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들인 머리, 몸에 끼는 듯한 새미양복, 액세서리를 몸에 달고 배낭을 둘러 맨 그의 모습은 마치 10대의 젊은 연예인처럼 튄다. 이제현(19)군의 현재 직업은 애버랜드 공연단 단원. 춤꾼이다. 다만 그가 추는 춤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힙합'이 아니라 째즈나 발레다.
그러나 그를 도드라지게 나타내는 것은 춤솜씨가 아니다. 그는 발명왕이다. 하지만 모습에선 전혀 그런 티가 나지 않는다. 물론 발명가에 대한 고정화된 이미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깊은 관찰력과 집요함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과는 너무 멀어 오히려 당혹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그는 분명 신용신안등록을 마쳐 특허출원을 한 발명가임에 틀림없다.

어린이시절부터 그 방면에서 재능이 많았던 이군이 큰 결실을 맺은 것은 지난해 였다. 용인정보산업고등학교 3학년이던 그가 제 20회 전국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것이다. 입상작은 일명 '똑딱이 캔', '지렛대 원리의 캔뚜껑'이다. 그는 발명의 소재를 일상 생활에서 찾는다. 똑딱이 캔을 제작한 동기 또한 마찬가지다. 한여름에 길을 가다 갈증이 나서 시원한 캔 음료수를 샀는데 뚜껑이 잘 타지지 않았다. 좀 더 쉽고 편리하게 뚜껑을 따서 마실 수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만든 것이다.

일상생활의 불편에서 이를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생활화된 데서 그런 발명품이 나온다.
그간 새로 발명한 것은 캔을 위주로 한 스피커, CD꽂이, 플라스틱통을 재활용한 화분, 콘센트 보호기 등 주로 재활용품을 이용한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았어요. 뭘뜯고 만지는 걸 좋아합니다." 중학생때는 라디오 조립대회에 참여해 입상한 경력도 있다.

요즘 애버랜드 야외무대에서 벌어지는 뮤지컬 춤 연습을 하느라 집에 올 시간마저 없는 그는 어린시절 꿈이 비행기정비사였다. 창공을 가르며 나는 비행기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원리와 구조에 관심이 많았던 탓이다.
지금은 다소 멀어진듯한 그 꿈을 접고 있는 그는 거창한 인생설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현재 직업에 만족하고 또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게 그의 대답. 다만 그는 나이가 차면 현재 직업을 계속할 수 없는 이유로 대학진학도 고려해 보고 있다. 하지만 대학을 꼭 나와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과학특허까지 받아 특례입학이 가능한 조건이기 때문에 과학기술 쪽으로 능력을 살려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정도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차림과 사고방식, 그러면서도 자신의 장기와 취미를 꼭 밥벌이로 연결하려 하지 않는 신세대 이군, 생활속에서 창의력을 발휘해 생활발명품을 만들어 내는 그를 토해 다음 세대가 일궈 낼 밝은 미래와 신지식인으로 성장하는 한 전형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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