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 다문화가정-①결혼 이주 여성 실태

한국사회는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 5월 행정자치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35% 증가한 수치로 국제결혼이주자 및 자녀 수 증가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게 된 외국인 주민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용인 지역 역시 외국인 주민이 2%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결혼이민자는 2000여 가구에 달한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현황과 실태를 살펴보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통합 사회를 열어가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부모 가운데 한 명이 외국계인 초·중·고교생의 수가 지난 3년 사이에 3배 이상으로 늘었고 이들 가운데 90% 이상은 어머니 쪽이 외국계였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의 학생 수는 2005년 6121명에서 지난해 1만8778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가운데 어머니 쪽이 외국계인 학생 수가 절대다수(90.2%·1만6937명)였다.

1990년대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한국인 남성과 중국, 동남아계 여성 간 국제결혼의 영향으로 다문화 가정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용인도 예외는 아니다. 2003년 이후 국제결혼이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용인지역 여성결혼이민자도 4월 말 기준 1700여 명을 넘어서는 등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특히 다문화가정 0~6살 연령대 자녀의 수가 3만 명(전국 기준)이 넘는다는 최근 통계로 미루어 볼 때 다문화가정 학생 수의 비율은 앞으로도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에서는 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이들의 정착과 사회통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들 다문화가정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50%는 6세 이하

4월말 현재 용인시의 다문화가정은 1780여 가구를 넘어섰다. 이중 외국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한 가정이 85%에 이른다. 여성결혼이민자를 살펴보면 국적별로는 중국(조선족 포함)이 997명, 베트남 259명, 필리핀 59명, 일본 84명, 동남아 33명 순이다. 특히 베트남 출신의 다문화 가정은 99%가 여성 이다. 지역별로는 처인구 777명, 기흥구 502명, 수지구 282명 등 도농복합지역인 처인구에 많은 수의 여성결혼이민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여성결혼이민자가 80%를 차지한다. 여성결혼이민자의 가정문제는 대부분 국적이 없는 이유에서 비롯되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정 자녀는 1251명으로 집계됐으며 처인구 556명, 기흥구 407명, 수지구 288명이며 이들은 전부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만 6세 이하는 695명으로 50%에 달했으며 만7세~만12세 이하는 340명, 만13세~만15세 이하는 124명, 만16세~만18세 이하는 92명으로 조사됐다. 여성결혼이민자의 증가로 이들 가정의 미취학 아동 자녀는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성결혼이민자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고, 정보가 부족해 보육에 애를 먹고 있다.

친정엄마결연맺기 등을 통해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용인모현사랑봉사회와 함께 다문화가정을 방문해 여성결혼이민자들의 한국생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어머니 소리 질러요, 아이 맡기고 일 하고 싶어요”

정부의 이주여성·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 사업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지자체마다 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두고 운영되고 있다.
이들 센터에서는 방문교육사업으로 한국어교육과 아동양육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시에서 추진하는 지원 사업은 주로 한글교육과 한국문화 등 적응에 필요한 교육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 생활은 녹록치 않다.
일주일에 두번 방문하는 한국어교육은 언어를 배우기에 부족한 시간이다. 특히 언어는 자녀교육까지 영향을 끼쳐 그들의 불안감은 커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모현사랑 적십자 회원들과 다문화 가정 6가구를 방문했는데 대부분의 여성은 아이를 돌보며 살림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연애 결혼한 중국, 일본 여성의 경우 여느 가정처럼 평범했지만 베트남 등에서 시집 온 여성의 삶은 평탄치 않아 보였다.

남편과 나이가 15살 이상 차이 나는 가정의 경우 남편의 무능력과 경제적 어려움, 고부간의 갈등은 빠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집 없어요. 일 하고 싶어요. 시어머니 소리 질러요.” 이주여성들은 대부분 짧은 문장으로 자신의 처지를 호소했다.

특히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깊은 여성은 말하기를 꺼려했다. “말하면, 엄마한테 얘기해요.” 마음 놓고 속상한 이야기를 털어 놓으면 동네가 좁아서 곧바로 시어머니에게 얘기가 전달된다는 뜻이었다.

그나마 가까운 곳에 같은 나라에서 온 여성이 있으면 함께 아이도 돌보며 친구삼아 지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고된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더욱이 이주여성 자신들보다는 ‘2세’들의 양육과 교육에 대한 고민은 깊었다. 한글에 서툴러 아이들에게 언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다 장애나 자식의 죽음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시어머니 눈치 보기 싫어요. 아이도 안 봐준대요. 애기 맡기고 돈 벌고 싶어요. 아이 맡길 때를 몰라요.” 언어, 고부간의 갈등, 보육 등은 그들에게 암담한 일상이 돼 버렸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김소희 교육팀장은 “한국어 방문교육은 대기자가 많은 상태며 보육교사 지원 서비스 역시 이주여성보육도 교사 위주로 시행되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며 “최근 베트남 여성 등이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한국 남편이 저소득층인 경우가 많아져 쉼터에서는 개인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지속적인 상담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이주노동자쉼터는 폭력피해 이주여성들에 대한 통역, 의료·법률·심리, 치료 등 통합 지원서비스를 지원하고 주말마다 한국어를 가르쳐 주며 차량 운행을 하고 있다.

전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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