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사 주지 탄탄스님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는 처서가 지나고 어느덧 가을철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한낮 햇살은 따사롭다. 늦더위를 보내고 있는 사찰 안 매미도 삶의 마지막을 놓고 싶지 않은지, 온 힘을 다해 운다.
해마다 산사 음악회를 열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는 대덕사(기흥구 하갈동) 주지 탄탄 스님은 가을의 길목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강산도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지요. 그리고 우리의 마음도 계절이 바뀜과 더불어 새롭게 바뀌지요. 일체만유가 무상하니 계절도 강산도 사람의 마음도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이제 더욱 모든 것의 덧없음을 절실히 느끼고 헛된 망상에서 깨어나 인생의 무상함을 실감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가을을 일컬어 만물이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라고도 하지만 숙연하게 관조해 본다면 모든 삼라만상이 동면에 들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계절이고, 힘찬 울음으로 여름을 노래한 매미도 알을 낳은 후에 삶을 마감하는 계절이며, 다람쥐도 한 해의 겨우살이를 위해서 알밤을 차곡차곡 곳간에 모아 겨울 식량을 저장해 놓아야 하는 계절이지요. 이렇게 곤충들도, 산천의 초목들도 생을 마감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데, 정작 우리 인간의 삶은 어떠합니까?”

탄탄 스님은 가을이 오는 소리에 불교적 색채를 입힌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참 좋아요. 그것이 우리네 삶의 소중한 모습입니다. 명품이 따로 있나요? 아름다운 것을 소중하게 지키며 즐기는 것이 명품 아닐까요?”

▲ 대덕사 경내에서는 원용덕 개인전 ‘텃밭사람들’이 열리고 있다.


>> 탄탄 스님, 스님 맞아요?

스님 같지 않은 말투는 종교에 대한 거리감을 좁힌다. 진짜 스님인지 머리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스님이 맞다. 그는 강남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지만 23살 때 출가한다.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 손을 잡고 다녔던 사찰에 대한 아름다움은 그의 가슴에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다.

“어릴 때 외할머니가 절을 다녔는데 분위기가 좋았어요. 고요하고 조용한 가운데 들리는 목탁소리가 숲 속에 울려 퍼지면 평온해 졌죠. 그리고 불교의 가르침은 합리적이고 체계적이었어요. 철학도 그렇고요.”

그렇게 20여 년 전 불교계에 입문한 탄탄 스님은 종교를 바꾸면서 10여 년간을 방황하고 고민한다. 그리고 카톨릭 정신을 깨고 불교를 깨우치는데 상당히 오랜시간이 걸린 것이다..

“과거의 이력이 포교활동을 하는데 큰 도움은 되지 않죠. 하하. 그래서 운동권이었다는 얘기도 안해요. 하하. 80년대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 대부분은 사회참여에 적극적이었어요. 저 역시 청년시절에는 사회문제,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요. 포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지만 제 과거를 부정할 수 는 없겠죠.”

탄탄스님은 통도사 청하 큰스님으로부터 구족계를 수지하고 용주사 자승 큰스님 문하에 입실해 중앙승가대학교와 동국대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뒤, 수년간 미국에서 해외포교 활동을 펼치며 불교문화 공연 등을 선보인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석사과정 중이며 불교음악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현재 교도소와 구치소 등의 교화(교정)위원(또는 종교위원)과 경기도 지방경찰청 경승위원, 용인경찰서 경승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교화 활동 및 법문 설파, 간식 등을 제공해 범죄 예방 및 갱생 보호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 사찰에서 밸리 댄스를 추다

5년 전, 젊은 스님이 대덕사로 부임하면서 산사에서는 해마다 음악회가 열린다.
‘밸리 댄스를 추는 사찰’이라고 얘기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때론 파격적이어서 구설수에 오르지만 탄탄스님은 문화를 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단언한다.

“밸리 댄스… 원래 안 넣기로 했는데, 하하. 보기 좋았다는 의견과 흉하다는 의견이 반반이었어요. 불교가 점잖은 문화라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부처님 도량 앞에서 벌거벗고 춤을 춘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것을 아름다운 관점으로 보면 미의식 아닐까요?”

이런 저런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 자체를 아름다움으로 여기는 탄탄 스님은 산사 음악회를 해마다 열고 있고 음악회를 통해 생기는 수익금 전액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한다. 이 공로로 지난 13일 경기도지사 표창을 수상한다.

>> 용인 문화는 ‘쇼’다

현재 불교 음악을 가르치며 후학을 양성하는 탄탄 스님은 문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최근에는 대덕사에서 원용덕 조각가 개인전‘텃밭 사람들’을 전시하고 있다.

“인사동 언저리에서 원용덕 작가 작품에 매료돼서 한 점을 구입했어요. 먼 산을 보며 쭈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는 여인의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어요. 이 작품이야말로 세상의 양면성을 진실 되게 구체화시키고 표현했으며 위선 없이 진솔한 우리네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어요. 내 눈에 잘 띄는 곳에 원 작가의 작품을 진열해 놓고 있으니 일상이 뿌듯해지고 웃음이 절로 나왔죠. 특히 우리네 어미이고 누이 같은, 연인 같기도 한 쭈그리고 않아 볼일 보는 그 여인의 해맑은 표정은 미학의 절정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대덕사 경내에는 아기자기한 흙 인형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젖가슴을 내놓고 아이를 업고 있는 모습이 푸근하게 느껴진다.

“원 작가는 그만의 독특한 창작으로 비정상적인 형태감과 눈에 익숙한 흙 빛깔로 인간의 천태만상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서민들이 쓰는 막사발처럼 표현된 투박한 질감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어요.”

불교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심성을 아름답게 하고 정화할 수 있는 음악, 미술 전시를 선보이고 싶다는 탄탄스님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용인의 문화는 ‘쇼’ 입니다. 얼굴을 보이기 위한 일회성 행사에 연예인을 채우는 것은 용인의 문화로 보기 어렵죠.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시민과 함께해야 합니다. 지역 주민과 함께 숨 쉬는 사찰에서도 문화기능을 강조하고 싶어요. ”

탄탄스님은 인간의 가치, 깨달음을 가르치는 교양 강좌뿐만 아니라 어린이 법회를 열어 미래의 부처들에게 아름다움의 소중함을 깨닫게 할 계획이다. 현재 대덕사에는 불교대학 10기를 모집 중이며 불교를 알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교육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된다. (문의 283-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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