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구 중동 삼정아파트 김순자(59·사진) 씨의 집에는 추운 겨울에도 불구하고 만발한 화단을 조성하고 있다. 아파트 이미지가 다소 건조하고 삭막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어 10여개의 화분을 베란다에서 정성껏 가꾸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거실로 들여놨다.

중동 8통의 통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순자 씨의 따뜻한 마음이 눈으로 보여지는 듯 싶다. 그 뿐 아니다. 옆집, 앞집은 물론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찾아 그는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쏟고 있다.

“거창하게 자선활동은 못하지만 그냥 아이들을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동네 어르신들은 ‘내 부모님’이라 생각하니 돕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아요.”

‘거창’한 봉사활동은 안했다며 손사래치는 김씨의 말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의 칭찬은 자자했다.
삼정아파트 앞에서 손칼국수 집을 운영하는 김선희(중동·52) 씨는 “특별한 행사날도 아닌데 점심때가 되면 노인정분들을 모셔와 칼국수를 대접하곤 해요. 사골로 만든 육수가 노인들께 좋다며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모셔옵니다”라고 말했다.

김선희 씨의 말에 의하면 집 앞 칼국수 뿐 아니라 동백동을 다니며 맛있다는 집은 삼정아파트 어르신들을 모시고 꼭 한번씩은 들른다고.

“칼국수, 설렁탕, 한우 식당 등을 모시고 다니며 수시로 노인들의 건강과 외출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짓날에는 노인정에서 팥죽을 직접 쑤어 대접해요. 한 두 번 하다 육체적·경제적으로 힘들어 못할 것 같은데 정성이 대단합니다.”

중동 8통장으로 올해 5년째 활동하고 있는 김순자 씨는 수지구 죽전동에서 4년간 이장 일을 맡다가 기흥구로 이사 오게 됐다. 수지에서도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지체장애인가정집을 도우며 밥, 반찬, 청소 등 엄마 손을 빌려주듯 그렇게 봉사를 해왔다.

김순자 씨는 “이장·통장을 해보니 행정일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봉사만 하려고 했는데 이웃들과 할머니들이 나를 어떻게 좋게 보셨는지 노인정에서는 총무를, 우리 중동8통에서는 4년이 넘게 통장을 하고 있어요. 이런 건 자랑도 아닌데….”그의 작은 선행을 지켜본 주민들은 그를 인정하며 이웃의 대표로 세웠다.
김씨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기흥구 아동복지시설 하희의집, 처인구 아동복지시설 무법정사 등을 수시 방문하며 아동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 생필품이나 계절별 옷, 신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 “마음의 여유로 도울 수 있어요”
인터뷰를 요청하려던 지난해 12월 26일 김순자 통장은 60개가 넘는 호떡을 들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 애들 호떡주려고 하희의집 들렸다가 무법정사로 가는 중인데. 수진씨도 호떡 먹으러 우리 아파트로 와요. 이집 호떡이 동백에서 제일 맛있어(호호)”

김 씨는 맛있는 호떡, 곶감, 만두 등을 여러 봉투에 담아 이집, 저 집 나눠주며 ‘거창’하진 않지만 그녀만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남을 돕는 데는 경제적 여유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집안 살림에 통장일 등 나름 바쁘기는 하지만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시간을 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지역사회 봉사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민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데도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도 하고, 넉넉하면 그 만큼의 여유를 담아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부부가 봉사의 행복 함께 나눠
“아들 한 명 분가시키고 남편과 단 둘이 오붓이 살고 있어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맛있는 음식, 따뜻한 옷가지들을 나누며 사니 혼자가 아닌 두 명의 따뜻한 마음으로 봉사한다고 보시면 돼요. 남을 돕는 게 경제 형편과 상관있습니까. 많다고 돕고 적다고 돕지 못하는 게 아니지 않아요. 단지 가진 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행복을 아세요? 비록 호떡하나 건네는 게 작을지라도 그 한입을 먹고 행복해 하는 한 아이가 있답니다.”

남편 박한규(59) 씨는 봉고차 운행을 하며 남들보다 적지 않은 돈을 번다. 힘들게 번 돈으로 아내가 살림은커녕 밖에 돈쓰고 다닌다고 타박할 만도 하지만 그는 예외다.

“제가 두 명의 마음으로 봉사한다고 말했죠? 노인들 데리고 먼 거리 나갈 땐 항상 차 운행 해주죠, 봉사활동 열심히 하라며 월급 꼬박꼬박 갖다 주니 이만한 동반자가 어디 있겠어요. 저 없을 땐 청소와 화초 가꾸기가 취미에요. 남편은 저에게 빚만 지지 말라고 항상 당부해요.(호호) ”

이제 40여년이 된 두 부부는 아무런 대가도 없는 일을 자기 일처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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