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식 처리방식으로 깨끗
가계부담 늘까 오히려 걱정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입주한 아파트에서 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탓인지 개구리 울음도 잠잠해진다.
아파트 주변은 조금씩 정리돼 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정표는 제멋대로다. 뒷짐만 지고 있는 용인시 행정에 한숨이 나오지만 흥덕지구로 이사 오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8월 초 개점한 이마트는 손님들로 늘 붐빈다. 대형마트가 동네 상권을 잠식한다는 우려에 집 앞 슈퍼에 들어 “손님이 줄었느냐?”고 물었더니 아저씨는 “아직, 괜찮다”고 한다. 그래도 같은 아파트 슈퍼 아저씨 장사가 괜찮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경비아저씨도 바뀌었다. 어느 날부터 아파트 입구가 깨끗해져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새로 온 경비아저씨의 손놀림이 바쁘다. 아저씨를 보고 있으니 오랜만에 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넣고, 비닐에 음식물을 담아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수거함으로 걸어가니, 아저씨가 “이제, 쓰레기는 수도 옆에 설치된 통에다 버려요”라고 말한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왜요?” 되물었더니, “쓰레기 냄새도 없애고 쓰레기 처리비용도 줄이기 위해 저 것을 써야한데요”라고 설명한다.
“갑자기 왜 쓰는데요?, 어떻게 사용해요?” 뒤를 이어 따라온 주민들의 궁금증이 계속된다. 그래도 아저씨는 웃으면서 차근차근 설명하고, 또 하고…최첨단 쓰레기통이 낯선 주민들의 질문은 며칠간 계속되는 모양인지 쓰레기통 앞에서 있는 아저씨를 자주 보게 된다.
흥덕지구 주공아파트에서 사용하고 있는 쓰레기배출구는 선진화된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라고 한다.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자동인식기를 갖다 대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그리고 쓰레기통 옆에 수도를 설치해 손을 씻게 돼 있다.
다른 아파트들 역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 주공아파트는 관리가 엄격하지 않은 모양이다. 종량제 봉투에 넣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없고 인식기가 분실될 우려도 높다. 특히 자동인식카드는 항상 부착돼 있지만 아이들이 장난삼아 떼어 가면 찾을 길이 없다. 
그래서 판교의 한 아파트는 가구마다 인식기가 달라서 쓰레기를 잘못 버리면 ‘누구네 집’ 쓰레기인지 찾아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첨단’이 석연찮다. 최첨단이라는 포장으로 임대 아파트 주민들 가계에 부담을 주지는 않을까 싶어서다. 이런, 저런 문제로 어느 날 갑자기 CCTV가 달리고 집집마다 자동인식카드를 나눠준다면 그 비용 부담이 주민들에게 전가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인지 체념해 보기도 하지만 최첨단 쓰레기통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를 누군가 속 시원히 설명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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