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파할때쯤 10여명의 빨간 무리들이 용인고 운동장 한 켠 등나무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찰랑대는 단발머리, 교복 윗도리 아래 부조화스럽게 받쳐입은 붉은 체육복바지, 한손에 달랑
거리며 들고있는 운동화. 선배를 발견한 듯 “안녕하십니까?”우렁찬 인사소리도 들린다.

자칫 운동선수들인줄 알겠지만 이들은 소문난 연극반원들이다.
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용인고 연극반 ‘푸른성(회장 박선영·2년)’의 하루 연습은 이렇게
시작된다. 오디션을 통해 끼를 인정받은 푸른성 사람들의 철저한 자기단련이다. 운동장 돌
기, 스트레칭, 발성훈련.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서야 대본을 들여다 본다.

현재 연습중인 대본은 창작극 ‘매숙이’. 60년대를 배경으로 남북분단과 통일을 담았다. 지
난해 청소년문제를 다룬 ‘방황하는 별들’이 학생들한테 반응이 좋았던 터라 올해에는 특
히 더 신경을 쓴다. 1학년 운정이가 몇 달을 고생한 끝에 완성한 대본은 분단이라는 시대상
황에 대한 깊은 인식이 깔려있지만 곳곳에 재미를 돋우는 감초스토리가 섞여있다.

푸른성의 연극은 매년 용인고 성산제 행사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공연된다. 특히 ‘매숙이
’는 학교공연이 끝난 뒤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서도 공연을 할 참이다.

“공부하랴 연극하랴 바쁘지 않나요?” “연극한답시고 공부못한다는 소리 듣고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하려고 드는 편이에요. 재미없던 고교생활이 푸른성 덕분에 얼마나 즐거워졌다구
요”회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1학년들의 야무진 합창이다.

획일적인 공부가 싫다며 일탈을 꿈꾼다든지, 우리나라 고교입시에서 살아남으려면 공부외에
는 쳐다보면 안된다는 식의 양극단적 사고방식은 이들의 것이 아니다. 어쩌면 수많은 청소
년 교육프로그램보다 이들의 연극 한편이 또래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리라.

앞다퉈 동아리 자랑을 해대던 푸른성은 다시 연극연습에 몰두한다. 연극의 막이 올라갈 때
쯤이면 이들의 우정과 고교시절도 한층 여물어 있을게다.
‘푸른성 사랑 우리는 하나’라는 이들의 로고와 함께.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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