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임금과 단체협약 갱신을 둘러싸고 노사관계는 긴장되게 마련, 더구나 올해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데 이어 한국노총이 탈퇴 수순을 밟고 있어 어느 때보다 노동계는 심상치 않다.
노사관계이 있어 그 중심에 서있게 마련인 노조위원장, 노동자의 대표로서 이해를 최대한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위원장의 주요 임무중 하나지만 판을 깨지 않는 균형감각 또한 쉽지 않는 문제다. 그래서 사용자측과 노조조합원들로부터 두루 신망을 얻는다는 것은 더더구나 어렵다. 그런 경우 대개는 어용 또는 노사협조주의로 비판받기 심상인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주)한국데밍노조위원장 김수정(37)씨. 그가 93년 노조위원장을 맡은 이래 파업 등으로 사용자 측을 애태우기도 하고 강성이란 소릴 듣기도 했지만 노사로부터 두루 신뢰받는 흔치 않는 노조위원장이다.
그의 노동조합운동 관점은 어떤 것일까. 첫째는 서로에 대한 투명한 접근이다. "사용자측이 경영상태를 정확하게 노동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노동자의 권익을 줄이는 쪽으로만 협상에 임하면 절대 일이 풀릴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제 몫 찾기에 급급해선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회사가 늘 경영이 좋은 것은 아니죠. 노동한 만큼이 내 몫이라고는 하지만 회사의 객관적 조건을 반영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가 있는 한국데밍조합원들은 18개월째 기본급만 받고 있는 상태다. 상여금은 1000%가 밀려있다.
당연히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아자동차 1차협력업체로서 사실상 사운이 걸려 있는 현 상태에서 그는 '고용유지'를 우선에 두고 노사관계를 풀었다. 계속되는 조합 단축과 인력감축의 압박에도 결국 강제로 구조조정을 당한 조합원은 한 명도 없었다.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죠" 정창호(39)총무과장의 평이다.
그의 이런 평은 합리성과 강성을 겸비하고 회사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노사문제에 접근하는 치밀함에 대한 칭찬이다.

조합원들 역시 위원장에 대한 신뢰는 깊다. "현장을 자주 돌면서 의견수렴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합원 개개인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잘 챙깁니다" 현자의 한 조합원 얘기다.
수박으로 유명한 전남 고창에서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난 김위원장, 정읍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상격해 잠시 동대문 일대에서 상업에 종사한 것을 제외하곤 87년 한국데밍에 입사한 이래 줄곧 한 직장을 지키고 있는 그다.
일당 3000원에 주야 맞교대를 하는 조건속에서 반장과 직장을 거쳐 93년 4월부터 노조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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