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바람이 불고 있다. 황토방, 황토 사우나, 황토침대, 심지어는 황토내의까지‘황토’자가 붙는 흙 소재의 건강상품들이 만들어지고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열풍은 마침내 건축에까지 번지고 있다. 현대인들이 흙집을 다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는 무엇보다 ‘흙집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주)행인 흙건축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이동일씨(37·백암면 평창리). 한동안 서구지향형 목
조건물을 주로 건축하던 그는 최근들어 흙집연구에 열정을 쏟고 있는 사람이다.

“흙집의 최대 장점은 건강성이죠. 흙은 한 스푼에 2∼3억 마리의 미생물이 살아있는 생명
체죠. 또 흙에는 체내 독소를 중화,희석시켜 노화현상을 막아주고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것으
로 알고 있습니다.”

그의 흙에 대한 예찬이 아니더라도 여름날 뜨거운 날씨에도 늘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
고, 겨울이면 따뜻한 온기를 유지시켜주는 단열효과가 ‘만점’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옛 어른들이 ‘자고 일어나니 몸이 가뿐하다’는 말씀들을 하시잖아요. 선조들의 경험담
에서 흙집의 건강성이 입증된 셈이죠.”

하지만 흙집의 약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물에 약하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흙벽에 회벽을
바르곤 했지만 완벽하진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발달된 기계로 압을 넣은 강도높은 흙벽
돌을 만들어 사용한다. 또 흙집의 외부 하단부에만 방수제처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목
구조 흙집으로 현대화하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또 한가지 해결해야 할 점은 설계상의 문제다. “한옥의 설계방식은 채나눔 방식입니다. 안
채와 사랑채가 구분돼 있어요. 아파트 평면구조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불편한 구조지요.
”이동일소장은 하나의 주거공간에 모든 주거양식을 담아낼 수 있는 현대화된 실용적인 구
조로 평면설계 방식을 쓴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한옥의 건강성과 양옥의 실용성을 결합해 (주)행인 건축연구소는 실험적인 건축을
하고 있다.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에 있는 흙집 건축 현장. 세대별 대지 전용면적 각 42평, 45평 두 개의
모델로 오는 8월말 준공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기본골조는 나무기둥+나무 보
+트러스와 서가래를 잇는 목구조다. 처마는 원형 서가래와 대나무사이딩으로 처마를 만들
었다. 흙벽돌은 상주의 홍토를 가져다 썼다. 사랑채의 개념을 누마루와 별채를 연결된 정자
형태로 실현해 보였다. 가장 중요한 오수처리 역시 유럽의 환경친화적 기법대로 자연 늪을
통한 정화처리시설을 했다.

“자연친화와 건강성 유지 그리고 실용성의 3박자를 이루는 미래형 주거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목표죠. 하지만 그 지혜는 우리선조들로부터 배우려는 겁니다.”

한 때는 사회운동으로 젊음을 불살랐던 이동일소장.‘인간’을 중심에 놓고 치열하게 살아
온 그의 삶은 새로운 영역에서 여전히 실험되고 있다. /우상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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