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은 5월의 자연속에서 늘 푸르게, 향기를 풍기며 자리하고 있다.
언제나 오월이 돌아오변 어린이날이 생각나고 어린이날 하면 어릴적 아버지께서 사다주신 '돌아온 래시'라는 책이 생각난다. 구체적인 내용이야 벌써 잊었지만 어린이날 선물임에는 틀림없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의 일이었고 그날 저녁에는 중국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 자장면을 먹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벌써 30년전의 일이지만 이렇게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을 보면 그 책의 '래시'라는 개의 귀소본능과 주인에 대한 충성심에 관련된 이야기와 온 가족이 함께 먹었던 자장면은 아버지에 대한 확실한 기억이다. 그 기억은 어느덧 아버지의 자리에 선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누구나 어린이날에 대한 추억은 있으리라. 동화책 한 권으로도 이렇게 오랫동안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 이런 추억을 주기 위해, 이번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에게 어떤 감동으로 다가가야 할 것인지, 어떤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인지 고민스럽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선물에 즐거워할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냥 부풀어 가기만 한다.
1년내내 아이들은 즐거운 날의 연속이어야 한다. 어린이날은 더더욱 아이들이 즐거워해야 할날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무엇을 즐거워 해야하는지 어떻게 즐거워 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진정한 기쁨과 사랑을 베풀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아이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지난해 겨울 <결식아동돕기 거리모금>을 한적이 있었다. 시린 발길을 멈추고, 가던 길을 되돌아와서 모금함에 도움의 손길을 베풀어 주던 이웃들의 정겨운 모습에서 사람들의 냄새가 풍겼다. 특히 어머니의 손을 잡고 길을 가다 어머니가 쥐어준 종이돈을 모금함에 담아넣고 고사리 같은 손길의 그 아이. 아이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평생 기억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 가르침을 따라 남을 도와가면서...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 참 많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을 도우며 삶을 살아가는 이도 있고, 춥고 배고팠던 옛날의 기억을 자선사업을 통해 지워버리는 인간승리의 모습도 종종 매스컴을 통하여 알려지곤 한다.
이번 77회 어린이날에는 무엇을 할까?
어제 저녁 서룡초등학교에서 보내온 가정통신문을 보았다.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를 돕자는 내용이었다. 참으로 힘겨운 이 시대의 불행중 하나이다. 우리모두 함께 아파하고 돕는 일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에게 부탁을 해야 해야겠다. 어린이날 선물을 줄여서 불우한 이웃을 돕자고 말이다. 그냥 쥐어주는 돈을 의미없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넣는 것이 아니라 그 돈에 가슴의 따뜻함을 넣어 전해 줄줄 아는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치면서... 다성장한 후에도 그 따뜻함이 그 아이들 가슴속에 자리잡도록 말이다.

실업의 고통속에서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해 나가는 가정은 또 얼마나 많은가?
IMF한파로 힘든 이때에 자신과 가족의 행복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잠시 주위를 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자. 지금 불행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웃을 생각해 보자.
5월의 마음이 넉넉하고 창조적인 계절이다. 꽃이 지면서 작은 열매가 맺히는 것을 눈으로 불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지런한 자연처럼 우리 아이들을 큼직하고 부지런한 어린이로, 이웃을 생각할 줄 아는 풍요로운 마음을 가진 어린이로 키우기를 우리는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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