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가 찍은 용인지역 사진이 지난달 말 한 일간신문에 실렸다. 경부고속도로 신갈교차로를 중심으로 골프장과 아파트가 어지럽게 들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달 초 용인신문은 서북부지역과 동부권 일부지역의 비슷한 위성사진을 실었다. 사진이 보여주는 골프장 모습은 매우 커다란 괴물이 용인의 산림을 여기저기 손톱으로 할퀴어 생채기를 낸 모습이었다. 끔찍했다.

지난 3일은 ‘용인의제21 추진협의회’ 사무실을 내고 현판식을 하는 날이었다. 이날 박숙현 의제21 실무준비위 사무국장은 그 사진을 이야기하며 용인의 골프장 문제를 지적했다.

자리를 함께 했던 용인시장은 “용인에 골프장이 20여개 있는데 이것이 공장 20개 있는 것보다 낫고, 거기서 들어오는 세금을 무시할 수 없으며, 용인을 골프의 메카로 만들어 박세리·김미현같은 선수를 용인에서도 배출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외국의 예를 들면서 골프장이 그린벨트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개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말로 골프장 찬양을 거들었다. 겁이 덜컥 났다. 생각이 이 모양들이니 용인에 골프장이 늘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골프장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잘못 알고 있었다.
골프장에 대한 이러한 오해는 먼저 골프장 색깔에 대한 오해로부터 시작된다. 골프장이 녹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골프장을 그린(green)이라 부르기도 한다. 겉모습은 확실히 맞다. 그러나 녹색은 생명을 전제로 하지만 골프장엔 생명이 없다. 겉 색깔만 녹색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생명이 꿈틀될 수 없는 사막과 같다. 우리 풍토에 맞지 않는 잔디를 관리하기 위해 맹독성 농약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골프장 잔디가 푸른빛을 유지하기 위해 그 곳에 살고 있는 개미 방아깨비 사마귀 메뚜기는 농약으로 죽어야 한다. 어디 땅위 뿐인가. 전문가에 따르면 ‘골프장 지하에는 두더지가 있으면 안되므로 두더지의 먹이가 되는 지렁이와 지렁이의 먹이가 되는 미생물을 없애기 위해 땅밑 50센티미터 안에 생물이 살지 못하도록 맹독성 농약을 쓰지 않을수 없다’고 한다. 골프장엔 잔디만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고도 그린이라고 한다.

둘째 경제가치에 대한 오해이다. 용인시는 한 골프장마다 연 20억원의 세금을 거두어들인다고 한다. 무시할 수 없는 큰 돈이다. 그러나 경제가치를 이야기할 때 생태환경이 가지고 있는 값어치는 계산하지 않는다. 골프장으로 인한 농약오염, 홍수피해, 지하수 오염, 산림파괴 따위의 환경피해는 경제가치를 계산할 때 포함하지 않는다.

더욱이 자연생태환경 보존이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데 이 점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골프장이 주는 환경피해는 얼마인지, 골프장이 용인시민의 삶의 질을 얼마나 떨어뜨리고 있는지 따져 보아야 골프장에 대한 경제가치가 산출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골프가 대중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오해이다. 골프는 몇 명의 걸출한 여자 선수들로 인해 제법 세상에 알려졌다. 많은 국민들이 밤새워 이들을 응원했다. 그 덕에 낯설던 골프용어도 알게 되었다. 골프규칙에도 익숙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골프가 대중화된 것은 아니다.

처음 골프연습장 출입부터 만만치 않은 돈이 들기 시작하여 여러 가지 골프용품도 서민이 마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골프대중화를 밝혔지만 골프를 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 것인가. 오히려 골프로 밥먹고사는 사람들 배불려 주고 골프로 자기 과시하려는 사람들이 좀더 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여건만 만들어 주는 꼴이 되는게 아닌지 염려스럽다. /본지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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