의 여성청소년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여성청소년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는 시설과, 앞으로 그 숫자가 많아질 여성노인들을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들까지 준비되면 더욱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준비된 계획안을 보면 이러한 시설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사회복지시설이 대거 부족한 수지지역에 종합복지회관으로서의 역할을 기대받고 있는 여성회관이라면 이러한 시설들이 더 확보되고 넓혀지도록 설계를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여성’과 ‘복지’를 겸비한 여성회관이 될 수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성들이 주로 많이 이용한다고 모두 여성전용은 아니다. 수퍼마켓이나 백화점을 여성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해서 여성전용시설이 아니듯이 말이다.

여성이 마음놓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탁아, 아동, 노인문제 등 가족의 문제를 지역사회 차원에서 지원받고,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있는 여성들은 자원봉사활동의 장을 제공받으며, 젊은 여성들에게는 자기성취를 위한 여러가지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이 제공될 때 우리지역 여성들의 진정한 삶의 질이 향상되고 여성의 발전과 더불어 용인이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겠다.

우리 용인여성들은 휴양시설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 진정한 삶의 질 향상을 갈망할 정도의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 여성들의 자존심을 저버리지 않는 여성회관의 역할을 또한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진정한 여성복지와 또한 여성복지를 통해서 가족복지까지 확보해내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우리나라의 으뜸가는 모범적인 용인여성회관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본지 객원논설위원> 양해경·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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