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에 취해 잠이 들고/ 산바람이 산안개를 쓸어/ 아침을 열면/ 달맞이 꽃 무리/ 밤새껏 열린 그 가슴/ 수줍어 고이 여민다(산촌의 아침 중)
느즈막한 나이에 시집을 낸다는 것. 그것은 분명 새로운 도전이며 시인으로서 맞는 또다른 삶의 시작일 것이다.
농촌에서 태어나 공직에 몸을 담아 농촌지도사업에만 33년을 보낸다는 것은 분명쉽지 않을 것이
다. 그것도 공복의 몸으로 시를 쓴다는 것은. 그 무게가 느껴질만도 한데 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있는 정홍도씨는 짐을 짊어지고 <헛된 기다림>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펴냈다.

<동백꽃 붉은 입술>은 그리움이 짙게 배어있는 흙과 산촌의 그리움. 격변의 세월속에 아픔과
농촌 사람들의 소외를 60여편에 고스란히 담아 내고 있다.

<빈 액자에 묻은 것들> <그리움으로 다가가서>에 흙에서 태어나 흙을 밟고 살아온 반세기 흙
과 산촌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다면, <아파서 아픈게지>에 이르면 [지리산에 가지 않으련
다]와 [내시대의 일기]등에서 해방에서 한국전쟁, 10.26군사쿠테타, 5.18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격변기 시대의 아픔이 그대로 녹아 있다.

또 농민들의 한숨과 눈물을 발견할 수 있다. <구름 속에서 그늘 아래로>에서는 그의 농촌지도
사업 활동속 체험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촌로의 검게 그을린 얼굴은 희망이 아닌 소외라는 기막
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마치 33년간의 공직생활이 고작 이것이었나 자문하듯. 그러나 정시
인은 아직 한자락 희망을 노래하고 싶어한다. [가슴을펴 홰를 치고/ 찬 이슬에 목을 축여/ 출산의 진통을 가슴으로 삭이는/ 짐승의 지혜로/ 그저 어둠을 깨워 다시 일어나렵니다/ 우린 일한 죄밖에 없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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