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갈초등학교>



신갈초등학교가 6월19일 개교 100년을 맞는다.

민족교육의 뿌리인 향교에서 1909년 태동한 신갈초등학교는 지난해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 양지초등학교와 더불어 용인지역의 근현대교육사를 이끌어온 모체가 되고 있다.

한일합방 1년 전, 기울어져 가는 국운을 일으키기 위한 유일한 길은 민족교육에 있다는 선각자들의 의지가 모여 당시 용인군 구성면에 있던 용인향교관사에서 신갈초등학교는 처음 문을 열었다. 첫 인가는 사립명륜학교를 계승한 ‘사립 용인보통학교’.

그 해 안중근 의사가 일제 침탈에 맞서 이등방문을 저격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민족의 운명과 국가의 안위가 풍전등화와 같은 때, 한쪽에서는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담아 한 세기의 역사를 세워갈 교육의 요람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용인보통학교에는 머리에 상투를 튼 15세 이상의 청소년들이 모여들었다. 남학생만 20명 안팎의 1개 학급이 세워졌다. 학제는 4년제로 1913년 첫 졸업생이 배출됐다.

일제치하에서 교명도 자주 바뀌었다. 한일합방이 되던 해 용인공립보통학교로, 11년 후인 1921년에는 기흥공립보통학교, 1941년에는 신갈공립국민학교로 개명됐다. 용인서부지역의 유일한 초등교육기관에서 점차 수지 구성소학교가 분리돼 나가게 됐다.

격동의 한국사와 함께 해 오면서 학교도 갖가지 어려움을 겪어내야 했다. 1917년 현 위치(기흥구 신갈동)로 이전한 이후 1941년 화재로 5개 교실 전소, 한국전쟁 시에는 7개 교실과 숙직실, 위생실, 창고 등이 전소되고 6개 교실이 대파되는 피해를 입었다.

일제치하 일본인 교장 밑에서 식민지교육을 받아야 했던 우리 근대사 교육의 아픔도 역시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신갈초교는 1945년 해방과 함께 박용석 교장을 초대 한국인 교장으로 맞이한 이후 오늘까지 걸출한 인재들을 배출하면서 지역교육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민족교육의 산실 용인향교서 태동

한 세기의 역사가 살아 쉼 쉬는 학교, 유서 깊은 전통이 서려 있는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학교에 들어서면 우선 손때 묻은 오래된 교사와 물건들이 눈에 띈다. 40년 된 낡은 교사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작은 사각 창을 가진 교실과 수돗가. 나이든 세대에게 친숙한 정경을 쉽게 만난다. 이 학교 35회 졸업생들이 1948년에 만들어 놓은 국기게양대. 지금은 교기를 달아놓은 이 게양대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유물이다.

신갈초교는 기흥의 중심지 번화가에 자리 잡고 있어 한때 전교생 1000명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인근 도시개발과 신설학교의 증가로 학생 수는 점차 줄어 현재 800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학구가 세분화돼 규모는 점점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역사와 전통은 발전하고 있다. 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체조부와 2005년 설립된 테니스부는 전국이 알아주는 최강. 소년체전을 비롯한 각종 대회를 휩쓸며 체육명문의 입지를 올려놓은 효자 부서다.
신갈초는 체조, 테니스, 태권도 등 3개 부서를 자율체육 종목으로 지정, 병설유치원 원생으로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을 대상으로 생활체육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시설에서 코치들이 직접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들의 호응도 크다. 학생들에게는 잠재된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학생수의 감소로 남아도는 교실은 지역아동센터, 영어교실, 전통악기실로 활용하고 있다. 전통악기실은 특히 3년 전 자매결연을 맺은 경기도국악당으로부터 20여개의 동양악기를 기증받아 전시공간으로 꾸며졌다. 이 때문에 단소, 풍물놀이 등 전통음악 특기적성교육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 비어 있는 교실 서 너 칸을 리모델링한 영어체험교실도 계획돼 있다. 자자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영어마을에 버금가는 체험공간으로 꾸며질 영어체험교실은 현재 상주하고 있는 2명의 원어민 교사를 활용, 기흥구 영어거점학교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100주년 기념축제, 다시 한 세기 향해 도약

신갈초는 지나간 역사만 간직하고 있는 학교가 아니다. 학부모들을 포함한 지역민과 소통할 줄 아는 학교다.

도서관 ‘지혜샘터’에는 하루에 20~30명의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다녀간다. 1만6000 여권의 장서가 꽂혀 있는 도서관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지혜의 샘터가 되고 있다. 도서관에서는 1년에 두 차례 방학을 이용해 캠프도 연다. 이때는 유명 작가를 초청, 강연과 화 시간을 마련한다. 또 저학년을 위한 책 읽어주기, 인형극 등을 어머니회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부모와 함께 가꾸는 텃밭도 있다. 50평의 학교 부지에 각종 채소를 심어 점차 도시화되고 있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땅을 손수 일구는 재미를 맛보게 하는 것. 테니스장 등 학교시설도 지역민들에게 상시 개방,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는 19일 열리는 100주년 기념식도 지역민들과 함께 만드는 축제의 장으로 마련된다. 오후 3시부터 열리는 이날 기념축제에는 기념식을 비롯, 100주년 기념 음악회, 인간문화재 줄타기 공연, 불꽃놀이 등이 진행되며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동문, 주민들이 참여한 전 지역적인 행사로 치러진다. 이날 교정에는 재학생과 동문들이 함께 부르는 ‘착하고 씩씩한 일꾼이 되리라’교가의 다짐이 울려 퍼지고 신갈초등학교는 새로운 교육 100년을 향한 비상의 날개를 다시 한 번 활짝 펼친다.

<신갈초등학교 연혁>
1909. 6. 19 사립 용인 보통학교로 개교
1949. 12. 31 신갈국민학교로 개칭
1984. 3. 1 보라초등학교 10학급 분리
1991. 3. 6 병설유치원 개원
1993. 3. 6 구갈초등학교 13학급 분리
1996. 3. 1 신갈초등학교로 개칭
2001. 3. 1 청곡초등학교 17학급 분리
2001. 5. 1 산양초등학교 11학급 분리
2007. 3. 14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개관
2009. 2. 17 제96회 졸업 177명 총 1만5123명 배출
2009. 3. 1 총26학급, 유치원 5학급 편성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