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의 어느 날 아침. 노신사 한 분이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 때 구걸하는 사람이 노신사에게 다가와 적선을 청했다. 그러자 노신사는 매우 곤혹스러운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내가 지갑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군요. 미안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악수뿐입니다’
걸인은 매우 감동한 듯 말했다.

‘고맙습니다. 저에게는 선생님의 따스한 마음이 돈을 받는 것보다 더욱 기쁨입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얘기다.

노신사는 비록 돈을 주지는 못했지만 따뜻한 마음을 주었고 걸인은 돈보다 따뜻한 인정에 더욱 굶주려 있었던 것이다. 그는 무척 마음이 따뜻해져서 추위도 잊었으리라.

사람이 살아가는데 물질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정신이 더욱 소중한 때가 있으며 특히 소외 받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인간의 따뜻한 마음이 소중하다. 오늘날 우리는 물질만능 시대에 살고 있다. 인정이 메말랐다고 탄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이 그렇다. 따라서 인간성의 회복을 외치는 목소리도 높다.

사실 돈이야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재물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마음이야 자기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조절을 할 수가 있다고 믿는다.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말이 있기는 해도 그래도 넉넉히 퍼서 남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산 좋고 물 좋은 용인이 물난리로 언론을 많이도 탔다.

수해의 총 피해액은 225억원이라는데 여기에 수해를 당한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는 돈으로 계산이 되지 않는다.
언론의 말대로 난개발이 원인이라면 그 책임도 물어야겠지만 그 역시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가 다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어렵더라도 마음속에 있는 인정이라도 넉넉하게 퍼서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여유있는 사람은 여유가 있기에 남을 도울 수가 있고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마음으로 위로를 할 수 있다.

이런 저런 일로 공공기관을 찾는 국민들은 아직도 공무원들의 습관적 불친절과 권위의식에 주눅이 들고 기분이 나쁘다. 공무원들의 친절한 태도에 며칠동안 기분이 좋았다는 서민들의 얘기를 우리는 많이 듣는다. 물난리를 당한 주민들이야 얼마나 원망하고 싶은 대상이 많으랴.

이런 경우, 하늘도 원망을 하지만 수해대책을 소홀히 한 국가 정책은 무조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따라서 공무원은 비난의 표적이 되는 수가 많다. 공무원이 당신들 밥이냐고 따져봤자 주민들의 원망이 가시지 않는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 되어서 그들 편이 되어 주는 것이다. 내가 물난리를 당했거니 생각하면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악수 한 번으로도 남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고마운 기억을 주는데 하물며 우리가 돌보아야 할 수재민들에게야 샘물 같이 솟아나는 인정을 왜 주지 못하랴.

인정의 샘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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