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의회 이건영 의원

지난 7월 22일. 참고 참았던 비를 한꺼번에 뿌려주려는 듯 집중폭우가 쏟아졌다. 우리시의 평균 강우량이 310mm, 남사면에는 485mm나 되는 엄청난 양이었다.

그 결과 목숨을 잃은 사람이 넷, 부상자가 열 한명으로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600여 가구와 적지않은 농경지가 침수됐다.
돌아본 수해현장의 참상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가재가 전부 물에 잠겨 실의에 빠져있는 이재민들과 매몰된 농경지와 비닐하우스 단지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있던 농민들.

특히 불어난 물에 집이 반토막나 잠잘 곳을 잃은 주민의 분노와 출하시기를 앞두고 폐사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양축농가 주민의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은 아직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TV와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는 이러한 수해의 원인이 난개발 때문이라는 뉴스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보도하고 있다. 남사면이나 이동, 포곡, 모현 쪽은 난개발과는 거리가 먼 지역인데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해의 원인이 용인시에 있다고 하지만 어찌 공무원들에게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으랴.

예전에는 장마시기를 앞두고 주민들이 합심하여 집 주변의 도랑을 치고, 배수로에 난 풀을 깎아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주는 등 대비를 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러한 모습은커녕 자기 집 하수구를 정비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하수도를 준설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등 하나에서 열까지 스스로 하기보다는 시청에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상식화되었다.

물론 공무원들에게 전혀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의 세금으로 살림살이를 하는 시정운영을 맡은 이상 직무상의 책임이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무사안일한 탁상행정이 수해의 한 원인이 됐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들과 시공회사도 때로는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초부리에 설치된 교량건만 해도 그렇다. 공사초기에 지역주민들이 폭우를 우려해 설계변경의 필요성을 그토록 주장했건만 무시된 채 그대로 공사가 강행되었다. 그리고 좁은 하상폭임에도 교량 중간지점에 설치된 교각에 나뭇가지가 걸려 물이 범람해 많은 피해를 불렀다. 특히 우기에 대비한 하상정리가 이뤄지지 않아 하천에 모래섬이 생기기도 했다.

수해복구는 다소 많은 예산이 소요되더라도 응급조치보다는 항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모현면 일산리 하마산 마을은 매년 피해를 입는 상습 침수지였다.

그러나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후 의회의 공로패를 받았던 한 공무원의 현명한 판단으로 수문 자동개폐식 보를 설치해 예년보다 강수량이 많았던 금년 장마에는 단 한 가구도 피해가 없었다. 항구복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해 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제부터라도 수해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전가시키려 하기보다는 힘을 모아 스스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공무원과 시공자는 간단한 복구공사라도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거나 다각도로 공사 후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주민은 밤낮으로 격무에 시달리는 몇 명 안되는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와보지 않는 점을 욕하고 비난하기에 앞서 내 집 주변의 하수도와 농경지의 배수로, 논둑 등을 스스로 정비하는 자구책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한 민과 관의 상호협조와 노력이 없다면 앞으로도 수해의 쓰라린 아픔은 반복되고 말 것이다. 격무에 시달리며 수해복구에 힘쓰는 공무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이번 수해를 계기로 비난하기보다 화합하는 용인시민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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