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만 있고 유권자가 없는 선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6.8 시의회의원 보궐선거가 끝났다.

수지읍 선거는 유권자 7만5천254명 가운데 6천620명(투표율 8.8%)만이 투표에 참가했다. 이는 역대 선거사상 전국 최저치 기록으로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결과는 당선자들에 대한 대표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또 불필요한 많은 인력과 주민혈세를 투입하게 된 것 아니냐는 보궐선거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직장을 나가야 하는 평일에 치러진 선거인만큼 전반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 특히 수지의 경우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수지선거는 지역특성이 반영된 무관심과 팽배한 정치적 불신의 결과라고 본다. 수지주민은 절대 다수가 외지에서 유입된 주민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귀가해 잠자는 것을 제외하곤 생산활동이나 소비, 문화 생활 등 지역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 정주의식이 싹틀리 없다. 지역공동체 성원으로서 뭔가 애정을 가지고 지역사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주인의식도 약하다.

다른 하나는 넓게 봐서 정치권, 좁게는 지역정치와 의정활동에 대한 불신도 낮은 참여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난개발로 인해 지역강토가 멍들고 주민 삶의 환경이 망가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개발업자들의 이익금은 정치권으로 적잖이 흘러 들어가고 있음을 주민들이 모를리 없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다음에 대책을 세운다며 관계당국이 부산했지만 이미 사후 약처방이 돼버린 상황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난개발 부작용을 당국이나 시의원에 호소해 보지만 거의 권한 밖의 일이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는 게 그들의 호소다.

수지읍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지역민원이 있었지만 후보로 나선 사람들은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도 한다. 지역정치권에 대한 그들 심정의 일단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시의원 선거가 사실상 유권자 참여거부로 무력화된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시의회에 진출한 당선자들은 그런 측면에서 더욱 무거운 짐을 지게 된 것이다. 수지나 기흥 두 지역 모두 인구의 유동성이 심하고 정주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곳이다.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이루고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이번에 당선된 시의원들은 다른 의원들보다 더 뛰어야 할 것이다. 낮은 투표율에 대한 절반의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자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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